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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자살사건들 국립묘지 안장 전무한 까닭?

[사건의내막] 국방부 VS 유가족, 망자(亡者)의 전쟁

임민희 기자 | 기사입력 2008/10/02 [13:39]
▲ 3년째 국가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고 김승환 일병의 아버지 김동운씨.     © 브레이크뉴스

군의문사위 “망자의 사망 순직에 가까워”  vs 육군본부 “재심사 결과 ‘자살’로 결정”

선임병들의 가혹행위 등 군 내부 문제로 장병들이 복무 중에 목숨을 끊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2006년 1월 ‘군의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 시행과 함께 대통령소속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군의문사위)가 발족(3년)돼 진정 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자살 원인이 군대에 있을 경우 관련부처에 재심의를 권고하고 있으나 국방부가 재심의를 받아들인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군의문사위에 따르면 총 600건의 진정 중 자살자에 대한 진정 사례는 356건에 달하고 있다. 군의문사위가 관계부처에 재심의를 요청한 것은 73건(자살자 39건)이며 이 중 인정된 것은 32건(국방부 26건, 경찰청 5건, 법무부 1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16건, 나머지는 아직 심의 중에 있다. 경찰청은 구타 및 가혹행위로 인해 자살한 4건을 인정해 순직처리 했으나 국방부는 모두 배제했다. 특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16건 가운데 국방부 것이 14건이며 그중 10건이 자살자에 대한 진정 건이었다.

또한 군의문사위가 진상규명결정을 내린 재심의건 가운데 자살자의 경우 모두 구타, 따돌림, 성추행 등을 당한 것으로 확인, 군대 내의 부조리가 자살원인으로 지적됐다. 때문에 현행법상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 국가유공자 등록 제외사유로 규정해 자살원인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 ‘자살’로 판단, 순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면서 관련법 개정과 제도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은 2005년 2월 아들(김승환, 군 조사에서 자살자로 결론)을 잃은 후 3년째 국방부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김동운(49)씨의 사연을 통해 군대 내에서 자행되고 있는 부조리의 실상과 이로 인해 목숨을 끊은 자살자들에 대한 처우문제를 살펴봤다. 

 
▲김승환씨가 남긴 유서와 일기. 선임병들의 가혹행위 등으로 힘들었던 당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 브레이크뉴스
 
군의문사진상규명유가족협의회(이하 군경협) 회원인 김동운씨는 지난 2005년 2월25일 외아들을 허망하게 잃었다. 헌병대 조사결과 김승환(당시 19세) 일병의 사인은 ‘의사(縊死, 목을 매어 죽음)’로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인한 자살자로 결론이 났지만 그는 아직도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김씨는 “아들은 군 복무 중 선임병들의 횡포로 인해 사망했지만 국방부는 자살자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순직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와 군의문사위에서 사망구분에 대한 사항을 재심의할 것을 권고했지만 국방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오로지 순직자로서 국립묘지에 안장되기만을 바랐지만 국가는 유가족들의 바람을 철저히 외면했다”고 분노했다.

군 자살자들의 비애

지난 9월22일 김씨는 <사건의내막>과의 인터뷰에서 회한 섞인 눈물을 쏟아내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원입대했던 아들을 죽음으로 내몬 국가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또한 석연치 않은 사건정황과 현장검증, 군 관계자가 유가족에게 화장을 권유하고 사건 발생 2달도 안 돼 부대건물을 개축하는 등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짙은 의혹을 제기했다.

故 김 일병 아버지 “아들은 군 복무 중 선임병들의 구타.가혹행위와 지휘관들의 관리소홀로 인해 사망했지만 국방부는 ‘자살자’라는 이유로 순직처리 않고 있어” 분개


▲ 고 김승환 일병의 생전 모습.     © 브레이크뉴스
고 김승환 일병은 2004년 8월 기술특기병으로 군에 자원입대한 후 논산훈련소를 거쳐 파주에 있는 육군 ××보병사단 ××연대 1대대 2중대에서 박격포병으로 복무하던 중 2005년 2월25일 새벽 6시 55분경 2중대 막사 화장실에서 목이 졸려 사망했다. 당시 조사를 맡았던 ××사단 헌병대 수사기록을 종합해 보면 김 일병은 사건 당일 불침번(새벽 4시 15분부터 6시 30분) 근무 중 새벽 5시경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운 사실이 선임병인 천모 일병에게 발각돼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는 말을 들은 후 막사 화장실 내 용변기 출입문 상단 쇠파이프에 자신의 전투화 끈으로 목을 맸고, 이를 6시 8분경 5분대기조 정모 병장이 발견해 6시 30분경 사단 의무대로 후송했으나 6시 59분 사망했다.

