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은 행동부터가 남달랐다. 옷매무새는 계절과 관계없이 분방하고, 눈은 초점을 잃었고, 혼자 길을 가면서도 주절주절 흥얼거렸다. 그러나 요즘에는 멀쩡한 정신으로 그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 헷갈린다.
한여름에 가죽 말 장화를 신은 젊은이들, 이어폰을 꽂고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거나 혼자 길을 걸으면서 헤실 거리는 사람들. 입가에는 귀에서부터 늘어진 줄이 달렸고, 손에는 반드시 휴대전화기가 들렸다.
남을 의식하는 것 따위는 낡은 유산이며 촌스런 사고라고 일축당하기 십상이다. 이상한 눈길이라도 보내면 문화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바보가 되고 만다. 뭐든 튀어야 살아남는 세상이고 보면 그건 사소한 일상일 뿐이다. 그런 이유로 미치는 것은 이미 생존과 성공 코드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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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벽에 걸려있는 옷가지들에 귀신들이 숨어있기 때문에 무서워서 옷을 향해 칼부림 하게 된다고도 했다. 일종의 피해망상에 의한 최후의 자기 구제 방법인데, 그에게 코뿔소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귀신으로 나타나는 그것은 평상시에 그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정신신경계에 이상이 감지되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한 사연이 있게 마련이란다.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닿아 사고력의 한계를 벗어나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미쳐버린다는 것은 신이 내린 피안의 처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구김 없이 편안하기만 한 얼굴, 이따금 알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내다가 곧 평화로운 얼굴이 되어 미소를 흘리는 조울증, 기타 고통에 붙잡힌 사람들……. 미쳐서 저리 평안을 찾을 수 있다면 차라리 미치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실제로 정신이상이거나 기억 상실에 걸린 사람에게 옛 기억을 되살려 주는 것은 환자에게 이로운 셋을 주기 위하여 해로운 일곱을 주는 것과 같다.
미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의 상황을 호전시켜놓지 않은 상태에서 미친 사람을 예전 상태로 돌려놓는 일은 치료가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세상에는 또 다른 부류의 미친 사람들이 있다. 우린 그들은 마니아라고 부른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미치는 것은 컴퓨터게임이다. 게임에 미치다 못해 중독되어 목숨까지 잃는 예도 있다.
컴퓨터 게임 이외에도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것들은 수없이 많다. 화투나 카드 같은 노름에서부터 스포츠, 낚시, 영화 등. 우리는 곳곳에서 마니아들의 광기를 흔히 볼 수 있다.
끼가 있다는 것은 미칠 소지가 많다는 의미이며 현대인에게는 오히려 칭찬의 덕목이기도 하다. 일벌레, 공부벌레, 돈벌레 등 벌레라는 말도 미친 사람의 다른 표현으로 사람을 규정한다. 이 사회는 한 곳으로 사람들을 쏠아간다. 미쳐야 사는 세상이 이미 되어 버린 것이다.
성공하려면 한우물을 파라고 한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자신을 감옥에 가둬 버릴 정도로 그야말로 글 쓰는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했다. 과학도들이나 전문가들이 성가(聲價)를 얻는 것은 그 분야에 철저하게 미쳤기 때문이다. 미치지 않고서는 꼭짓점에 미치지 못한다. 미친다는 말이 달성한다는 의미로도 통할 때 ‘미치지 않고서는 미치지 못 한다’는 말의 아이러니를 만날 수 있다.
세상은 정상적인 사람들로 만은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 분야마다 돌출되어 나오는 1, 2%의 광기가 마침내 성가를 달성함으로써 미치지 않은 정상인들을 새로운 미답의 문명으로 이끌고 나간다.
어느 분야에서건 미쳐야 성공할 수 있고, 그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일반화된 상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이 미쳐야 돌아간다는 말은 말 자체만으로는 바람직할 수도 있다. 오로지 미쳐 돌아가는 세상으로 말미암아 미쳐버리는 사람들이 문제이다.
성공하려면 미쳐야 한다. 미치지 않고 어떻게 이미 미쳐버린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삶의 무게 진솔하게 풀어내는 1949년 진도생의 박종규 작가는
14세에 이미 원고지 2,000매를 써 문학의 길을 예비했지만 서울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한 미술학도였다. 그 원고지가 ‘주앙마잘’ 이라는 소설로 태어난 것이 1995년, 글이 잉태된 지 32년만이었다.
2001년에는 의문사를 다룬 2부작 장편소설 ‘파란비’를 출간하여 추리적 기법과 반전의 묘로 화제를 모았다.
2007년 발간된 에세이집 ‘바다칸타타’는 독특한 편집과 이벤트성 퍼포먼스로 수필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표지가 없이 출간된 책, 들려주는 낭독수필집, ‘수필계의 게릴라’ 외에도 휴머니티를 실천하는 작가라는 평에 걸맞게 문화소외계층을 찾아다니며 벌리는 퍼포먼스는 한 작가의 역량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
국립군산대학에서 광고디자인을 강의하는 그는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이며, 에세이스트문학회장을 역임했고, 문학동인 글숲을 이끌고 있다.
pparao1@hanmail.net, / blog.naver.com/badacantat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