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령 65세의 할아버지 도박절도단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이들은 주로 여주인 혼자 운영하는 노래방이나 음식점을 빌려 가짜 도박판을 벌였으며, 돈으로 여주인에게 환심을 산 뒤 일정기간이 지나면 여주인에게 현금을 빌려 달아났다. 지방 소도시에서 시작된 이들의 범행은 날로 대담해졌고, 활동 무대 또한 전국구로 넓어졌다. 결국 울산남부경찰서는 할아버지 도박절도단 17명을 적발, 이 가운데 15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1명은 불구속 입건했으며 나머지 한 명(72)은 수사도중 노환으로 숨졌다. 할아버지 도박절도단 사건을 재구성했다.
노래방·음식점 여주인 상대로 현금 조달한 뒤 그대로 줄행랑
물색조·선수조 등으로 조직 구성…범행장소 사전답사 치밀함
지난 4월7일 울산 남부경찰서는 울산과 서울, 경기 등 전국 16곳의 노래방과 음식점 등에서 여주인을 상대로 6억5000만원을 가로챈 이아무개(75), 김아무개(58) 등 17명을 적발, 이 중에 15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1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나머지 1명은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 1월 노환으로 숨졌다.
평균나이 65세 도박절도단
경찰에 따르면 이들의 나이는 많게는 80세에서 적게는 45세로 평균나이 65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등은 지난 1990년대 초 전문절도조직을 조직한 뒤 지난해 말까지 전국 16곳의 노래방과 음식점 등 여주인이 운영하는 업소에 접근해 6억5000만원을 가로챘다.
대부분 70대 노인들로 구성된 이들은 값비싼 정장과 깔끔한 차림으로 업소 여주인에게 접근해 호감을 산 뒤 업주에게 임대료를 지급하며 도박장소를 제공받았고, 해당 업소에서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 판돈을 키워갔다.
범행 장소는 물색조가 선정했고, 두목의 지휘 아래 도박판에는 4명의 '선수'들이 투입됐다.
이들은 도박판을 벌인 지 나흘째 되는 날을 범행 날짜로 정하고 은행에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지 못했다며 업소 여주인들에게 수천만원을 빌린 뒤 피해자를 다른 곳으로 유인하고 달아났다.
절도단 결성 초기 이들은 주로 농어촌 다방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나 최근에는 중소도시의 시내 노래방이나 음식점 등 현금이 많고 호기심이 많은 여성업주 혼자 운영하는 업소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전국을 무대로 범행을 저지르고 다닌 이들은 지난해 12월10일 오후 2시께 울산시 남구 신정동의 모 노래방을 찾았다.
물론 물색조가 미리 파악해둔 범행 장소였다. 노래방은 여주인 김아무개(48) 혼자 지키고 있었으며 이들은 김씨에게 다가가 "머리를 식히기 위해 화투를 치려고 하는데 장소와 현금을 준비해주면 장소 임대료와 수표 교환 시 선이자를 떼어주겠다"며 접근했다.
장소 임대료와 수표 환전 시 선이자를 주겠다는 말에 현혹된 김씨는 이들의 제안을 수락했다.
이들은 김씨의 의심을 풀기 위해 매일 비슷한 시간에 노래방을 찾아 1시간여 동안 노래방에서 가짜 도박판을 벌였다.
이때마다 이들은 김씨에게 300만~1000만원권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 줄 것을 부탁했고, 도박판이 끝나면 현금을 다시 수표로 바꿔가면서 환전액의 10% 정도를 수수료로 주며 환심을 샀다.
돈으로 여주인 경계 무너뜨려
사흘 동안 김씨에게 임대료와 수수료를 꼬박꼬박 챙겨주며 의심의 벽을 무너뜨린 이들은 날이 갈수록 판돈을 키웠고, 김씨가 이씨에게 수표를 바꿔주기 위해 조달한 현금도 첫날 300만원에서 범행 마지막 날인 나흘째에는 2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어쨌든 도박절도단의 두목격인 이씨는 매일 돈을 딴 뒤 김씨에게 현금을 주고 다시 수표를 되찾아가는 일을 되풀이했다.
드디어 나흘째 범행날짜가 다가왔다. 이날 따라 이씨는 "오늘은 수표를 찾아오지 않았다"면서 여주인 김씨에게 2000만원을 빌린 뒤 그 돈으로 일행과 화투를 쳤다.
그동안 임대료와 수수료를 꼬박꼬박 챙겨준 탓에 김씨 또한 별 의심 없이 이씨에게 2000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이들에게 김씨는 범행대상에 불과했다. 김씨에게 건네받은 2000만원으로 화투를 치던 이씨는 공범들에게 일부러 돈을 모두 잃어주고 공범들 먼저 자연스럽게 도주하도록 도왔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이씨는 김씨에게 "오늘은 수표가 없으니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 갚아주겠다"면서 "내 비서가 인근 은행에서 내 도장을 기다리고 있으니 대신 도장을 좀 갖다 주고 돈을 찾아오라"고 시키고 김씨가 은행에 간 사이 그대로 달아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물색조와 선수조 등으로 조직을 구성해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장소를 사전에 답사해 폐쇄회로 tv 설치 유무를 확인하는 등 노인답지 않은 치밀함을 보였다.
또 전국을 무대로 범행을 저지른 만큼 전국적으로 추가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울산 남부경찰서측은 "할아버지 도박절도단은 성공한 사업가처럼 잘 차려입고 회장, 사장 등으로 가장해 여주인이 혼자 운영하는 노래방과 음식점 등을 골라 가짜 도박판을 벌여 업주를 혼란스럽게 하는 수법으로 절도행각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범행을 저지른 뒤 피해자들에게 '신고할 경우 도박을 방조한 혐의로 가게가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아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1990년대부터 범행을 시작한 이들을 검거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bobae38317@hanmail.net
노인범죄 10년 사이 4배 늘어
"인구도 고령화, 범죄도 고령화?"
강력범죄 저지르는 노인 나날이 늘어나 '충격'
'환갑'을 넘긴 노인들의 강력 범죄 증가율이 지난 10년간 4배 이상 늘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하 연구원)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 동안 전체 범죄자 중 61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1.85에서 4.3%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살인·방화·성폭행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노인의 비중이 크게 늘었으며 살인범은 3배, 방화범은 5배 증가했다.
또 교도소 등에 수감된 범죄자의 고령화 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갑'을 넘긴 수감자의 경우 1995년 202명에서 2008년 737명으로 3배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이에 비례해 노인범죄도 늘고 있다"면서 "정년퇴직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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