헌병대는 선임병들과 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고인은 선임병들로부터 거의 매일 욕설과 인격모독, 반성문 작성 강요, 구타 등을 당하면서 군 생활에 회의를 느껴 보직변경을 요청했으나 관철되지 않았고 이런 가운데 선임병에게 불침번 근무시 담배를 피운 사실이 발각되자 심한 정신적 중압감과 절망감을 느낀 나머지 유서 1매를 써놓고 스스로 목을 매어 사망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김 일병의 유가족은 타살가능성을 제기, 사망의 원인과 경위에 대한 진상규명을 밝혀줄 것을 인권위와 군의문사위에 진정했다. 이와 관련, 김씨는 “헌병대 조사와 아들이 남긴 유서를 보고 승환이가 고참들에게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는지 알게 됐다. 이런 이유로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2월21일에는 행정보급관이 아들을 a급 관심사병(자살우려자)으로 보고하기도 했다”며 “승환이는 우울증이 심화돼 자살한 게 아니라 고참들의 횡포와 부대의 무관심에 의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아들의 비고를 알게 된 것은 2월25일 새벽 6시경 군 대대장의 전화통보를 받으면서다. 군 대대장은 김씨에게 “김승환 일병이 사고를 당해 병원에 후송 중”이라는 통보만 했을 뿐 정확한 사건경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아내에게 아들의 사고 소식을 알렸고 큰 사고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불안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몇 분 후 대대장은 또다시 전화를 걸어 “김 일병이 사망한 것 같다. 부모님이 빨리 병원으로 오셔야 할 것 같다”고 전했고 김씨는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 물었지만 대대장은 잘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것. 당시 울산에서 살고 있었던 김씨 부부는 오후 1시 40분경 아들이 있는 육군 △△병원에 도착했다.

그러나 승환씨는 이미 싸늘한 시신이 되어 영안실에 안치돼 있었다. 아들의 목에는 끈에 졸린 것 같은 멍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고 온몸에도 멍 자국이 가득했다. 아들의 허망한 죽음에 비통함도 잠시 곁에 있던 헌병대에게 아들이 어떻게 죽게 됐는지를 물었고 그로부터 “고참들이 횡포를 부려 자살했다. 김 일병을 괴롭혔던 고참들을 몇 명 데려다 조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오후 3시경에는 유가족과 군 수사관(헌병대 수사과), 국방과학수사연구소 현장감식반이 참여한 가운데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타살.유서조작 의혹 등 의문투성이”

김씨는 현장검증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고 했다. 현장검증 당시 화장실 천장에 현장검증에 참여하지 않았던 헌병대 관계자의 지문이 묻어 있었다는 것. 그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헌병대에 따져 물었으나 현장관계자들은 “조사과정에서 그럴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고 한다.

또한 목을 맨 천장과 바닥 높이는 189cm로 아들의 신장 181cm에 군화 높이와 받침대(두 개의 세면대야) 높이를 합하면 194.5cm가 돼 발이 바닥에 닿았을 것인데 어떻게 목매에 죽는 것이 가능할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다. 현장에서 발견한 아들의 유서도 생전의 아들 필체와 다르다는 점에서 조작가능성을 제기했다.

유가족들은 김 일병이 목을 맬 당시 입었던 옷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헌병대가 가져온 옷은 군복과 내복, 속옷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군복과 속옷은 젖지 않았고 내복만 젖어 있었다는 것이다. 군 수사기록에 따르면 새벽 6시 5분경 선임병 정모 병장은 화장실에 갔다가 안쪽 5번째 용변실 입구 문틀에 목매어 있는 고인을 발견하고 일직사관에게 보고했고 사관은 커터 칼로 끈을 끊은 후 고인을 화장실 바닥에 눕혀 구급차가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김씨는 “일직사관이 승환이를 화장실 바닥에 눕혀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때 군복이 젖는 게 맞는데 내복만 젖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검감정서       © 브레이크뉴스

김씨는 사건 당일 새벽 5시부터 5시 5분 사이에 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는 선임병과 소대장의 진술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선임병은 새벽 5시경 고인이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운 것을 알고 ‘근무 중에 담배를 피우면 되느냐, 일어나서 보자’는 꾸중을 한 후 바로 잠이 들었다는 것. 그 시각 5분대기조로 소대에서 잠을 자던 소대장은 고인에게 물을 떠오라는 심부름을 시켰고 물을 마신 후 고인에게 시간을 물으니 5시 5분이라는 말을 듣고 다시 잠을 잤다는 것이다.

