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피와 땀으로 성장한 농협이 ‘비리의 온상’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열흘에 한 번꼴로 불미스러운 사건이 펑펑 터지는 이유에서다. 가짜 횡성한우를 판매하다 적발되는가 하면 유통기한이 지난 반품 고추장을 항공사 기내식으로 납품하기도 하고, 농민들이 생산한 벼를 횡령하거나 면세유를 불법으로 유통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또 7월 초에는 농협 하나로마트 비정규직 해고 문제를 원활하게 처리하지 못해 원성을 사기도 했고, 농민을 위한다던 농협의 고금리 대출에 농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최근 발생한 농협의 비리 사건을 되돌아봤다.
사실 농협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농협에 대한 뒷담화가 급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아무리 사건 사고가 많은 농협이라지만 열흘에 한 번꼴로 비리 사건이 터지는 통에 농민을 비롯한 국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
가짜 쇠고기·고추장
지난 6월17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정체 모를 쇠고기를 ‘횡성한우’로 속여 판매한 횡성군 모 농협 조합장과 직거래 판매팀장 등 관계자 13명을 형사입건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들은 생산지가 다른 지역의 쇠고기 204톤과 생산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쇠고기 483톤 등 687톤을 ‘횡성한우’, ‘횡성토종한우’ 등으로 둔갑시켜 판매했다.
타 지역산 한우보다 킬로그램당 1000원 정도 비싸게 거래되는 횡성한우 브랜드와 농협이라는 믿음직한 판매처로 재포장된 채 소비자들을 우롱한 셈이다.
7월 초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반품 고추장을 항공사 기내식으로 납품한 지역 농협 제조 책임자가 구속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지난 7월4일 불량 고추장을 항공사 기내식과 농협매장에 판매한 혐의로 충북 나제천농협청풍명월고추장공장 조아무개(51) 공장장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식약청에 따르면 조씨는 2008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변질돼 가스가 발생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나 반품된 고추장을 일반 고추장과 섞어 유명 항공사 기내식과 농협매장에 판매했다.
이런 방식으로 조씨가 판매한 불량 고추장은 시가 19억7800만원으로 17만2889킬로그램에 이른다. 이 가운데 쇠고기 볶음고추장 약 170만 개는 모 항공기 기내식으로 제공됐으며, 나머지 생고추장, 고춧가루, 된장 등 30만개는 농협매장에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쇠고기를 원료로 사용한 쇠고기볶음고추장은 변질되기 쉽고 식중독 발생 우려가 있어 철저한 소독과 살균을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농협에서는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 반품 제품을 그대로 재사용해 죄질이 불량해 구속수사했다”고 밝히고 관련제품을 회수토록 조치했다.
농민 울리는 비리사건
불량 고추장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농협은 또 한 번 비리사건에 이름을 올렸다. 농업인들에게만 싸게 공급하는 면세유를 불법 유통한 농협 직원을 적발한 것.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7월10일 면세유를 화훼 유통업자에게 배정한 농협 직원 우아무개(37)를 업무상 배임증뢰죄 혐의로 잡아들였다.
농협은 지난 한 해 동안 일반 시중가의 40% 수준의 가격에 약 197만5000㎘, 약 1조8000억원어치의 면세유를 공급했다.
막대한 양이 공급되는 만큼 매년 면세유 유통을 둘러싼 크고 작은 비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농협 직원이 직접 범죄에 가담, 적발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던 오아무개(48)와 장흥농협 면세유 담당 직원 우씨, 화훼유통업을 하던 김아무개(45)는 2006년 10월 은밀한 만남을 가졌다.
일반 기름의 절반 가격으로 농민들에게 배정되는 농협 면세유를 빼돌리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면세유를 배정받기 위해 실제로는 화훼 경작을 하지 않으면서도 하고 있는 것처럼 농협에 신고했고, 우씨는 1년에 한 번씩 해야 하는 농기계 이용 실태 점검을 하지 않았다.
우씨의 공조에 김씨는 싼 가격에 면세유를 공급받고 이에 대한 대가로 백화점 상품권 등 250여만원을 우씨에게 제공했다.
리터당 700원에 면세유를 배정받은 김씨는 리터당 1000원을 받고 주유소 업주 오씨에게 팔아넘겼고, 오씨는 김씨에게 구입한 면세유를 일반 소비자들에게 리터당 1400원을 받고 판매했다.
양주 일대의 주유소 업자와 화훼유통업자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2년 5개월 동안 215만여 리터의 면세유를 빼돌려 총 15억원의 이득을 얻었다.
경찰은 죄질이 무거운 농협관계자 우씨와 오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김씨 등 4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면세유 불법 유통사건은 이전에도 종종 발생했지만 농협 직원까지 가담한 수십 명 규모의 조직적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허술한 면세유 지급 절차와 함게 실태 점검을 소홀히 한 농협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면세유 지급은 마을 이장의 확인서와 농기계 출하증명서만 있으면 가능하다. 때문에 김씨는 화훼 경작을 하고 있는 것처럼 조작해 면세유를 지급받았고,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우씨는 이를 방관, 뒷돈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농협측은 “제도적 한계”를 강조했다. 사고가 빈발한 것은 맞지만 수익사업이 아니라 봉사 차원의 사업이기 때문에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지난 2007년 6개월 동안 면세유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받고 면세유 종합카드제를 도입, 사망자나 국외 이주자에 대한 부정공급을 막기 위한 전산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또 “면세유 취급 지정주유소의 비리가 적발되면 3년간 지정주유소 자격을 박탈하는 등 처벌의 수위도 높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면세유의 수혜대상이 워낙 광범위한 데다 우씨의 경우처럼 관리감독, 단속의 책임이 있는 농협 직원이 마음먹고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 그 비리가 드러나지 않는 이유에서다.
열흘이 멀다하고 터지는 농협의 ‘비리사건’에 다음에는 또 어떤 사건으로 농민과 국민의 원성을 살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bobae3831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