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지난 1월6일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총재는 이 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은 결코 회담자체를 위해서 서두를 일이 아니다. 남북정상회담의 장소와 의제, 목표가 분명한 원칙을 갖고 추진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정상회담의 전제는 북핵 폐기여야 하고, 의제는 국군포로와 납북자문제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 대북지원은 투명성이 담보되고, 북한인권 개선과 개방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북한 인권 개선을 목표로 했더라면 북핵문제도 오히려 쉽게 풀렸을지 모른다.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외면한 대가가 바로 6자 회담의 교착으로 이어진 것이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민주국가가 되어야 하고, 인권국가로서의 품격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회견문의 주요 내용이다.
올해는 60년 만에 온다는 하얀 호랑이의 해, 산중군자 백호(白虎)의 해이다. 올 한 해 백호의 기개를 본받아, 거침없는 기세로 국운이 융성할 때까지 힘차게 내달리는 호기로운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런 마음에서 저와 우리 자유선진당은 한일합방 국치(國恥) 100년, 6·25 발발 60년, 남북정상회담 10년을 맞는 올 해, 각별한 포부와 각오를 다짐하고자 한다.
선진국을 향한 국가대개조
백 년 전 열강의 각축장에서 무능하고 부패했던 조정은 한일합방이라는 국치의 수모를 겪었다. 100년 전에는 ‘개방’이 화두였다. 100년 전 그때, 당시의 조정은 개방의 시대조류를 외면하고 미적거리다가 한 발 앞서 개방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을 겪었다. 지도상에서 그 존재마저 지워야 했다. 100년이 흐른 지금, 21세기의 화두는 세계화와 분권화, 지방화이다. 외교, 국방, 통화관리 등을 제외한 행정, 조세, 경찰 등 모든 권한을 과감하게 지방정부에 이양하여, 서울과 수도권에 버금가는 지방발전을 이룩해야 한다.
서울·수도권 한 곳만으로는 21세기에 국가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데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각 지방정부가 특성을 최대한 발휘해 세계무대에서 각각 뛸 수 있어야 국가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 대표적인 중앙집권국가인 일본과 프랑스도 몇 년 전부터 분권화 작업을 하고 있다.
제2의 개방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 세계화·분권화·지방화의 조류가 밀려들고 있는 이 시기에 또다시 역사의 수레바퀴에 올라타지 못하고, 수레바퀴에 깔리는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종시는 분권화로 가기 위한 하나의 선도 사업이다. 중앙권력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게 아니라, 단지 중앙권력의 일부를 지방에 분산시키는 것에 불과하지만, 서울이 아닌 지방에 권력이 있음으로써 생기는 지방발전의 연관효과는 장차 중앙권력이 지방에 분권되었을 때의 지방발전에 대한 효시가 될 것이다. 또한 강소국연방제는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생산적이고도 긍정적인 경쟁체제로 바꾸어 세계무대에서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시너지효과도 내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정권이 주도하고 있는 4대강사업이나 대운하와 같이 전국토를 파헤치는 토건사업으로는 결코 선진화의 수레에 올라탈 수 없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개발연대식 토건사업을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겠는가?
세종시 수정론자들은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읽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 문제는 후진적인 우리의 정치문화, 잘못된 정치문화의 희생물이다. 세종시의 핵심요소는 행정부가 중심이 되고, 학교나 연구소, 첨단산업이 어우러지는 ‘행정중심’ 복합도시이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행정부처 이전은 백지화한 채, 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들어오는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바꾸겠다며, 파격적인 토지·세제·재정 지원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국가백년지대계에 반하는 일이다. 국가경쟁력강화를 형해화하고 있다. 당장 수정안의 내용이 보도되자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를 추진하고 있던 지방자치단체들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반발하고 나섭니다. 또다시 충청권과 비충청권이 반목하고, 질시하며, 갈등하게 만들고 있다.
그뿐인가? 이명박표 ‘명품도시’는 어디 가고, 토지를 헐값에 내 놓으며 세종시를 기업의 땅투기 공급기지로 만들고 있다. 취득세와 등록세 등 각종 세제 특혜를 유인책으로 제시하며 세제의 기본 틀마저 허물어뜨리고 있다. 대기업과 대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등 기업들 간에도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발상은 계층별, 지역별, 이념별, 세대별로 갈갈이 찢어진 우리 국민을 봉합하거나 화합하게 하지는 못할망정, 이념적 지평을 같이하는 사람들까지도 세종시문제로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우리 자유선진당은 이처럼 본말이 전도되고, 주객이 전도된, 비정상적인 세종시 수정안을 정면으로 거부하며 저지할 것이다.
