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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선언통해 北측에 실무회담 제의해야”

[인터뷰]이장희 “남북 역사성.미래성 무시, 주도권 미에 넘겨줘”

임민희 기자 | 기사입력 2008/11/09 [10:37]
직격인터뷰 이장희 교수 북한 테러지원국해제 그 후 

“남북관계 경색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이라는 대북정책에서 비롯…북한 테러지원국 해제로 북미정상화 물꼬 튼 만큼 이 대통령이 6.15, 10.4선언 이행 위한 실무회담 북측에 제의해야” 
 
(사)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이장희 한국외대 법과대학 교수는 남북관계가 경색된 근본원인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있음을 지적,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로 북한도 핵불능화 재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정책 특별선언’을 통해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을 구체적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실무회담을 북측에 제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은 지난 10월28일 이장희 교수를 만나 남북관계 경색국면과 해법, 남북.북미관계 전망을 들어봤다.
 
▲ 이장희 교수     ©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
 
<다음은 이장희 교수와의 일문일답>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교류중단과 단절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을 불러온 근본원인은 무엇인가.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장 큰 요인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 정책에 있다. 이 정책의 핵심은 핵문제와 남북경제협력, 핵문제와 남북교류를 경직된 논리로 연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나친 상호주의를 내세우고 지난 정권에서 추진했던 포용정책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남북정상이 만나 민족의 자주성과 평화통일 의지를 확인한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등 남북관계의 역사성과 미래성, 철학성을 무시하면서 남북관계는 악화됐고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미국에 빼앗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현 정부는 말은 실용주의를 표방한다고 하지만 이는 실질적인 실용주의가 아니다. 남북 간의 실용주의라면 교류협력이 잘되고 평화체제가 유지돼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이 노리는 남북 간의 공영과 상생은 현 남북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정책이다.

-남북한은 현재 거의 모든 교류협력 창구가 단절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북?미 간 비핵화 문제 진전과 6자회담 재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명박 정부 내에서도 '대북강경정책 선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 정부가 갑자기 대북정책을 바꾸기는 힘들 것이다. 아무래도 자기 자존심 문제도 있고 자신들을 지지하는 여러 정치적인 세력들에게서 오는 압력과 중압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을 떠나서 이명박 정부가 민족과 역사 앞에 정직하게 정책변화를 해야 할 때다. 예전에도 북한이 핵불능화를 시작했던 시기에 기회가 있었지만 흘려보냈고 이번이 2번째 기회다. 미국도 어찌됐든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면서 북?미 정상화의 물꼬를 텄고, 북한도 핵불능화를 중단했다가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과정은 1단계 신고, 2단계 불능화, 3단계 핵폐기인데 현재 2단계 핵불능화를 마무리할 여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정책 특별선언’을 통해 6.15와 10.4선언을 존중한다고만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실무회담을 북측에 제의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내건 ‘비핵 개방 3000’이라는 대북정책은 ‘핵폐기가 아니면 북한에 대한 모든 남북경제협력은 중단한다’는 경직된 연계논리와 지나친 상호주의, 지난 정권에서 추진했던 포용정책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처럼 남북관계의 역사성과 미래성, 철학성을 무시하면서 지난 10년간 쌓아온 남북한의 신뢰를 무너뜨렸고 한반도 문제의 모든 주도권을 미국의 손에 고스란히 넘겨주고 말았다.”

-현 정부가 지금의 대북정책을 고집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보나.
▲이 기회를 놓친다면 이명박 정부는 민족 앞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현 대북강경 기조를 고수해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되고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되찾아 오지 못한다면 남북한은 과거 냉전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전협정과 관련된 당사자들, 남북한과 미국, 중국은 1979년 중?미수교, 1992년 한.중수교를 했고 남은 것은 미국과 북한인데 이번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로 걸림돌이 없어졌기 때문에 남북평화체제 구축에 필요한 기초토대가 마련됐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이 시기에 해야 할 일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기 위한 협상을 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 민간단체가 북한에 돈과 전단지를 담은 일명, 삐라를 대거 살포하면서 북한의 반발을 사고 있다. 북한당국은 삐라를 계속 살포할 경우 개성공단사업 중단은 물론 군사적 행동까지 경고해 우려가 높다. 
▲대북 전단 살포행위는 남?북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역사를 퇴행시키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탈북자 관련 인권단체들은 삐라를 살포해 북을 자극하고 있는데 그런다고 해서 북한이 갑자기 민주화가 돼서 주민들이 인권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남북관계 악화는 개성공단 사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고비용 저효율 때문에 개성공단에서 괄시를 당하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근로자 부족이다.
 
