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일본이 모두 외면했던 망국의 황녀, 덕혜옹주의 가슴 아픈 삶을 소설화한 <덕혜옹주>(권비영·다산책방)가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고종황제의 막내딸, 조선의 마지막 황족, 덕수궁의 꽃이라 불렸던 덕혜옹주. 어린 나이에 고종황제의 죽음을 목격한 후, 일본으로 끌려가 일본인과의 강제결혼, 10년 이상의 감금생활, 일방적인 이혼통보 등을 겪으면서 무너졌지만 조국과 일본 모두에게 잊혀져간 그녀의 삶이 소설가 권비영의 손끝에서 되살아났다.
“나라를 잃어버린 설움은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가장 낮은 곳까지 송두리째 흔드는 법이다. 그것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황녀로 태어났지만, 한 번도 그 이름에 걸맞게 살아가지 못했던 덕혜옹주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삶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잊혀져 버렸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현대인들이 그녀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국내 최초다. 역사서로도, 인문서로도, 소설로도 덕혜옹주의 삶을 다루었던 적은 없었다. 격동의 시기에 태어나 가장 혼란스러운 삶을 살았던 여인이지만 그녀는 한 많았던 나라의 운명과 함께 철저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한 비극성이 몇 년 동안 펜을 손에 쥐지 않았던 작가로 하여금 다시 글을 쓰게 만들었다. “덕혜옹주에 대한 책은 일본 번역서 단 한 권밖에 없다. 우리가 한 번도 조명하지 않았던 그녀를, 일본에서 다루었다는 데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저자는 사명감 혹은 자존심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소설 <덕혜옹주>가 탄생했다.
저자는 그 시대를 견뎌야 했던 모든 이들―황제와 황족들, 청년들, 여자들과 아이들―의 울분과 고통을 감히 글로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한 여자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리려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녀의 글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덕혜옹주는 단지 운명에 체념하는 우울한 여인이 아니다. 자신의 신분을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담금질하고, 칼날이 번뜩일 때는 고개를 숙이며, 그 안에서도 분기탱천할 줄 아는 여인이었다. 지치지 않고 탈출을 꿈꿨고, 좌절의 순간에 매번 기적을 바랐으며, 그러면서도 조국과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의 한계를 절감했던 여인이다. 가장 이상적인 신분을 지니고서도 가장 현실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소설 속에서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서도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 우리들의 여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