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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존재라는 유약함에 눈물을 흘렸다

죽음은 길고 긴 이별이라는데 충격을 받아 며칠간 열병을

문일석 시인 | 기사입력 2008/11/21 [15:39]
▲ 낙엽 속에 핀 꽃     ©브레이크뉴스

최근에 쓴 시입니다.

희망

태어남이 처음의 자연스러움이라면
죽음은 마지막으로 장엄한 자연스러움이다.

벽제 서울시립장제장을 취재하다가
화구를 볼 수 있었다.
죽은 사람들의 시신이 고열로 타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

화장터 굴뚝에선
희부연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육신이 그렇게 하늘로 증발하고 있었다.

죽음은 길고 긴 이별이라는데 충격을 받아
며칠간 열병을 앓았다.

아끼던 몸뚱이가 무(無)로 변하는 현장에서
삶의 끝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허무감을 느꼈고
어찌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모든 것을 부정해 버리고 싶었다.

누구나 죽으면 한조각 구름으로 변해
육신은 일순간에 해체되고 만다.

사람의 몸이 타면서 남긴 퀴퀴한 냄새
나도 모르게
존재라는 유약함에 눈물을 흘렸다.

영원으로 여행을 떠나는
영가를 위한 위령의식이
삶의 무게에 비해 너무 가벼워 부르르 떨었다.

죽음이 차디찬 얼음인양 냉혹하다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하나만으로도
살아 있음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짜릿짜릿한 행복이라는 것을

고인을 떠나보내는 조화 속의
한 송이 꽃은
생명이 곧 희망이라는 듯
붉게붉게 웃어보였다.(11/20/2008)

*필자/문일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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