선진국 품격을 갖춰야
지난 연말에 예산안과 노동법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볼썽사나운 국회의 모습은 광복 이후 60년 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은 우리의 후진적 의식과 정치문화를 보여줍니다. 편법과 탈법, 불법이 판을 치고 약속과 신뢰를 경시하는 사회풍조와 정치문화는 이제 그만 청산해야 한다. 21세기에 삽자루만으로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불도저 식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선진국이 될 수도 없다.
무엇보다도 신뢰와 법치가 확립되어야 한다. 효율과 성과만을 중시하여 신뢰와 법치를 무시하는 것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행태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바로 그 좋은 예이다. 특히 인사의 공정성은 매우 중요한다. 지난 정권에서의 코드인사보다도 못한, 연고주의식 인사, 회전문식 인사도 반드시 청산해야 할, 우리의 부끄러운 후진국형 정치문화이다.
국회부터 변해야 한다. 국가가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국회부터 바뀌어야 한다. 제18대 국회 들어 여당의 횡포와 일부 야당의 폭력이 일상화되고 있다. 입법부인 의회는 민의의 대변자로서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여당인 다수당은 행정부를 견제할 생각은 전혀 없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거수기 노릇을 하거나, 충분한 토론과 협상은 하지 않은 채, 다수의 힘을 이용하여 다수결이라는 형식적 논리로 무조건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항해서 제1야당은 정상적인 토론과 협상은 거부한 채, 밀실에서 야합을 시도하거나, 당리당략에 휩쓸려 농성과 폭력으로 저지하고자 하는 투쟁과 대결의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작년 연말에도 또 부끄러운 모습을 국민께 보였다. 이런 식이라면 더 이상 국회는 국민 앞에 설 자리가 없다. 설 수도 없다.
후진적인 국회운영에서 탈피할 수 있는 제도개선을 위해 여야 회담을 제안한다. 만일 이같은 목적의 여야회담도 열지 못한다면 국회는 해산해야 한다. 다수당의 횡포와 일부 소수당의 폭력이 끊이지 않고 토론과 협상이 실종된 의회민주주의의 위기를 국회 스스로가 극복하고 바로잡지 못한다면 국회는 국민의 대표도, 민의의 전당도 될 수 없다. 마땅히 해산해야 옳다.
경제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양극화해소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안정성과 다양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청년과 여성, 노인의 일자리가 골고루, 안정적으로 평생근로환경이 조성되어야 저출산 고령화사회에 대비할 수 있다.
청년실업 빨리 해결해야
2009년 현재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층은 18.1%,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15.1%이다. 청년실업의 oecd 국가평균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대통령은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것이 바로 우리 청년들의 취업문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청년취업자 수는 2008년도에 비해 25만 명이 줄어들었다. 1997년 환란 이후 최악이다. 청년층의 취업률이 71% 아래로 내려온 것도 2001년 이후 처음이다.
당장 다음 달에는 고등학교와 대학 졸업자를 중심으로 약 50만 명의 구직자가 쏟아져 나옵니다. 여기에 지난해 임시직으로 일했던 청년층까지 더 하면 취업시장에는 한층 더 시린 한파가 몰아칠 것이다. 고용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동원됐던 공기업도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른 인건비 동결로 채용에 나설 수 없다.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직업관을 바꿔 대기업만 바라보지 말라고 하지만, 이 같은 비현실적인 발언이 국민을 화나게 만든다.
중소기업이 단순히 대기업의 하청업체가 아니라, 세계적인 독립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세제지원은 물론, 장기 경영자금 대출 등을 획기적, 실질적으로 확대해 주어야 한다.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대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서라도 새로운 청년인턴사업을 시도해야 한다. 그래서 대기업이 청년인턴사원을 채용해 인력양성을 하고, 인턴 기간이 끝나면 중소기업 등에 취직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청년층 일자리는 물론이고,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도 중소기업이 앞장서서 안정적으로 창출해 낼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 주어야 한다.
