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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대통령령이 수천억원 혈세 날릴 판

행정입법 문제 26건 발견

박순주 기자 | 기사입력 2010/02/22 [11:53]
잘못된 대통령령으로 인해 향후 수천억원의 국민 혈세가 낭비될 전망이란 분석 결과가 국회 법제실에서 나왔다. 323건의 행정입법을 조사한 결과 26건의 문제가 발견됐고, 특히 ‘유료도로법’ 시행령과 ‘복권 및 복권기금법’ 시행령은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회 법제실 행정입법 조사
 
국민의 혈세 수천억원이 잘못된 행정입법 때문에 낭비될 상황에 처해 있다. 국회 법제실은 최근 지난 2009년 10월부터 12월까지 행정입법 323건을 분석·평가했다. 그 결과 대통령령·부령 등이 위임 입법의 원리를 위반하는 등 26건의 문제점을 발견,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제실은 “행정입법 중에는 법률의 위임범위를 일탈하거나 법률에서 위임받은 사항을 하위 법령에 포괄적으로 재위임하는 등 위임 입법의 법리에 위배한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히 “법률의 위임 근거 없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을 규율하거나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에 대해 행정입법을 하지 않아 법률을 집행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나타나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유료도로법 시행령’은 법률의 위임 범위를 일탈해 ‘심야시간대에 고속국도를 운행하는 10톤 이상 대형화물자동차’의 통행료를 감면토록 규정하고 있다. 대형화물자동차의 고속도로 심야통행료 할인에 따른 한국도로공사의 연간손실액은 지난해에만 무려 636억원에 달했고, 지난 9년간 총 손실액은 3581억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 2009년 ‘한국도로공사법’ 개정으로 통행료 감면에 따른 한국도로공사의 손실액을 정부가 보전해주기로 했다. 때문에 그 손실액은 향후 국가예산으로 부담하게 된다. 결국 국민의 혈세로 충당하게 된다는 뜻.
 
법제실은 “아직 정부와 한국도로공사 간의 보상계약이 진행 중이라 금액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국가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나아가 향후 형평성 차원에서 여객자동차 및 소형 화물차까지 통행료를 감면한다면 법률을 위반한 통행료 감면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복권 및 복권기금법’ 역시 잘못됐다. 복권수익금 100분의 30의 일부를 국민주택기금에 배분토록 규정하면서 그 배분비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만 대통령령에는 국민주택기금에 대한 배분비율을 정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임대주택의 건설 등 저소득층의 주거안정 사업’에 복권수익금의 일부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복권수익금을 국민주택기금에 배분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법제실은 “정부의 설명과 달리 ‘복권 및 복권기금법’ 제정취지 및 주요골자에는 저소득층의 주거안정 지원사업을 위해 배분하는 복권수익금과는 별도로 국민주택기금에 복권수익금을 배분할 것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대통령령이 법률을 위반해 복권수익금을 국민주택기금에 배분하지 않고 있어서 국민주택사업이 위축됐고, 국민의 주거복지도 위축돼 왔다고 설명했다.
 
잘못된 유로도로법 시행령

‘유료도로법’은 국토해양부 소관이다. 지난 2001년 유료도로법은 개정과 함께 시행령 제8조에 △경찰작전용 차량 △천재지변 등에 대처하기 위한 수송용 차량 △독립유공자·장애인 등이 탑승한 차량 △경형자동차 등을 통행료 감면대상으로 했다.

하나 시행령은 별도로 대통령령 부칙에 통행료 감면에 관한 경과조치를 둬 심야시간대에 고속국도를 통행하는 10톤 이상 대형화물자동차에 대해 시행령 시행일부터 5년이 경과하는 날까지 통행료를 감면받을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2006년도 개정에선 감면대상의 통행료 감면 유효기간을 3년 연장했고, 지난해 개정에서 추가로 3년을 더 연장해 총 11년으로 연장했다.

법제실은 이와 관련해 유료도로법 시행령 부칙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먼저 법률 개정 취지에 반한다는 것. 지난 2001년 통행료 감면대상을 시행령으로 정하면서 그동안 국토해양부장관이 고시로 정했던 사항을 5년간 한시적으로 유효토록 경과조치를 둔 것은 시행령 개정의 이유이자 근거가 된 법률 개정의 취지인 ‘통행료 감면대상은 장관이 임의로 정할 수 있는 행정규칙이 아닌 법률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겠다’는 법 개정의 취지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또한 법령을 개정할 때 두는 경과조치는 신·구법령 간의 원만한 교체를 도모하기 위한 입법조치다. 하지만 유료도로법 시행령은 하자가 있는 경과조치를 두 번의 시행령 개정을 거치면서도 총 11년 동안 유효하도록 했다. 이는 최소한에 그쳐야 할 부칙인 경과조치를 사실상 본칙 조항의 기능을 하도록 해 법령체계의 혼란을 조장할 우려를 낳고 있다.
 
법제실은 “10톤 이상 대형화물자동차의 고속국도 통행료 감면을 담은 대통령령 부칙은 삭제돼야 하며, 화물자동차의 감면이 꼭 필요하다면 부칙을 통해 효력을 연장하지 말고 시행령의 통행료 감면대상과 함께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잘못된 복권기금법
 
‘복권 및 복권기금법’은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이 법은 복권수익금 30%의 일부를 국민주택기금에 배분토록 규정하고 있고, 그 비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하지만 정작 시행령은 국민주택기금에 대한 복권수익금 배분비율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현재 복권수익금이 국민주택기금에 배분되지 못하고 있다. 행정입법이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령의 제정 의무는 관련법에 의한 위임에 의해 부여된 것이지만, 입법부가 법률로써 행정부에게 특정한 사항을 위임했음에도 행정부(대통령)가 이러한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는 위법한 것인 동시에 위헌적인 것이 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례가 있다.
 
아울러 행정부에 위임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는다면 법치국가와 법치행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물론 행정부가 행정입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선 여러 요건이 있다. △행정청에 행정입법 제·개정 의무가 있어야 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해야 하고 △행정입법이 제·개정되지 않았을 때 성립된다.  

복권수익금 국민주택기금 배분의 경우 배분비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기에 행정입법 제·개정 의무가 분명히 있다. 또 ‘복권 및 복권기금법’은 지난 2004년 4월1일 제정돼 관련 규정이 시행된 지 약 5년이 경과해 상당한 기간이 경과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위임사항을 규정한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아 행정입법이 제·개정되지 않았다.

결국 위임받은 내용에 대한 행정입법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하지 않아 법을 어긴 셈이다. 법제실은 “복권수익금의 일부를 국민주택기금에 배분하도록 배분비율을 규정해 법률의 내용에 합치시킬 필요가 있다”며 “다만 현실적으로 임대주택 관련 법령에서 국민주택기금 중 일부 재원을 임대주택 건설에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중복 지원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면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있는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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