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놀라운 일이 펼쳐진다. 영화 <엘리제>에 등장하는 노교수의 친구이자 극중 풀리처상을 수상한 시인(데니스 호퍼 분)이 한 말이다.
영화 <그녀에게>를 연출한 스페인의 명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를 떠올리는 이 영화 <엘리제>는 남들의 불행과 전혀 무관한 듯 보이는 우리가 미래로 그려가는 장밋빛 청사진이 시한부 선고 등으로 인해 한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져갈 때 반응과 함께 비로소 아름다운 내면을 깊이있게 통찰해왔던 이자벨 코이셋 (isabel coixet)감독의 신작이다.
이러한 이유는 공교롭게도 얼마 전 비명해 간 배우 최진실의 출연작과 맞닿아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영화 <고스트 맘마>를 떠올리는 영화 <나 없는 내 인생>에서 감독은 스물 세 살에 두 아이의 엄마로 평범하게 살다가 어느날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남은 가족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한 여인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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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드라마 <장밋빛 인생><연애시대>를 떠올리는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 '바스티유'편에서는 이혼 직전의 한 남자가 백혈병에 걸린 부인의 병간호를 하면서 뒤늦게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된다는 스토리로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올해 9번째로 열리는 '메가박스 유럽영화제' 특별전으로 초청된 영화 <엘리제>는 퓰리처상 수상작가 필립 로스의 단편소설 <the dying animal>을 원작으로 하는 동시에 우리의 귀에 익숙한 베토벤 사후 유명해진 피아노 소품곡 '엘리제를 위하여'의 연애담과 무관하지 않다.
솔로를 고집하는 한 노교수와 여제자의 사랑을 그린 영화 <엘리제>는 '마에스트로' 베토벤이 유일하게 청혼했던 빈 사교계의 미녀, 테레제 폰 마르파티와 애닯던 사랑처럼 라디오 프로그램의 dj와 문학비평서까지 펴내며 남들의 인생을 상담해오던 노교수가 어느날 섹시하고 풋풋한 제자와 열정적인 사랑을 하게 되면서 겪게되는 집착 그리고 진정한 '성인'(?)으로서 성장통을 그렸다.
두 사람의 만남은 파티를 통해 극적으로 이뤄진다. 비록 '마에스트로' 베토벤의 연주와 비교할 수 없지만 그녀의 첫 소원은 잠자리와 여자 정복을 목적으로 하는 노교수의 피아노 연주를 이끌고 정열적인 라틴음악에 맞춰 탱고를 추는 쿠바 출신의 제자와 자유분방한 사랑은 이후 두 사람 사이의 문화적, 세대적 갈등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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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는 국내팬들에게 <바닐라 스카이>로 알려진 페넬로페 크루즈를 세계적인 영화제 '레드카펫'에 올린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귀향>에서 멋진 연기처럼 극중 노교수가 그녀의 외모로 인해 숨겨진 내면을 찾지 못했듯 관객들에게 세계적인 톱스타의 연기 매력을 발견하게 한다.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요구하고 '진정 사랑하느냐'는 극중 콘수엘라(페넬로페 크루즈 분)의 물음은 지금 막 사랑을 시작하거나 연애중인 사람들에게 영화 후반부 눈물을 자아내는 반전 에피소드와 같이 극중 노교수가 집착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험난한 역경 속에 존재감이 있는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음을 희망적으로 제시해준다.
특히, 결혼 등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이성친구와 20여년 간 잠자리를 해온 자유연애주의자 노교수는 불현듯 다가 온 시인친구의 죽음과 자신과 진실한 사랑의 결실을 맺어 결혼하고 싶어하는 콘수엘라로 인해 즉흥적인 연애행각을 멈출 수 있을까.
로맨스 영화 특유의 남녀간 밀고 당기기와 엇갈림을 잘 표현해 낸 벤 킹슬리는 극중 젊은 배우들 이상으로 사랑의 격정에 빠진 '회춘' 훈남의 역을 잘 소화해냈고, 다양한 컬러로 남자에게 궁금증을 자아내는 여인 콘수엘라로 변신한 페넬로페 크루즈의 연기 호흡도 성공적이다.
극중 노교수와 비슷한 자유연애를 펼치다가 그에게 사랑에 관한 전환점을 제공한 시인 역으로 변신한 명배우 데니스 호퍼와 매번 만날 때마다 촌각을 다투는 정사를 벌이고 사라져가는 이성친구 역 소냐 베넷의 감초 열연도 훌륭하다.
기온이 뚝 떨어진 가을, 영화는 참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관객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상영작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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