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 권력의 무서움을 실감했다. 권좌에서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향인 김해에서 농사일을 하며 살고 있었다. 그 가족과 관련된 비리가 불거지면서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나 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휘둘리기 시작했다. 산 권력의 외압-탄압을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구속될 위기까지 내몰렸다. 결국 그는 자살로 삶을 끝냈다. 일부 측근은 정치적 탄압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살아 있는 권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여실히 보여준 일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까운 현실의 이야기이다.
현직 대통령의 권력파워
1980년부터 지금까지의 역대 대선 후보들을 보면 당시 대통령들의 배려 여부가 대통령 후보-대통령의 당락을 크게 좌지우지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두환의 육사 동기이자 친구였던 노태우의 등장은 현직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의 밀어주기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그는 호헌철폐를 외치며 등장했다. 1987년 김대중-김영삼 간의 단일화가 실패, 노태우의 대통령 당선을 도와주게 됐다. 두 김의 분열은 군사정권에 개입된 정치공작적 측면도 없지 않았다. 민주화 투사였던 김대중-김영삼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살아 있는 권력의 파워가 얼마나 큰지를 실감케 했다.
노태우 대통령 말기 김영삼은 3당 합당(주역은 노태우+김종필+김영삼)에 가세했다. 3당합당은 노태우 정권이 배후 역할을 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이에 따라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역시 현직 대통령의 정치파워가 얼마나 큰지를 알게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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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권 말기에 영남출신인 노무현이 대통령 후보로 등장했다. 오랜 민주화 동지들 가운데 한 사람을 후보로 만들지 않고 엉뚱하게 영남출신을 등장시킨 것은 당선가능성을 고려한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노무현은 재집권에 실패했다. 그 내면에는 여여갈등이 존재했다. 1997년 10월, 정동영이 통합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당선됐다. 정동영은 후보로 당선되자 청와대로 전화를 걸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당선 인사를 하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직접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 당선 인사차였다. 김 전 대통령은 직접 전화를 받아 축하한다“고 화답했다. 정동영이 청와대로 전화를 건 후 한참 후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노 대통령은 정동영 후보에게 ”왜 열린우리당을 해체했나?”라고 따지면서 ”야당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나라가 망하나?“라는 말까지 늘어놨다. 그런 내용의 전화가 15분간이나 지속됐다고 한다. 정동영은 난감 했다. 이 내용으로 봐서 정동영 후보는 선거과정에서 살아 있는 정권의 큰 도움을 받지 못했음을 반증한다. 그 결과는 530만표 차이의 낙선이라는 완패로 나타났다.
이명박, 박근혜 견제 발언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중반에 차기 대선 예비 주자로서 국민의 지지가 가장 두드러진 정치인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이다. 집권자 차원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 후보가 되는 게 바람직한지, 아닌지에 대한 검증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세종시의 원안 고수론에 무게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청와대와 각을 세워왔다. 그 대립의 정점은 이명박 대통령의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지원하겠다”라는 발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9일 충북도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지원하겠다”라는 내용은 발언을 했다. 이 발언 이후 한 일간신문은 박근혜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하는 보도를 해서 논란을 증폭시켰다. 박근혜는 밀어주는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이미지를 연상하는 내용이었다. 박근혜 측의 반발이 거셌다.
