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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팔씨팔하며 세상을 힘겹게 살았던 묘비없는 묘지

침묵과 남이 하지 않은 행동은 산자와 죽은 자 감별도구

문일석 시인 | 기사입력 2008/11/26 [10:52]
 
▲ 수석동  한강변

최근에 쓴 시입니다.
 
산자의 특권

후손들이 아무리 묘지를 잘 가꾸어도
묘지 속 선조들은 결코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다.

한번 둥그렇게 만든 묘지는 세월에 삭아 흙이 흘러내리고
잡풀이 무성해지더라도 둥그렇게 그 자리만은 지킨다.

망우리 공동묘지 길
친구와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산책을 했다.

세상을 살고 있을 때 정치인으로 떵떵거리던 사람
돈 자랑하며, 위세 등등하게 부자로 살던 사람
아름다운 시와 치열하게 소설을 썼던 유명 작가들
묘지는 묘 주인을 칭송하는 비문으로 빛났다.

씨팔씨팔하며 세상을 힘겹게 살았던
묘비 없는 묘지도 많을 것이다.

몇 번이고 그 길을 거닐어도
묘에서 벌떡 일어나 산 사람을 반기는 이적은 없다.
다만, 나를 포함해서 모든 산 사람들이
묘지를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죽은 사람들의 묘지는 아무 말이 없을 것이고
산자들은 자신의 가슴이 원하는 대로
무어라고 무어라고 외칠 것이다.

무작정 침묵과 남이 하지 않은 그 무언가의 행동은
산 자와 죽은 자를 감별해 주는 도구다.

산자여, 살아 있음의 특권을 누려라. (11/26/2008)

*필자/문일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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