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금융위기 와중에 세계 경제의 중심 월가에서 매도프 전 나스닥거래소 회장이 세계적 유명인사들과 유수의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오랜 기간 벌여온 '폰지(금융다단계 사기) 사건'이 최근 드러나면서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폰지게임(ponze game)'이란 채무자가 끊임없이 빚을 굴려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는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일각에는 다수로부터 돈을 빌려서 그 돈으로 대부업(?)을 영위하는 '금융산업' 자체가 본질적으로 '폰지게임'의 성격을 띤다는 주장도 있다.
<사건의내막>은 2008년 5월 발행된 518호 '미다스, 이제는 금융업까지 넘보나' 제하의 기사에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현란한 금융기법에 금융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 악화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같은 현란한 금융기법에도 조금씩 한계가 드러나는 실정이다. 그 중심에는 금호가 오랫동안 업계 1위를 장악하고 있으며 대한통운 인수를 통해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한 렌터카 사업이 있다.
금호렌터카의 핵심사업인 렌터카 부문을 대한통운으로 양도하고 남는 잔존 부채와 자산,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에 대해 <사건의내막>이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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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사업 빠진 금호렌터카는 ‘앙금 없는 찐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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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은 금호렌터카가 핵심사업을 양도하게 됨에 따라 2008년 2월29일 발행된 무보증 사채에 대한 상환능력이 불투명해졌다고 판단한 사채권자들이 금호렌터카를 상대로 2건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금호렌터카에서 렌터카 빼면…
금호렌터카는 지난해 10월31일 회사의 핵심사업인 렌터카 사업부문을 계열사인 대한통운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금호렌터카와 대한통운은 12월12일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금호렌터카의 '렌터카' 부분을 대한통운에 양도하기로 최종 의결했다.
양도대금은 3072억원이며, 이번 양도 결정에 따라 이삼섭 금호렌터카 대표이사는 대한통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택배업계 1위로 잘 알려져 있는 대한통운은 렌터카 업계 3위이기도 해서, 업계 1위와 3위 업체의 합병은 금호의 렌터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반면 금호렌터카는 핵심사업이 빠져나감에 따라 껍데기만 남게 된 상태로, 한국신용평가는 사업 양도가 확정되기 이전인 11월7일 금호렌터카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미확정 검토)로 조정하면서 주시목록(watch list)에 올렸다.
2008년 9월 금호렌터카가 자동차메이커 4사(현대·기아·gm대우·쌍용)로부터 차량대금 미납에 따른 신차공급 중단을 통보받았을 때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사채 신용등급이 핵심사업 양도와 함께 '요주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 신차공급 중단 사태는 관련 언론보도가 나온 직후 금호렌터카가 차메이커들에게 밀린 대금을 납입하면서 해소되었다.
금호렌터카는 이번 양도대상으로 '렌터카 사업과 관련하여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부채, 기타 모든 권리와 의무 일체'라고 밝혔지만, 영업 양도 후 잔존 자산은 275억원이고 잔존부채는 3065억5000만원으로 순자산가액은 마이너스 2789억7400만원이 된다.
특히 2008년 2월29일 발행된 무보증사채의 경우 앞서 언급한 '렌터카 사업 관련 모든 권리와 의무 일체'에 포함되지 않는 사항으로 간주된 것은 결정적이었다.
금호렌터카의 잔존부채 가운데 가장 큰 덩어리는 문제의 무보증사채 1000억원 외에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해 은행에서 차입한 1200억원과 대한통운 인수에 참여한 전략적 투자자들의 주식을 되사줄 권리인 '풋백옵션' 보장용으로 추정되는 비유동부채 816억원 등.
이 세 가지를 합치면 3016억원이어서 사업 양도대금으로 빚잔치를 하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고, 만일 금호렌터카의 주주들 가운데 일부라도 렌터카 사업 양도를 반대하면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약 750억원 추정) 부채상환도 다 못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금호렌터카 사채권자들은 대한통운을 상대로 양도받은 렌터카사업부문에 대한 '제3자 매각금지 가처분' 소송을, 금호렌터카를 상대로 해서는 '주식매수청구 대금지급 금지 가처분' 소송을 각각 제기해 놓은 상태이다.
금호렌터카 사채는 우리투자증권과 한누리투자증권(현 kb투자증권), 금호종합금융 등 3개 수탁기관을 통해 총 1200여 명에게 판매된 상태로, 한 금융기관의 경우 10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사채권자 측의 전언이다.
한 수탁기관 관계자는 "금호렌터카 쪽에서 일단 조기환매를 해준다고 했으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처음 이번 일을 접했을 때는 정말 황당했다"며 "일부 사채권자들은 '금호가 얼마나 돈이 급했으면 이런 엽기적인 일을 계획했을까' 하고 혀를 차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조기환매 공시가 나왔지만 환매일 이전에 관련 소송을 바로 취하해줄지 여부는 사채권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호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신뢰가 크게 훼손되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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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 못 밝히는 진짜 이유는? |
상황종료? 글쎄…
그렇다면 금호렌터카가 조기환매를 해주겠다는 발표로 모든 상황이 종료된 것일까? 금호렌터카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회사가 단독 기업도 아니고 그룹에 소속된 회사이기 때문에 공시한 것을 이행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믿어 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탁기관 관계자는 "원래 공시란 것은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것이지만 그 내용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불성실공시로만 규제를 받을 뿐 실질적인 제재수단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은 과연 금호렌터카의 주주 중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가 없으면 사업양도대금으로 부채 상환 여력은 충분히 채워지기 때문이다.