이 보도이후 청와대가 전면에 나섰다. 청와대 김은혜 대변인은 지난 2월 10일 브리핑에서 “9일 충북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의 모두 말씀은 현장에 계셨던 분들이라면 누구라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지원하겠다’ 한 것도 여야를 떠나서 지역발전을 위하여 노력하는 지자체장에게는 정부가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말이었다”고 설명하고 “2월 9일 모두말씀을 다 읽어보셨겠지만 이 말씀 바로 직전에는 '충북이 미래지향적인 발전목표를 가지고 있다' 또 말씀 직후에는 '경제적 사고로 미래지향적으로 가는 지역이 발전하기 때문에 지역 발전,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서 정부가 적극 돕겠다'고 말하시지 않으셨나? 전후 사안을 한 눈에 읽어봐도 지역발전을 위해서 노력하는 자세를 당부하신 것인데 일부 언론에서 마치 여권 내 갈등 증폭으로 곡해해서 보도한데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또 ‘강도’ 관련 발언도 ‘아직 세계경제위기가 끝나자 않았고 추가로 유럽 발 금융위기가 어디까지 진전될지 예측할 수 없는 시점에서 글로벌 경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 내부가 갈등을 일으키거나 정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화합하고 힘을 모아서 국가적 과제를 극복하자’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당내 화합을 강조하신 것을 혹은 당내 화합을 당부하신 것을 거꾸로 해석해서 당내 갈등을 부추기지 않으시기를 바란다. 대통령의 진의를 정쟁적 시각에서 쓰면 국민들에게 인식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오해하시지 않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동관 홍보수석이 2월 11일 가세했다. 그는 이날 가진 브리핑에서 “박근혜 의원의 대통령 말씀에 대한 언급, 그와 관련된 보도들이 솔직히 저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우선 대부분의 언론 보도가 ‘박근혜 의원이 발끈하니까 청와대가 곤혹스러워 하면서 진화에 나섰다.’는 뉘앙스인데 이건 논리적으로 앞뒤에 안 맞는 얘기”라고 해명하면서 “왜냐하면 진화라는 것은 발화(發火)한 사람이 하는 것 아닌가? 청와대가 발화(發火)한 일이 없는데 왜 진화를 하나, 어제도 길게 설명 드렸지만 대통령께서 ‘일 잘하는 사람을 밀어 주겠다’는 말씀은 어떤 지역을 가서도 그 지자체장을 격려하기 위해 하신 것이다. 호남을 가셔서도 말씀하시고, 지난번 경기도에 가셨을 때도 말했다. 오죽하면 친박 쪽 좌장에 해당하는 송광호 최고위원이 박 대표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 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른바 강도론, 그건 경선 때 이후에 각 지역 순회하시면서 당내 화합을 당부하시면서 하신 말씀으로 지금까지 제가 들은 것만 해도 열 번이 넘는다. 무슨 박근혜 대표를 겨냥을 하나? 어제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지금 무슨 경선을 하는 것인가? 대통령께서 경선 때 수많은 네거티브와 음해를 당했지만 사실로 밝혀 진 것 뭐 하나라도 있었나?”라고 반문하고 “이렇게 명명백백한 사실 인데도 그 전후의 사실 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일 잘 하는 사람 밀어준다는 말씀과 그리고 강도론에 대해서 박근혜 의원이 언급을 한 뒤에, 나중에야 사실관계가 잘못된 것을 뒤늦게 파악된 데도, ‘원론적 언급이지 특정인을 거론한 것이 아니다’라고 얘기한 것은 제대로 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홍보수석은 “적어도 박근혜 의원의 이 발언에 대해서는 적절한 해명과 그에 따른 공식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요구하는 바”라고 촉구했고 “일부 언론에 보니까 소통이 부재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왜 소통의 부재인가? 충청도 행사에 바로 송광호 최고 위원이 참석하지 않았나? 그리고 대화라는 것도 그렇다. 무슨 대화할 열린 태도가 서로 돼 있어야 대화가 되는 것이지, 원안을 일점 일획도 바꿀 수 없다, 당론 변경에 대한 논의도 못하겠다고 하는데 무슨 대화가 되나? 그런 정확한 선후 관계를 언론에서 별러 주셔야지, 진화니 소통 부재니 하는 표현은 실제적 사실 관계와 거리가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홍보수석은 “링컨 대통령도 한때 노예제 폐지에 반대했으나 남북전쟁이 시작되고 또 현실적 필요도 있기 때문에 노예제 폐지를 선언하게 됐고, 결국 오늘 역사에 남는 그분의 금자탑이 되지 않았나? 어떤 경우에든 정치지도자의 최종적 판단 기준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앞 뒤 선후 관계, 사실 관계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분초를 아껴가면서 국정에 매진하면서 뚜벅뚜벅 일하시는 대통령을 폄하하는 발언을 함부로 하고, 끝나고 나서 ‘원론적 언급 이었다’고 얼버무리며 넘어가는 태도는 정말 온당치도 못하고 적절치 못할 뿐 아니라 황당하다. 최소한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 예의를 지켜야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대통령을 폄하하는 발언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불어 “최소한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 예의를 지켜야지 않겠는가”라고 충고했다. 사실, 청와대는 이렇게 구구절절 이유를 대고 있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은 한 일간신문이 해석한 대로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지원하겠다”는 말일지 모른다. 박근혜와의 거리두기를 시사했을 수도 있다.
