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의 자회사 사외이사 겸직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한 은행법 개정안이 금융지주회사의 자(子)은행 사외이사 겸직을 금지했지만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서는 이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주사 임직원이 계열사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는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이하 경개연)는 지난 5월4일 논평을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의 자회사 사외이사 겸직 여부와 관련된 제도 전반을 조속히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겸직 놓고 혼란 가중
지난 4월28일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2008년 12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여 1년 반 동안 표류하다가 이번에 확정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은행의 지배구조 관련 조항을 정비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외이사의 구성 비율을 현행 1/2 이상에서 과반수로 확대하고 사외이사 결격요건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 등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
사외이사 결격요건을 규정한 개정 은행법 제22조 제7항은 은행지주회사의 상임 임직원이 자(子)은행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자본시장법, 보험업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및 상호저축은행도 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 또는 계열회사의 임직원은 사회이사가 될 수 없다는 조항에 따라 금융지주회사의 임직원을 자회사인 금융투자회사, 보험회사 등의 사외이사로 두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반면 임직원의 겸직제한을 규정한 금융지주회사법 제39조 제2항에는 “기타 금융관련 법령에 불구하고 금융지주회사의 임직원은 자회사 등의 임직원이 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즉 은행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회사의 임직원은 자회사인 은행의 사외이사가 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처럼 두 법률이 서로 충돌할 경우 어느 법을 우선 적용해야 하는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개연은 논평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법상에는 개정 은행법 조항과 반대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이 있어 이를 시급히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법 상충돼 논란
이처럼 규정이 충돌할 뿐만 아니라 금융위에서 각 법률의 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들의 해석도 엇갈리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고 경개연은 전했다.
금융위 금융지주회사법 담당자는 금융지주회사법 제39조 제2항은 겸직제한과 관련하여 임직원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규정이지만, 은행법 등에서 임직원 중 사외이사를 특정해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면 그것이 우선 적용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은행법 등 업종별 설립근거법에서 금융지주회사의 임직원을 사외이사로 둘 수 없도록 한 규정이 있다면 금융지주회사법 제39조 제2항은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위 자본시장법 담당자는 금융지주회사법이 특별법이므로 자본시장법보다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즉 자본시장법상 최대주주 또는 계열회사의 임직원은 사외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해도 금융지주회사법 제39조 제2항에 따라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의 자회사 사외이사 겸직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각 회사의 최근 공시자료와 2010년 4월30일 기준 법인등기부를 이용하여 5개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의 자회사 사외이사 겸직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5개 금융지주회사의 임직원 14명(등기임원 4명, 미등기임원 10명)이 총 12개 자회사의 17개 사외이사 직책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경개연은 신한금융지주 산하의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하나금융지주 산하의 하나대투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 산하의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4개사는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의 겸직을 통해서만 사외이사가 이사총수의 1/2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개연은 “따라서 겸직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이들 4개사는 사외이사 비율을 1/2 이상으로 정한 관련 법률의 취지를 사실상 위배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개연은 또한 “신한금융지주 산하의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의 경우 외형적으로는 법상 요건을 넘어 사외이사가 이사총수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총 6인의 이사 중 사외이사 4인), 사외이사 겸직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사외이사가 1/2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금융위, 유권해석 엇갈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경개연은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의 자회사 사외이사 겸직과 관련하여 두 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앞의 유권해석에서 금융지주회사법 담당자의 해석이 옳다면, 즉 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 또는 계열사 임직원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는 각 업종별 설립근거법의 규정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면, 우리나라 금융지주회사의 상당수 자회사들이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하여 위법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나아가 그러한 사실을 금융위의 각 업종별 담당부서들이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만일 자본시장법 담당자의 해석이 옳다면, 즉 금융지주회사법상의 겸직 허용 규정이 우선 적용된다면 비록 위법 상태는 발생하지 않지만, 개정 은행법과 여타 업종별 설립근거법 사이에 심각한 규제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행 자회사는 사외이사 겸직이 금지되는 데 반해 여타 비은행 자회사는 아무런 제한 없이 겸직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비은행 자회사에서는 사외이사 수를 일정 비율 이상으로 정한 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과 비은행 사이에 사외이사 제도의 의미를 달리 판단할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경개연은 “위와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또 “결론적으로 이상의 두 가지 경우 중 어느 쪽이 옳다고 판단되든 간에 금융위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금융지주회사법과 각 업종별 설립근거법 사이의 일관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실상의 직무유기 내지 직무태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관련규정 정비 필요
경개연은 논평을 통해 “따라서 금융위는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의 자회사 사외이사 겸직 여부와 관련된 제도 전반을 조속히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 경고했다.