금호렌터카의 주주명단을 보면 금호석유화학이 전체 주식 기준 54.87%, 의결권이 있는 주식 기준 69.06%의 지분을 가진 가운데 금호리조트(전체 15.52%·의결권 19.54%), 레오퍼드파트너스(의결권 5.35%), kdb밸류제2호사모투자(의결권 4.68%) 등이 주요주주이다.
이밖에 금호문화재단(0.25% 이하 전체 기준)을 비롯해 박삼구 회장(0.12%) 일가인 박철완(0.24%), 박준경(0.13%), 박세창(0.13%), 박재영(0.11%), 박찬구(0.12%) 등의 주주가 있으며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22.03%는 전부 레오퍼드파트너스와 kdb밸류제2호사모투자가 나눠 보유하고 있어서 최대주주와 무관한 지분은 총 28.51%이다.
당초 사채권자들이나 이 문제를 지적했던 일부 언론들이 우려한 상황은 금호석유화학이나 금호리조트, 금호문화재단 등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주식을 팔아서 현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식매수청구권'은 사업양도에 반대해야 생기는 것이고, 과반 이상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 금호석유화학이 반대표를 행사하면 사업 양도 자체가 부결되기 때문에 금호석유화학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우려였다.
또한 금호리조트나 금호문화재단 아니면 박삼구 회장 일가가 주식매수청구권을 청구하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을 경우 터져 나올 사회적 비난을 생각한다면 현실적으로는 일어나기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물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반면 최대주주와 무관한 레오퍼드파트너스와 kdb밸류제2호사모투자의 경우 반대표를 제시해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명분과 그에 따른 실리가 충분하고, 실제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금호렌터카 측 복수의 관계자들은 모두 '렌터카 사업 양도와 관련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가 있느냐'는 질문에 정확한 대답을 회피했다. "없다"고 말하지 못했다는 것은 12월12일 임시주총에서 주식매수청구가 실제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한 금호렌터카 관계자는 '주식매수권 청구 주주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답할 수 없는 이유로 '주주와의 신뢰문제'를 들면서 곤혹스러운 목소리로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어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들을 제외하면 단 2개밖에 없는 금호렌터카 주주가 주식매수권을 청구했다면 그 사실을 밝히는 것이 과연 문제가 될 만한 구석이 있는 부분이냐는 점이다.
정리하면, 만에 하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자 중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이번 금호렌터카 논란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의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주간 <사건의내막> 553호 취재 /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 주식매수청구권, 대한통운의 경우 stx와 우정사업본부·유진투자증권의 차이는? 금호렌터카로부터 렌터카사업을 양수해 간 대한통운도 영업 양수를 위한 2008년 12월12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반대의결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를 받았다. 우선 금호아시아나그룹보다 훨씬 먼저인 2005년 10월부터 대한통운에 눈독을 들이며 침(?)을 발라놨던 stx그룹의 stx팬오션은 지분 5.86%를 총 2100억원(주당 8만9205원)에 대한통운에 한꺼번에 넘길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은 12월13일부터 1월2일까지였는데, stx팬오션은 마감을 이틀 남겨둔 12월30일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이로 인해 stx팬오션이 거둔 차익은 약 450억원으로, 연간 세전 수익률로는 8.43% 정도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주주는 stx팬오션이 유일하지만 대한통운 임시주총에서 렌터카 사업 양수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주주는 stx팬오션 외에 우정사업본부(지분 2.9%)와 유진자산운용(1.9%)도 있었다. 두 주주는 당초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할 때 재무적 투자자로 동참했던 기업들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지만 이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남길 방법들이 있기 때문이다. 렌터카 1위 금호렌터카, 3위 대한통운에 흡수 대한통운 보유 막대한 현금 유동성 활용 목적 주식매수청구 가격(주당 8만9205원)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한통운 인수 당시 매입 가격인 17만1000원보다 훨씬 적다. 재무적 투자자인 우정사업본부와 유진투자증권도 이 가격에 대한통운 주식을 매입했다. 대한통운은 오는 3월 유상감자를 실시할 예정인데, 시장에서는 유상감자를 위한 주식매수가격이 13만원대 정도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형 m&a가 진행될 때마다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 사이에 이면계약 형식으로 수익보장을 약속하는 '풋백옵션'이 대한통운 인수과정에도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굳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렇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던져진 두 재무적 투자자들의 금호렌터카 사업 양수 반대 의결은 이번 사업 양수도 계약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큰 화두를 보여준다. 금호렌터카 영업 양수가 과연 대한통운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인가 하는 본질적인 의문 말이다. 공식적으로는 "그룹 내 동일 사업군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이라는 정당한 목적을 내걸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오가는 계산은 결국 "대한통운의 현금 유동성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좀 끌어다 쓰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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