그는 “식수는 행정반에 있는데 그곳에서 근무하던 병사들은 승환이를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헌병대에서는 화장실 물을 떠다 소대장에게 준 게 아니겠느냐고 의혹을 일축했다”며 “일병을 단지 얼마 안 된 사병이 소대장에게 화장실 물을 가져다 줬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또한 5분 사이에 두 가지 일이 일어났다는 건데 같은 내부반에서 잠을 잤던 두 사람이 이를 몰랐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아들의 자살에 더욱 의문을 갖게 된 것은 사고 전날 아들과 통화할 때 어떠한 자살징후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2월24일 오후 5시경 아들은 부대 내에 있는 공중전화로 “이유는 묻지 말고 돈 5만원만 보내 달라”고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평소와 다른 아들의 말투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계좌로 보내주겠다”고 말한 후 끊었다고 한다.

그는 “몇 시간 후면 죽을 아이가 부모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할 수 있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아들이 100일 휴가를 나왔을 때도 군대에서 어떤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지 내색을 하지 않아 잘 지내는 줄로만 알았다는 것이다.

김씨의 설명에 의하면 승환씨는 외아들로 태어났지만 성격이 털털하고 남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주위에 친구들이 많았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봉사동아리에서 활동해 여러 차례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는 것. 이러한 승환씨의 성품은 군 생활지도기록부와 여러 동료들의 진술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에 따르면 고인은 논산훈련소와 주특기 교육과정에서 책임감과 복종심이 강하고 성격은 급하지만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활발하게 생활했고 ××사단에 전속되어 자대배치를 받기 전까지 밝은 성격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평소 아버지에게 속내를 잘 털어놨기 때문에 아들이 군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사건이 있기 몇 주 전에 고등학교 동창들이 아들을 면회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승환이가 힘들다는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 만약 알았더라면 아들이 죽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의사’로 판정, 순직 제외돼

김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여러 의혹을 제기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부검소견상 경부에서 목을 매고 있던 끈과 일치하는 삭흔 외 특기할 손상을 보지 못하고 경부 외의 신체부위에서 방어손상이나 저항손상과 같은 폭력의 근거 또는 사인이 될 수 있는 손상을 보지 못하는 등 타살의 가능성을 고려할 만한 소견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인을 ‘의사’로 판단했다.

유가족 “선임병 구타.욕설에 목숨 끊고 국가 외면에 또 한 번 피멍 들어”


헌병대 수사에서 몇몇 선임병들이 고인에게 구타, 가혹행위를 했고 이로 인해 우울증이 심화돼 자살에 이르렀다는 점이 드러났으나 현행법상(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5항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 유공자 등록 제외 사유로 규정) 전공사상처리규정에서 자살자를 배제한다는 원칙에 따라 김승환 일병은 순직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사단 헌병대는 가혹행위를 한 선임병들과 이를 묵인, 방조한 지휘관들을 징계 처분했다. 하지만 징계내역을 보면 대대장은 경고를 받았고 중대장 견책, 소대장 견책(감경)과 서면경고, 부소대장은 근신 5일을 받았다. 폭행을 가했던 5명의 선임병은 영창 15일과 8일, 휴가제한 3일 처분에 그쳐 유가족들의 원성을 샀다. 

김씨는 “유가족이 의혹을 제기했지만 헌병대 관계자는 ‘유가족 측에서 자꾸 의심하면 이는 신밖에 모르는 일’이라며 단순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아들이 군 복무 중에 사망했기 때문에 당연히 국립묘지에 안장될 줄 알았지만 군에서는 자살일 경우 순직처리가 안 된다고 말했다”며 씁쓸함을 나타냈다.

