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5년의 유한적인 최고 권력자이다. 그 역시 임기를 마치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김대중과 같은 재집권 구도를 완성하느냐, 아니면 노무현과 같이 재집권의 실패로 끝나느냐로 종착될 것이다.
김대중 모델? 노무현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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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임기 7년의 전두환 전 대통령은 노태우로 하여금 6.29 선언을 하도록 유도(?)했고, 결국 육사 동기생인 노태우를 통해 재집권을 성취했다. 그러나 전두환 역시 퇴임 이후 백담사로 유배, 정치적 쓴맛을 맛봤다. 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진 권력은 김영삼을 앞세운 3당 합당으로 아슬아슬하게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두환-노태우는 퇴임 이후가 좌불안석이었다. 결국 자신의 후임 정권이랄 수 있는 김영삼 정권에 의해 수감생활을 당하는 곤욕을 치렀다.
김대중과 오랜 기간 민주화의 동지였던 김영삼은 퇴임 이후 이렇다할 불이익을 당하진 않았다. 그래도 김영삼은 비자금 등의 수사압박을 받았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노무현 정권 하에서 김대중은 대북자금 특검으로 혼쭐이 났다. 햇볕정책에 흠집이 나 정치적 타격이 심했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노무현은 어땠는가? 친족비리를 들쑤시자 결국 자살로 삶을 끝내는 비운의 전직 대통령 됐다.
향후 이명박 대통령은 어떠할까? 지금은 전두환-노태우 정권하와 비교해서 민주주의가 발전, 정착했다. 그래서 과거와 같이 피 눈물 나는 정치보복은 없을 것이라는 데는 동의 한다. 그러나 권력유지의 속성 상, 정치보복의 악순환이 완전하게 차단되지 않았다는 것을 현 정권이 극명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퇴임 이후를 걱정하고, 또 걱정해야된다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려면 최소한 김대중처럼 재집권에 성공하는 시나리오를 짜야할 것이다. 노무현과 갈이 재집권에 실패하면 그 역시 퇴임 이후가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
그리고 현재의 정치 상황에서 볼 때 이명박 대통령의 약점이 너무 많이 노출됐다. 우선 집권자란 공약의 이행이 중요하다. 그는 대운하라는 공약으로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임기 초, 시민-야당 세력의 규합에 의한 과격한 대규모의 촛불시위로 인해 그 공약이 물 건너갔다. 편법으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 역시 저항을 받고 있다. 거기에다가 전임 정권인 노무현 정권이 공약하고 추진했던 세종시, 즉 충청도 개발의 궤도수정 때문에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역시 그의 공약사항이다. 야당인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원안고수를 위해 투쟁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거기에다가 지난 대선 전 한나라당 경선 경쟁자였던 박근혜 전 대표마저 약속의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근혜 의원은 여당 속의 야당위치를 점하며 국민 지지율을 올리고 있다.
수 십만명의 공무원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과거 정권의 경우, 현직 대통령의 강력한 파워는 공무원 조직의 밑받침에서 나오다시피 했다. 그런데 그런 국가공무원 조직이 일찌감치 민주노총에 가입, 집권자와 거리를 두게 되어 권력 심장부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그 어떤 권력자든지 싫어하는 레임덕과의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레임덕은 지지자의 이탈을 의미한다.
거기에다가 한나라당의 차기 구도는 일단 박근혜 독주체제로 굳어 있는 양상이다. 의도적으로 정몽준 대표, 정운찬 총리를 내세워 차기주자로 만들어가고 있으나 박근혜의 튼튼한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월드리서치와 윈지코리아컨설팅의 공동조사(11월 7일)에 따르면, 박근혜 지지율은 34.7% 였다. 당 지지율(34.5%)보다 앞서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도 박근혜의 국민 지지율이 39.6%(11월 2-6일) 였다.
이러한 박근혜가 지난 11월 4일 “한나라당이 개혁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던 게 여러 부분에서 희석되고 국민과의 약속도 소홀히 하는 당이 된다면 또다시 지난 번(2004년)처럼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는 발언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발언과 관련해서도 “추진할 수 없는 거라면 선거 때 아무리 표가 급해도 국민 앞에서 (원안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발언은 정치적으로 봐 원칙론적인 것이나 사실은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종시 문제는 한나라당의 당운이 걸려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대규모 국가 예산이 세종시에 투입된다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 등의 큰 국책사업이 차질을 빚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박근혜의 원안고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치명적일 수 있으나 차기 대선주자로서는 얻을 게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 지지도의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는 최근 “세종시 논란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여론은 ‘세종시 원안 추진’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2일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세종시를 원안대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41.2%로 ‘기업 및 교육 과학도시로 수정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30%)보다 11.2%p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특히 지난 9월 16일 조사에서 ‘원안추진 의견’이 39.0% 였으나, 1개월 반 만에 2.2%p 높아졌다.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원안 고수’ 및 ‘+α’ 발언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박 전 대표 지지층의 경우, 지난 9월 조사에서는 32.9%가 ‘원안 추진’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6.3%p 오른 39.2%를 기록했다. 박 전 대표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도 9월 조사 때 28.7%였던 ‘원안 추진’ 응답이 이번 조사에서는 38.5%로 크게 올라섰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층의 ‘원안추진 의견’은 29.3%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명박의 절박함과 박근혜
차기 대선의 유력 예비주자인 박근혜는 차기를 위해 '돌격 앞으로'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박근혜의 이런 행보는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기는데 작용할 것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코너로 몰리면 결국 그를 껴안을 시점이 다가올 수도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 의하면, 정몽준 대표의 지지율은 7.9%, 오세훈 시장은 4.2%, 김문수 지사는 2.9%였다. 박근혜를 제외한 차기 주자의 국민 지지도는 한 자리 수에 머물고 있다.
11월 9일 국민일보는 “차기 대선 후보로서의 적합도를 묻는 항목에서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독주가 계속됐다. 박 전 대표는 34.9%의 지지를 얻었고, 나머지 후보들은 한 자리 수에 그쳤다”면서 “박 전 대표는 지역과 연령, 직업, 소득에 관계없이 고른 강세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50대 이상(38.5%)과 대구·경북(48.9%), 중졸 이하(44.0%) 응답층에서 지지층이 두터웠다. 박 전 대표는 미디어법 파동에서 다소 지지세를 잃은 것으로 평가 받았지만, 최근 세종시 정국에서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퇴임 이후를 걱정한다면, 박근혜 대표를 정치적으로 확실하게 끌어안을지, 아니면 적당한 시기에 내칠지를 고민해야할 판국이다. 김대중의 차기구도와 노무현의 차기구도는 이명박 대통령의 눈앞에 보이는 최고의 교훈이다. 미운 후계자라도 그가 집권하는 게 다른 당에서 수권하는 것보다 백배 천배 낫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자살을 지켜보지 않았는가? 그런 절박성에 비춰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를 단칼로 내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국민 지지율이 40%대까지 육박하는 차기 주자를 인위적으로 탄압하거나 내친다면 결국 자신을 해(害)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여, 지금부터 퇴임 이후를 걱정 하십시오” moonilsuk@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