박근혜계 진짜 탄압 받는가?
곧 이어 친박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대법원 등 7개 독립기관을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절충안을 내놔 파문이 일었다. 김 의원은 “정부 분할은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런 차원에서 원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고 피력했다. 이 발언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반기를 든 것으로 시사됐다. 박근혜 전 대표 지지 모임이랄 수 있는 ‘박사모’는 “김무성, mb 출구전략의 대리인이 됐나”라는 긴급논평에서 김 의원을 비난했다. 이 단체는 “대한민국 헌법에는 삼권분립이 보장돼 있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이전하고 말고는 사법부가 판단할 일로 감히 행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언급하면서 “언제부터 정부가 사법부를 통솔했나?”라고 따졌다. 김무성의 발언은 찬박세력의 손발을 잘라내는 효과를 수반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22일 친박계 6선 의원인 홍사덕 의원(대구 서구)이 ‘청와대, 국회의원(원안 지지) 위협’의 정치공작론을 제기, 파문이 일었다. 홍 의원은 2월 22일 오전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용서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 취임 이래 완전히 없어졌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의원 누구에 대해 마치 무슨 흠이 있는 듯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며 위협하는 것”이라면서 “보고가 들어왔다. 이미 하나의 사례는 파악했고 한 사례만 더 나오면 공개적으로 얘기할 거다. 이는 여당이라 해서 눈감아 줄 일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일하는 친구들이 대통령을 기만하다가 못해 이젠 대통령한테 까지 피해를 주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세종시 원안고수와 수정안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박근혜-친박계와 이명박 대통령-청와대간의 대립양상은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권력기관이 박근혜-친박계를 탄압하는 양상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다.
“박근혜 정치목숨 쥐고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청와대와 대립하면서 그 지지도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박근혜의 국민 지지도가 40%대에서 20%대로 추락한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지난 2월 22~26일 5일간 실시한 주간 통합 정례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의 지지율은 29.7%였다. 리얼미터측은 “지난주 보다 3.5%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월요일(2월 22일)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31.6%로 출발했으나 화요일 28.1%로 30% 이하로 하락했고, 다음날인 수요일 조사에서도 추가 하락하며 27.9%까지 떨어지면서 최종 주간 지지율이 29.7%로 마감, 리얼미터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관은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전주(44.6%) 대비 소폭 오른 47.7%를 기록했으나, 수도권(서울 21.5%, 인천/경기 23.8%)과 부산/경남(32.5%)에서 지지율 하락폭(서울 6.5%p↓, 인천/경기 4.8%p↓, 부산/경남 7.6%p↓)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박근혜의 국민지지가 급락, 초라하게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의 지지도가 급격하게 무너지는 것은 세종시 문제로 연일 떠드는 정치적 피로감에서 오는 현상이거나 여당 내의 야당이 가진 한계일 수 있다.
과거정치 관행으로 볼 때 차기 대선 예비후보인 박근혜의 정치목숨은 이명박이 쥐고 있을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당선시키기는 쉽지 않겠지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로 이명박의 정치목숨을 박근혜가 쥐고 있을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단회 대통령이므로 2013년 2월 25일 청와대를 제 발로 걸어 나와야 한다. 퇴임 이후가 문제인 것이다. 박-이, 두 정치 거목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도마뱀과 같은 신세이다. 이것이 정치라는 마술이다. moonilsuk@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