그에 따르면 유가족이 사망경위와 원인에 문제를 제기하자 헌병대 관계자가 “군 자살자가 발생할 경우 흔히 고인의 잘못, 즉 개인적 문제나 부모 이혼 등 가정환경에 책임을 돌리지만 김 일병은 고참들이 횡포를 부려 자살했다고 사건조사서를 써줬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가라”고 말했다는 것.

김씨는 실제로 헌병대 수사기록을 들고 군 법무관 출신의 한 변호사를 찾아갔고 변호사는 “사건 발생 후 일주일 안에 군부와 합의(순직처리)를 보지 않으면 사실상 보상 문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군 관계자들은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도 없이 ‘자살’로 판단해 책임을 회피했다. 더욱이 승환이를 화장하도록 권유하는가 하면 아들 천도제를 지내고 4월에 다시 부대를 찾았을 때는 부대건물을 개축해 사고현장이 없어져 버렸다”며 “이게 바로 증거인멸이 아니고 무어냐”고 성토했다.

그는 아들이 사망한 후 어떻게 알았는지 모 인권단체 관계자가 도와주겠다고 접근하며 아들을 화장할 것을 권유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든 일을 맡겼지만 결국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단체는 군 첩자 노릇을 하며 시신을 화장해 증거를 인멸하고 시간을 끌어 오히려 사건해결을 방해했다”며 “그들의 정체를 알았더라면 아들을 결코 화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승환씨는 올해 3월 초 화장된 후 벽제화장장(서울시립장묘문화센터) 제7봉안소에 안치돼 있다. 김씨에 따르면 이곳에는 승환씨를 포함해 40여 구가 안치돼 있는데 1988년 2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벙커에서 권총상(傷)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된 후 의문사 처리된 고 김훈 중위도 안치돼 있다고 한다.

김씨는 “사고 후 군에서 위로금조로 500만원을 주겠다고 했지만 받지 않았다. 우리는 돈이 아닌 아들이 국립묘지에 안장돼 명예회복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며 “이를 위해 인권위와 군의문사위에 진정을 제기해 사망구분에 대한 재심의 결정을 받았다. 국방부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행정심판 등 법적소송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군 내부 가혹행위 폐해 심각

고 김승환 일병을 죽음으로 몰았던 선임병들의 구타 및 가혹행위는 인권위와 군의문사위가 진행한 조사기록에도 잘 나타나있다. 두 단체는 고인의 사망원인에 대한 쟁점 사항, 즉 고인의 부대생활과 고인이 직접 구타?가혹행위를 당했는지 여부, 지휘관의 관리소홀 여부, 고인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의 발병 또는 악화여부와 관련해 유가족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군 부대원들의 진술서.       © 브레이크뉴스

국방부 “전공사상자처리규정 등 관련법 개정 검토, 아직 결정된 사항 없어”

인권위는 2007년 1월2일 결정문을 통해 “망자는 2005년 8월 입대한 후 사망 직전인 2월20일에 이르기까지 약 4개월간 다수의 선임병으로부터 업무수행과 내무생활 과정에 상시적으로 폭언?질책 등의 가혹행위를 받아온 바 고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개연성이 높다”며 “중대장 등 지휘관들은 망자가 선임병으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가혹행위를 당하였음에도 망자 또는 가혹행위를 한 선임병들을 다른 부대로 전출명령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에 직무태만행위를 했다고 보여진다”고 소견을 밝혔다.

인권위는 망인이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를 탓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점과 판례에서도 의무경찰이 상급자들의 질책과 언어폭력 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발병돼 자살에 이른 사건에 대해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점(대법원 2004.5.14 선고) 등을 들어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와 지휘관의 직무태만 행위로 인해 망인이 인내하기 힘든 고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며 “망자의 사망구분은 자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순직에 가깝다”고 밝혔다.

군의문사위는 올해 6월5일 결정문을 통해 “김승환은 선임병들의 상습적인 구타?가혹행위, 언어폭력, 인격모독 등으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스테레스를 받은 나머지 주요우울장애가 발병하였고 자살우려가 있는 보호관심사병으로 판명되었음에도 부대 지휘관의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한 결과 주요우울장애가 악화돼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인정한다”고 유가족 측의 진정을 받아들였다. 이에 군의문사위는 “이 사건에 대해 국방부 장관에게 망 김승환의 사망구분에 관한 사항을 재심의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선임병들의 진술을 통해 드러난 부대 내의 구타 및 가혹행위의 실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고인은 소속부대 전입 후 간부들과 선임병들에게 잘 웃는 병사로 인식되는 등 모든 일을 열심히 하려 했지만 취침 때 코를 골거나 말을 더듬고 실수를 반복하는 등의 일로 선임병들에게 ‘고문관’ 취급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반면 후임병에게는 따뜻하고 자상한 선임병으로 평가받았다.

