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범대위의 최헌국 목사는 "천구식(시신을 옮기는 의식)은 집시법 관리대상이 아니다”면서 “제례의식을 가로막는 것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유가족인 전재숙씨(고 이상림 씨의 부인)는 "반 년을 넘길 수 없다. 마지막 각오로 싸우겠다”면서 “참혹한 시신을 메고 청와대로 가서 이명박 대통령과 담판을 짓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실제로 시신이 든 관을 운구, 서울시청으로 향하려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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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정세균 대표는 지난 1월 21일 용산 재개발지역 주민 사망사고와 관련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이 필요한 만큼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번 용산 사태에 대해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월 3일, 민주당 원내 대책회의에서 원혜영 당시 원내대표는 “폭력살인진압에 의해 6인의 희생을 낳은 용산참사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낼 것이다. 민주당은 다시 한번 폭력진압으로 인한 용산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한다. 그리고 책임자의 즉각 파면과 편파적인 수사중단을 강력히 요구한다. 민주당은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위해서 국정조사와 특검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이번 임시국회에서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민주당은 이 사건의 해결 방향으로 국정조사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해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여당인 한나라당의 입장은 다르다. 홍준표 당시 원내 대표는 1월30일에 열린 한나라당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소위 도시 재개발 재건축대책에 대한 당정 간의 후속대책을 조속히 세워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그렇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민주당처럼 억울한 죽음을 이용해서 서울역에 가고 명동에 가고 그런 식으로 장외투쟁하고, 거리 투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필자는 지난 7월 20일 오후 서울 순천향 병원 인근엘 갔었다. 비가 추적거리며 내렸다. 병원 일대는 교통체증이 계속됐다. 용산 재개발과 관련, 시위 도중에 희생된 분들의 시신이 아직도 이 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고, 유족과 사회단체들이 시신을 앞세운 거리시위를 하겠다는 것을 경찰 당국이 막고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어서 이 일대는 더 을씨년스러웠다. 사건이 발생하지 6개월이 지났지만 이 사건은 원점에서 맴돌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용산참사 사고에 대한 해결 방안 모색은 그 동안 사고 당사자 간 이견 대립과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인해 난항을 거듭해 왔다.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났음에도 고인들을 편히 모시지 못하고 냉동실에 그대로 안치해 두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또한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냉동실에 안치된 시신의 관을 꺼내들고 시위를 하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건의 주요 당사자 중 하나라 볼 수 있는 서울시는 용산참사 사고를 농성자들과 재개발조합간의 문제인 만큼 자신들이 간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지나치게 법률적이고 인간미가 부족한 태도로 일관해왔다. 이 때문에 사건의 파장을 증폭 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재개발 조합과 유족들 역시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기에 급급한 모양새를 보여 왔다. 상호간의 이견을 듣고 그 격차를 줄여보려는 노력은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상대에 대한 비난과 자신들의 주장만 되풀이하여 공허한 메아리로 만드는 결과만을 초래해온 셈이다. 비명에 목숨을 잃은 고인들만 차가운 냉동고실에 갇혀있는 형국이다.
비오는 날 거리에 나온 관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입장이나 유족들의 입장이 뭐가 다르겠는가? 이 장면을 지켜본 필자 역시 가슴 아픔을 경험했다.
정부도 이 사건과 관련 애매한 태도를 보여 왔다. 정부가 100%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고 당사자 간에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주의적인 입장만 되풀이, 사태를 조기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방관자적 자세가 파장을 키워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그렇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문제의 핵심은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서로 간의 노력과 이해도모를 통한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화와 타협으로 실마리를 찾아나가야지 억지 주장과 폭력시위, 또는 일방적이고 원칙적인 법률 구문만 가지고 사태를 해결하려 해서는 시망한 분들의 안장만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날 유족들은 시신들을 병원 안치실에서 끄집어내 서울광장으로 운구하려했다. 서울공장에 시민 분향소를 설치하려했다. 유족들은 망자들의 관을 들고, 시신을 메고, 청와대로 쳐들어가겠다는 등의 주장도 폈다. 이런 시위는 사태의 해결을 위한 대화를 어렵게 할 뿐이다. 그리고 사태를 장기화 시키는 결과 밖에 가져올 것이 뻔하다.
병원 냉동실에 보관되어 있던 망자들의 시신을 끄집어내 한 여름 무덥고 습한 날씨에, 냉동시설도 없는 서울시 한복판에 빈소를 차리고 모신다면 시신 썩는 냄새가 진동할 것이다, 이런 거리시위야말로 낙후된 나라의 시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극단적인 시위는 일단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시위가 그대로 있었다면 이는 서울시민들을 볼모로한 극단적인 방법의 시위였을 것이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위신손상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점들을 고려할 때, 유족들도 진심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시신을 끄집어내 훼손시켜 가면서까지 시위를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 같다. 이를 전제로 분석하면, 시신 천구식 거행 등의 주장을 통해 경찰 등 공권력의 과잉대응을 유도하고 또 이를 통해 사태를 확대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짐작도 가능해진다. 또한 시신들을 모시고 청와대까지 가서 대통령과 담판을 짓겠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이끌고 국민들을 대표하는 최고 통치권자이다. 청와대로 시신을 들고 가 항의를 하고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것은 국제적인 국가위신 추락으로 직결될 것이다. 이쯤해서, 국가 권위도 생각해봐야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 사건의 해결에 있어서, 정부 입장에서도 결코 방관할 수 있는 문제만은 아니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지 이런 시위를 이를 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위를 원천봉쇄하다보니 경찰과 부딪치는 유족-일부 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사건 발생 6개월째를 맞는 날, 시신운구 및 청와대 항의방문을 기획한 단체들 측에서는 순순한 집회로 치르려 했어도 다른 의도를 가진 세력들의 동참도 자연스럽게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배후에 누가 있는가? 또 그 의도가 무엇인가? 이를 왈가왈부하기 이전에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런 식으로 분쟁을 확대시키는 방식으로는 결코 원만한 해결방안이 찾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는 물론 유족들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유족들은 작고한 분들을 위해서라도 시신을 거리로 들고 나와 투쟁을 하는 방법을 지양했으면 한다. 대화와 타협이 없는 그 동안의 투쟁방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 상대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서로가 양보하는 열린 자세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해주고 싶다. 유족들의 이런 자세 변화에 앞서 재개발조합과 서울시 그리고 정부도 보다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서 유족들을 슬픔을 달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가능한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유족들에 대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서 한마디 언급한다면, 유족들의 뒤에서, 낙후된 방법으로 사태를 확산시키고 우리 사회의 혼란과 동요를 조장하려는 불순 세력들이 있다면 당장 국익을 저해하고 사회 통합을 해치는 불순 책동을 중단하길 바라는 것이다. 거대 야당도 뒤에서 이 사건을 그런 원시적 방법으로 조종하려한다면 국민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문명시대에 반문명적인 시위 방법은 지양돼야 한다. 시신을 흥정의 대가나 정치적 투쟁도구로 삼으려는 것을 자제하는 게 옳은 일이 아닐까? 필자는 순천향병원 장례식장 앞으로 나온 관을 바라보며, 왕생극락하시라며 합장배례 했다. 그렇게,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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