이곳에서 북한근로자 3만3000명이 일을 하는데 남북 간 교류중단으로 근로자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초 예정된 기업입주도 늦어지고 있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새로운 개혁개방을 위한 실현장이자 통일교육의 장이다. 또한 남한 사람들도 개성공단을 통해서 북한을 이해하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될 경우 개성공단이 폐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남북 간 갈등의 골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 우리가 바라는 포용정책은 잘한 점은 지지하고 잘못된 점은 대화를 통해 설득시키는 평화정책이다. 즉,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일원이 되고 개혁개방을 통해 발전할 수 있도록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곧 남북이 상생하는 길이다. 그러나 지금의 행태는 남북이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린다거나 선제공격 발언을 하는 잘못된 양상으로 가고 있다.
 
남한 정부가 포용정책을 수용해 진정으로 마음을 연다면 북한은 대화에 응할 것이다. 문제는 개혁개방은 바로 체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이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가질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인데 북한의 이러한 입장을 이해하면서 점차적으로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지난 60년 동안 북은 북대로 살아남기 위해서 민족의 자존을 세웠고, 남한 또한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 이제는 서로의 약점을 비방하지 말고 상대의 역사를 존중, 합심해서 평화공영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미국의 북 테러지원국 해제가 갖는 의미와 향후 동북아 정세는 어떻게 변화할 거라 보나.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미 간의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정치.군사적으로 북미 정상화의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경제적으로는 무기수출통제법, 수출관리법, 국제금융기관법, 대외원조법, 적성국교역법 5개 법률이 폐지됨으로써 전략물자거래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고 수출관리령에 의한 수출통제도 해제돼 북한의 무역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의 외자유치 및 차관도입도 보다 쉬워질 전망이다.

그러나 완전한 효과를 보려면 미국과 북한이 이를 성의 있게 협력해 나가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제재는 유엔안보리 제재나 대량살상무기 협정 등 국제법적인 제재가 아직도 11개가 남아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려면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테러지원국 해제로 6자회담 및 북미 정상화 물꼬를 트면서 동북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지금까지 동북아가 유럽이나 아프리카, 북미처럼 지역협력체계가 구축되지 못한 까닭은 한반도 분단 상황과 일본이 과거청산을 하지 않으면서 주변국과의 관계가 힘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6자회담을 핵문제에만 국한하지 말고 ‘동북아 다자안보회의’ 등으로 발전시켜 동북아지역의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미국 차기정부의 대북정책노선이 향후 한미, 북미관계에 적지않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미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의 당선이 유력시 되고 있는데 이 경우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해 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노선과 달라 향후 한?미관계에서도 현 정부의 입지가 상당히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기회에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정책 특별선언을 통해 포용정책을 인정하는 결단을 내려줬으면 한다. 또한 분단체제 극복을 위해 오늘의 모든 역사주체들은 여야, 정파, 해외를 떠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것은 분단체제 극복 없이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나 산업화도 없고, 동북아 평화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국가보안법, 집시법 개정을 통해 통일관련 진보단체들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일부 진보학자의 출판물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하는 등 공안탄압 의혹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진보성향의 평화, 통일관련 시민단체를 불온시, 수색탄압하고 있으며 북한방문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을 내세워 방북 불허자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마치 1970~80년대 독재권위주의 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공안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이는 조속히 시정돼야 마땅하다. 통일관련 단체 또한 사상이나 행동에 있어 투명성을 견지해 국민으로부터 오해소지가 없도록 언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정부가 지금처럼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잣대로 남북관계를 재단할 경우 단호하게 비판을 가하고 특히, 일부 보수언론들이 남북한의 갈등과 전쟁을 조장하는 것을 감시, 화해와 평화 지향적 보도를 하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
임민희 기자 bravo1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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