구타를 일삼았던 한 선임병은 2004년 12월 중순경 야외화장실에서 고인이 총기에 공이를 경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야 똑바로 안 할래, x발 새끼야”라고 욕설을 한 후 공이를 고인의 가슴에 던져 폭행했고, 2005년 1월경에는 망인이 판초우의를 분실했다는 이유로 전투모로 망인의 가슴을 가격했다.

다른 선임병의 경우 2004년 10월 말경 일석 점호 시간에 고인이 웃었다는 이유로 “야이 x발 새끼야. 개쓰레기 같은 새끼야! 내가 니 친구냐”는 폭언을 했고 이후에도 “너 같은 새끼는 처음 본다, 꺼져! 개쉐끼야, 내 눈에 보이면 죽는다”는 욕설과 “병신새끼야 너는 이등병보다 못하냐, 니네 포반 전원 장비 매고 뺑뺑이 돌고 와”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또한 고인이 불침번 근무 시 졸았다는 이유로 오전 동안 관물대를 보고 앉아 50분 참선하고 10분 반성문을 작성하게 하는 등 고인은 각종 구타와 언어폭력, 인격모독 등 가혹행위를 감내해 왔다는 게 동료 병사들의 일관된 진술이었다. 

그러나 인권위와 군의문사위는 유가족측이 제기한 타살 의혹과 유서조작 가능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군의관이 망자는 부대막사 화장실에서 목이 졸려 심폐정지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 점과 망자의 목에 전투화 끈 굵기 정도의 줄로 조인 흔적이 나타나고 타박상 등 방어흔적으로 보이는 특별한 외상이 없는 점에서 타살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또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결과 타살의 가능성을 고려할 만한 소견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소견을 피력하고 망자의 유서필적 감정결과 망자의 필적과 동일하게 감정한 점, 망자의 유서에 선임병의 인격모독 등 심한 횡포 때문에 자살하게 되었다는 요지의 내용을 기재한 점, 달리 망자가 타살되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점에서 기각처리했다.

군의문사위도 인권위의 판단에 의견을 같이하며 “망인의 사망현장을 최초로 발견한 정모 병장 외 33명의 진술이 일관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유서가 조작되거나 사망의 원인에 의문이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소견을 나타냈다.

“군 자살자 법 개정 검토 중”

김씨는 “아직 민사는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몇 년이 됐든 국가를 상대로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다른 유가족들은 자신보다 더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군경협 회원 중에는 10년 넘게 국방부를 상대로 싸우고 있으며 일부 유가족들은 사인이 규명되지 않아 1년 넘게 군통합병원 영안실에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는 것.

그에 따르면 군경협에는 30여 유가족들이 회원으로 있는데 ‘의사’가 대다수이고 나머지는 총상사고다. 김씨는 승환씨처럼 ‘의사’로 처리된 회원 가운데 2005년 4월 부대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rotc 출신 고 손상규 중위의 사연을 소개했다.

××사단 ××연대 2대대에서 정보장교로 근무했던 손 중위는 4월4일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영’ 의혹을 받다가 부대 뒷산의 나무에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군부대는 손 중위의 사인을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밝혔으나 유가족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특히 손 중위가 당시 신고 있는 흰색 운동화에 흙이 하나도 묻지 않았고 평소 잘 걸지 않던 군번줄을 발견 당시에는 걸고 있었던 점, 휴대전화에 지문이 하나도 묻어 있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가족은 국가를 상대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손 중위는 아직까지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못했다.