동시에 중소기업의 제조업을 빨리 활성화시키는 일도 매우 시급한다. 제조업은 전체산업생산의 28%에 불과하지만, 전체 근로자의 절반을 고용하고 있다.직업의 안정성도 대단히 높다. 그러나 정부는 it·bt·ct 등 신성장 동력 산업만 강조하면서, 고용 없는 성장만 주도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은 양극화를 더 부추긴다. 이 정권이 주도하고 있는 토목건설업도 임시직과 일용직의 비율만 높일 뿐이다.
제조업과 신 성장 동력 산업이 결합해서 일자리 창출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금융의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등 각종 지원체계도 재점검해야 한다. 그래야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는 제조업들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특히 청년여성은 물론, 경력단절 여성과 기혼여성인력의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사회서비스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전체인구의 15%를 차지하는 베이비 붐 세대가 올해부터는 55세가 되어 정년퇴직을 하게 된다. 이들 베이비 붐 세대가 퇴직을 하면서 2016년부터는 생산가능 인구(15∼64세)도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청년실업문제가 발등의 불이지만, 불과 5∼6년 안에 우리나라의 근로자층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정년퇴직연령을 65세 내지 70세로 조정하고, 60세 이상에 대해서는 우리도 연장고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정년퇴직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동시에 지적 생산성을 좌우하는 평생근로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노인 일자리를 위해서는 연금재정문제도 극복해야 하고, 사회적 인프라도 정비해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으로서는 미래가 암담하다.
국방력 강화해야
올해는 6·25 발발 60년이 되는 해이다.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떨던 그날 이후 60년이 흘렀다. 그러나 아직 6·25의 상처는 국민들 가슴속에서 아물지 않았다. 6·25의 상흔은 여전하다. 전쟁이 종결된 상태가 아니라, 휴전된 상태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 잘못 해결된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군포로 송환문제에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조국의 부름을 받고 전선에 나나가 포로가 된 자국의 용사들을 전쟁발발 60년이 되도록 방치하는 나라는 이 세상에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다. 공해상에서 조업을 하다가 북한경비정에 납치된 납북자는 물론이고, 전시납북자들도 이제는 정부가 적극 나서서 비장한 각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평화는 스스로의 자존과 위엄을 지킬 때 비로소 누릴 수 있는 것이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6·25 전쟁에 참여했던 참전용사들에게 지급되는 수당도 현행 9만원에서 15만원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 동시에 6·25발발 60년을 맞는 올 6월에는 몇 분 남지도 않은 참전용사들에게 100% 특별 지원금도 지급해야 할 것이다.
올해 국방예산은 7.9%에서 3.8%로 반 토막이 났다. 국방력의 가장 치명적인 두 요소는 인구감소와 예산부족이다. 예고 없이 삭감된 국방예산 때문에 군의 과학화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통령은 지난해 국군의 날에 우리 군을 다기능 고효율 군이라고 했다만, 육군을 30% 감축하면서 예산까지 줄여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다.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의 해로 공식화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국방개혁 2020을 2030으로 무려 10년이나 늦춰서 완성하려 하거나, 고고도 무인 정찰기인 글로벌 호크 도입계획을 연기 하거나, 미국의 중고 아파치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위험하다. 한국형 전투기와 공격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방력을 더 강화해야 북한의 어떤 사태에도 대비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서두를 일인가?
올해는 남북정상회담 10년이 되는 해이다. 돌이켜 보면, 2000년과 2007년에 있었던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은 비정상적인 절차와 방법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또 비정상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이전 정권들과 하나도 다를 바 없이 남북정상회담을 하기 위한 막후접촉을 비밀리에 벌여 왔다. 남북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불투명성과 매끄럽지 못한 과정은 실망스럽다.
남북정상회담은 결코 회담자체를 위해서 서두를 일이 아니다. 남북정상회담의 장소와 의제, 목표가 분명한 원칙을 갖고 추진되어야 한다. 정상회담의 전제는 북핵 폐기여야 하고, 의제는 국군포로와 납북자문제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 대북지원은 투명성이 담보되고, 북한인권 개선과 개방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북한 인권 개선을 목표로 했더라면 북핵문제도 오히려 쉽게 풀렸을지 모른다.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외면한 대가가 바로 6자 회담의 교착으로 이어진 것이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민주국가가 되어야 하고, 인권국가로서의 품격도 지켜나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