경개연이 제시한 개선의 방향은 명확하다. 사외이사 제도가 지배주주 및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인사에 의한 경영감시를 위해 도입된 것임을 감안하면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의 자회사 사외이사 겸직은 당연히 금지되어야 한다. 즉 개정 은행법과 마찬가지로 자본시장법 등 여타의 업종별 설립근거법도 겸직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의 자회사 임직원을 허용하는 금융지주회사법 제39조 제2항에 대해 ‘사외이사는 겸직불허’ 라는 일반적인 단서 조항을 넣음으로써 은행과 비은행 간의 규제 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금융지주회사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개연 관계자는 “물론 금융지주회사 조직의 효율적 경영을 위해서는 자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이미 금융지주회사법 제41조의4는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자회사 등의 경우에는 사외이사 선임 및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를 면제하는 지배구조 특례를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러한 지배구조 특례가 적용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외이사 제도의 원래 취지에 맞게 사외이사는 독립된 외부인사로 선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지주회사제도는 지난 2000년 10월에 도입되었으나 지난해 7월 금융지주회사법의 개정으로 규제가 완화되어 최근 금융그룹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규제완화로 향후 비은행금융지주회사의 설립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 모두 7개의 금융지주회사가 설립되어 있는데 그 중 6개의 금융지주회사가 은행이 주력자회사로 되어 있는 이른바 은행지주회사로 되어 있었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효율적 경영관리와 계열회사 간에 중복된 관리조직의 정리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설립되는 것이니만큼, 최적의 기업지배구조를 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효율성 제고하는 방향…
이에 관해 이번 경개연의 지적처럼 이사회 구성,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의 각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의 겸직, 자회사 지배구조특례의 적용 등이 주로 문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지배구조의 형태에 따라 그 금융기관의 건전한 경영이 얼마나 담보될 수 있는지가 결정되므로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적정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건전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효율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금융지주회사법이 임직원의 겸직이나 자회사의 지배구조특례에 대해 적극적인 입법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개정에서 임직원의 수직적·단선적 겸직 외에 서로 다른 종류의 자회사 사이의 수평적·복합적 겸직도 허용되도록 그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금융지주회사 및 그 자회사들이 유연하고 효율적인 지배구조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에서는 금융지주회사의 사외이사에 독립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모범규준에서는 독립사외이사가 전체 이사 중 과반수가 되도록 하고 있는 한편, 그 임기도 최장 5년을 넘지 못하며 신임 사외이사의 비율이 전체 이사의 20% 내외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금융지주회사의 사외이사는 계열회사가 아닌 다른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임할 수 없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회사법에서는 금융지주회사 이사회의 완전자회사 경영사항에 대한 권한과 책임 및 금융지주회사의 내부통제체제에 관한 경영의 투명성 요건 등이 갖추어진 경우 완전자회사의 사외이사나 감사위원회를 두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지배구조특례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지배구조특례를 인정받은 사례는 드물고 특히 은행의 경우는 전무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또 금융지주회사법에서 계열회사 간의 중복비용을 줄여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임직원의 겸직을 넓게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지적한다.
다만 겸직 제한업무의 범위에 관한 해석 및 실무운용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나 보험업법 등 개별법령과의 관계에서도 일부 해석상 의문이 남아 있다. 이 점은 입법적 조치 또는 감독당국의 해석에 따라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안정 시급
현재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금융지주회사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기업지배구조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사항을 통합적으로 규율하기 위하여 지난 3월 가칭 ‘금융회사의 경영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마련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uerhumming@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