김씨는 “군 복무 중에 사망한 사고를 국가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데 누가 자식을 군대에 보내려 하겠느냐”며 “한 해에 20~30명의 장병들이 자살로 숨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군 내부의 구타 및 가혹행위 엄단과 전공사상자처리규정에 대한 법률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승환이가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권위.군의문사위 “선임병들의 가획행위와 지휘관의 직무태만 행위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 받아 우울증 발병, 심화로 자살에 이르렀다” 판단

현행법제상 군인의 자살에 대한 실질적인 국가책임을 인정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국방부는 자살처리자에 대해 위로금 형식으로 500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28일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복무 중 자해로 인하여 사망한 사람’을 안장 제외 대상으로 규정한 조항이 ‘복무 중 전사 또는 순직외의 사유로 사망한 사람’으로 개정되면서 부대 내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해 자살을 택한 장병들도 국방부와 경찰청이 ‘순직’으로 인정한 경우에 한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게 됐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6월19일에는 단순자살(8명) 및 사고사로 처리됐던 군경 14인의 유해가 최초로 국립묘지에 합동 안장됐다. 그러나 국방부 소속의 자살자들은 제외됐다. 구타나 가혹행위 등 군 내부적 문제로 목숨을 끊은 자살자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 자살로 처리한 국방부의 방침에 문제를 제기하며 전공사상자처리규정에 대한 개정필요성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방부도 한 발 물러나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고 김승환 일병 조사를 맡았던 군의문사위 특별조사팀 조세국 조사관은 “6월 재심의 결정이 난 후 다음달 결정문을 작성해 국방부에 사망구분 사항에 대한 재심의를 권고했다”며 “아직 국방부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권고는 하지만 언제까지 답변을 줘야 한다는 기한은 없다”고 말했다.

군의문사위 홍보팀 이민우씨는 “진상규명된 사건은 87건인데 재심의를 관계부처에 요청한 건은 총 73건이며 이중 39건이 자살자 사건이다. 자살 사건의 경우 모두 구타 및 가혹행위, 즉 집단따돌림, 상습구타와 언어폭행, 성추행 등 부대에서의 잘못된 행위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군 내부 문제로 자살한 경우 경찰청과 법무부와 달리 유독 국방부에서만 순직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과 관련해 그는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국방부에서 개정을 검토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진행된 것은 없다. 군의문사위도 재심을 요청할 뿐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국방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걸로 끝난다”고 말했다.

육군본부 인사처리과 전사망계 담당자는 고 김승환 일병에 대한 군의문사위 재심의 권고에 대해 “이달에 심사를 했는데 똑같이 ‘자살’로 결정이 났다. 곧 ‘의문사’로 다시 통보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의 자살자 순직제외 방침에 대해서는 “국방부의 지침을 따를 뿐 여기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 “최근 자살자 처리와 관련해 사망구분 심의에 대한 훈령이 개정된다고 해서 잠시 보류했다가 이달부터 다시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개정된 부분은 없는데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려면 개정권한을 가진 국방부에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국방부 공보과 관계자는 ‘전공사상자처리규정’ 개정문제와 관련해 “아직 검토 중이며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일축했다. 국방부에 공문을 보내 자살자 처리 문제에 대한 자세한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했으나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다.
 
취재 / 임민희 기자  bravo1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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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르느 것이 2011/03/24 [17:42] 수정 | 삭제
  • 정말 모지란사람이
  • 재민아버지 2008/10/19 [23:19] 수정 | 삭제
  • 아버님 힘내세요....
    그리고 끝까지 싸워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자식의 한을 풀어 명예를 회복하고 자식을 국립묘지에 안장할때까지 힘드시더라도 용기를 잃지마시길 바랍니다.
  • 재민아버지 2008/10/19 [23:10] 수정 | 삭제
  • 이분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사람입니다. 망자가 왜 자살했을까요?.... 모지란님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고 글을 올린것인가요... 혹, 모자라신분 아닌가요? 누가 죽음으로 몰아갔을까요? 깊게 생각해보자구요........ 군에가서 질병으로 사망했는데 "질병을 숨기고" 군에 와서 죽었기때문에 군과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는게 이나라 대한민국인데 이 나라를 믿으란 말입니까 모독 좋아하시네... 웃기지 마시요... 모지란놈....
  • 모지란 2008/10/12 [22:45] 수정 | 삭제
  • 전쟁수행을 대비해서 불굴의 투지와 인내를 길러야할 군인이 가혹행위 등 여타사유로
    자살하는것은 국가에 손해를 입힌것인데 유공으로 인정하여 국립묘지에 안장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고, 기 안장되어있는 순국 선열에 대한 모독이다
    자살 군인 유가족의 아픔이야 어찌 말로 다 할수 있을것인가 그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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