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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가족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고 특히 자식을 키우다 보면 때로는 별로 심하지 않은 병에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곤 한다. 어제까지 건강하던 아이가 아프다면 냉정하게 질병을 판단하고 치료하기 보다는 이거 무슨 큰 병 아닐까 지레 겁을 먹기도 한다.
몇 년 전 미국에 거주할 때 아이가 감기를 며칠 앓는 것 같더니 목 한 쪽에 조그만 혹이 방울 방울 나타나면서 급기야 퉁퉁하게 붓기 시작하고 식욕도 떨어져 숫제 음식에 손을 대지도 않기 시작하였다.
예약하기도 어렵거니와 빨리 진찰을 받으려면 더 돈을 내야 하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부리나케 직장에서 조퇴하고 병원으로 아이를 데려갔다. 증상으로 보건대 단순한 임파선염일 가능성이 전부였지만 의사가 설명해 주기 전까지 머리 속에서는 온갖 병명이 떠올라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미국인 의사는 친절하게 감기 후에 일어난 임파선염이므로 그냥 놔두면 저절로 나을 것이므로 특별한 치료는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부득불 우겨가면서 주사를 한 대 맞도록 하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사람의 몸에는 온몸을 연결하는 기관으로 크게 혈관계, 신경계 그리고 임파계(림프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몸 속을 흐르는 체액 성분으로 혈액은 혈관을 통해 흐르고 림프계를 구성하고 있는 림프선에는 혈액 외의 체액이 이동하는 통로가 된다.
주로 비타민이나 호르몬을 비롯해서 조직의 손상으로 발생한 노폐물이나 기초 대사물질, 영양물질 등 혈관 벽을 통과하기 어려운 큰 분자량을 가진 물질들을 수송하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신체대사와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림프선 중간에는 몸 안에서 발생한 여러 이물질이 혈관에 들어가서 전신으로 순환되기 이전에 확인하여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는 림프절이 있다.
바로 이런 림프절은 몸 전체에 약 500-600개 정도 있으며 주로 겨드랑이나 목 주위 그리고 사타구니나 가슴, 배 근처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림프절은 림프구를 만들기도 하고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가두어 버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 림프절에는 대식세포가 들어 있어서 미생물이나 박테리아 또는 이물질을 식균하는 작용을 한다. 여기에 림프절에는 t 세포와 b세포가 존재하고 있어서 우리 몸이 한번 몸에 해로운 이물질로 파악한 병균을 나중에도 계속 기억하고 있다가 언제든지 몸 안으로 들어오면 식균작용을 통하여 없애버리는 작용을 하도록 하여 우리 몸을 보호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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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전쟁이 나면 적군 비행기를 식별하고 미사일을 발사하여 나라를 지키는 요즘 말하는 레이더나 미사일 등을 포함한 방어시스템이라 생각하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병원체 같은 이물질이 체내로 들어오게 되면 면역 반응에 따라 림프절이 부풀어 오르는 증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앞서 말한 임파선염이다.
사실 이러한 림프절의 기능은 수천만 년 인간이 질병과 싸우면서 유전적으로 진화한 결과이기도 하다. 한의학에서도 주로 목이나 귀 뒤쪽에 생긴 림프선염을 나력이라 하여 오래 전부터 이를 인식하고 치료하기 위하여 노력해 왔다.
나력은 주로 몸이 약한 어린이들에게 흔히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이를 치료하기 위하여 칸사리딘을 함유하여 독성이 있으면서도 소염 및 진통작용이 있는 반묘(길앞잡이)를 사용하기도 하고 말린 꿀풀을 사용하여 치료하기도 하였다.
최근 한 서울대의 교수는 이 림프선 내에서 이제까지 발견하지 못한 특이한 물질을 확인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오래전 북한의 한 학자가 발표한 봉한관 및 산알인 것 같다고 주장하여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1960년대 북한의 한 학자는 한의학의 경락과 경혈의 실체를 발견하였다고 발표하여 노벨의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등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이 학설에 따르면 혈관 속에 봉한관이라는 가는 줄에 액체가 흐르며 그 액체 안에 있는 산알이 세포 재생 역할을 한다는 이론이었다. 하지만 이 학설은 학계의 관심에서 사라지게 되었다가 최근 한 학자에 의하여 다시 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앞서 언급한 림프절의 역할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많은 기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앞으로도 연구를 통하여 더 밝혀질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오랜 한의학의 경험을 덧붙이면 새로운 학문적 성과를 거둘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동서양의 지혜가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 송봉근 교수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장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원광대학교 한의과·동 대학원 卒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