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만약, 의원실서 똑같이 폭력을 행사한다면

강기갑 의원 국회 내 폭력행사 혐의 무죄선고 어찌봐야 하나?

문일석 발행인 | 기사입력 2010/01/17 [14:57]
지난해 1월 국회에서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협탁을 부수는 등 폭력을 행사한 혐의고 불구속 기소되었던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 대한 사법부의 무죄 선고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텔레비전에서 그가 책상 위로 날으는 장면을 본 사람들은 그를 '공중부양 강달프'라고 칭하기도 했다.
 
민노당 강 대표는 지난 2008년 1월 5일 한미자유무역협정(한미fta) 비준안의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해 농성을 벌이던 중 국회 사무처가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을 강제 해산시키자 박계동 사무총장실로 달려가 거칠게 항의하며 탁자위에 올라가 굴르고 협탁을 쓰러트리는 등 집기를 부쉈다. 이 장면은 방송에서 생생하게 보도됐다. 그것도 모자라 국회의장실로 달려가 국회의장 "나와" 하고 소리를 치며 발로 수차례 문을 걷어차기도 했다. 국회질서를 위해 투입된 경위의 멱살을 잡아당기기도 했다. 그으 그러한 행동은 도저히 국회의원으로서는 해서는 안될 경거망동의 행동이었다. 
 
▲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대표.  ©김상문 기자
강 대표는 이 사건과 관련, 폭력 및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검찰에 의해 고발됐다. 국회의원 답지 못한 그의 행위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일자 며칠 뒤 대국민 사과를 한 바도 있다. 그런데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재판부(재판장 이동연 판사)는 지난 1월 14일 오후 열린 선고공판에서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공중부양'을 하고 협탁을 쓰러트린 행위에 대해 "폭행이 아니라 항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행동"이며 "박계동 사무총장이 본래 직무가 아닌 신문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공무집행 방해도 아니다"라며 무죄선고를 내렸다. 이 무죄선고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일부 있겠으나 검찰조차도 “상식 밖의 무죄 선고”라고 반기를 들고 나왔다. 검찰은 "국민들이 모두 목격하고 보았는데, 어떻게 무죄인가. 이것이 무죄라면 무엇을 폭행이나 손괴방해행위로 처벌할 수 있겠는가" 라며 반발했다. 법원의 판결을 비난하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검찰은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물론 이 무죄선고는 1심 선고이기 때문에 검찰이 항소한다면 2심이 남아 있고, 대법원 판결도 기다리고 있다. 비록 우리 사법부에 '우리법 연구회'와 같은 편향적 시각을 가진 법관들이 물 스며들듯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검찰이 이미 밝혔듯이 강기갑 의원의 행위가 폭력이 아니고 공무집행방해가 아니라고 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은 폭력이 아니라고 한다면 뭔가 불만이 있는 사람은 아무 때나 불만의 대상을 찾아가서 집기를 부수고 난동을 피워도 된다는 말인가? 이 판결은 법을 배우는 이 나라의 모든 학생들이 주시하고 있다. 국회는 법을 제정하는 곳이다. 그런데 국회 내의 폭력에 대해 이 처럼 어이없고 허무맹랑하게 법관이 한다는 게 믿기지를 않는다.
 
박계동 사무총장도 국회의원 출신이다.  박 총장이 사무실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공무집행 방해가 아니라는 상식 밖의 해석을 내렸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해봐도 공무집행의 기준은 아침 출근해서부터 저녁에 공적인 일을 마치고 사적인 신분으로 돌아갈 때까지 봐야 한다. 근무 시간에 업무에 도움이 줄 수 있는 신문을 잠깐 읽었다고 해서 공무수행 중이 아니라는 주장은 억측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특히, 박계동 사무총장의 신분은 입법부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직위의 사람으로 신문을 통해 여론 향배와 국민들의 마음을 읽고 업무에 이를 적용해야 하므로 신문을 읽은 것은 명백히 공무중 하나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사법부는 당시 박 사무총장이 신문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공무집행이 아니라고 하니 이 또한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법부의 판결 내용은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할 재판관이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 마치 강기갑 대표 변호인의 변론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 국회는 아직까지 후진적 정치문화가 개선되지 않아 야당이 자신들의 주장과 맞지 않을 경우 민주주의적 절차를 아예 깡그리 무시하고 무단으로 회의장을 점거하고 농성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데 불법적 무단점거 농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야당의 일방적이고 불법적인 폭력행위를 범죄가 아니라고 묵인하는 것은 후진적 정치문화 뿐만 아니라 후진적 사법제도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강기갑 대표에 대해 무죄라는 관용에 가까운 판결을 내린 것은 대한민국의 사법정의를 무너뜨리는 행태일 뿐 아니라 국민감정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똑같은 국회폭력 사건을 두고 다른 3명의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2009년 11월 벌금형 등 유죄판결을 내렸다. 벌금형과 비교할 때 형평성이 맞지 않아 사법부 스스로 모순된 판결을 낸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법 규정을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 기준, 그리고 일관되면서도 편향되지 않는 판결을 통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이번 판결은 오히려 개인의 편향된 시각이 개입되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만약에 강기갑 의원실을 찾아간 누군가가 강기갑 의원이 국회에서 했던 것처럼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어찌될까? 의원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면 어찌될까? 협탁을 부수었다면 어찌될까? 탁자위에 올라가 굴르고 협탁을 쓰러트렸다면 어찌될까? 집기를 마구 부쉈다면 어찌될까?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면 어찌될까? 강 의원을 상대로 그렇게 했어도 무죄로 결론이 난다면, 어찌될까?
 
강 대표 본인 스스로도 국민 앞에 나와 사죄를 했던 불법적 폭력행위를 어떻게 사법부가 감싸고도는지는 현재 우리 사법부가 직면해있는 문제점을 극명히 드러낸 것으로 이번 일을 그냥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검찰은 항소해 강기갑 대표의 사법처리라는 결과가 나오기를 벼르고 있다. 검찰은 법원의 무죄선고에 물러서지 말고 항소 과정을 통해 더 이상 국회에서 폭력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고히 세우는데 기여해야할 것이다.
moonilsuk@korea.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