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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인도 전문화가 박연옥. 미인도 '부엌 속의 여인'을 들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
박연옥의 작품 '부엌 속의 여인'은 부엌 난간에 앉아 강낭콩을 까고 있는 여인을 그린 그림이다. 이 미인도는 포근하다. 가족을 위한 사랑이 배어 있다. 사랑하는 남편과 가족을 향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그냥 보기에는 빈한한 시골집이다. 하지만 들판에서 자란 꽃도 부엌의 한 구석을 차지, 있는 그대로 삶의 여유감을 더해 준다. 그림 속 여인의 얼굴엔 시름이라곤 엿보이지 않는다. 행복감이 깃들어 있다. 편안하게 앉아 먹거리를 만드는 한 여인의 따스함이 흐른다. 이 그림은 남정네들에게 그녀를 껴안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옆에만 있어도 행복할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 부엌 속의 미인도는 명품(名品)이다.
"한국판 모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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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연옥의 작품 '한국판 모나리자' |
박연옥의 그림 '한국판 모나리자'는 저고리와 치마를 벗어 상체가 약간 드러난, 여인의 기다림을 보여주고 있다. 이 미인도는 일상(日常)이 아닌 안방문화다. 어두운 안방에 호롱불을 붙이는, 전통의상인 속옷만을 입은 여인, 방안의 어두움을 물리치기 위해 불을 붙이는 여인이다.
잠자리에 들기 직전의 편안한 여인의 모습이다. 박연옥은 이 미인도의 이름을 '한국판 모나리자'라고 붙였다. 모나리자는 눈썹이 없지만, 이 미인은 겉옷을 입지 않았다. 치마 저고리를 입지 않은 속옷 차림이다. 속옷 차림의 한국판 모나리자, 순진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한옥의 안쪽에서 밖을 응시하는 미인도의 눈에서는 기다림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다. 청색 치마를 입은 여인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수줍음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박연옥의 미인도는 이같이 우리를 오랜 과거 속으로 끌고 들어가 그 시대 미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필자가 본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박물관에 전시된 한복 입은 여인의 사진은 초라했다. 그러나 박연옥이 건져 올린 미인도의 한복은 우리 의상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한국 여인이 간직한 고운 품성과 아름다운 외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녀의 미인도 구성시 인물 이외의 배경에는 가야금도 등장한다. 또는 꽃가마도 나온다. 그런가 하면 정자도 있다. 연꽃도 화사하게 피어 있다. 그 시절의 안방 마님, 서민 여성, 기생들의 생활문화를 엿보게 한다. 단아한 한복, 정숙한 여인 모습이 우리의 옛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그린 미인도는 현대 미인이 아닌 전통 속의 미인이다. 치마와 저고리를 입은 여인, 한옥의 정취가 배경에 깔려 있는 그림들이 대다수이다. 박연옥은 미인도를 <월간 한복>에 10여 년간 연재했다. 그 당시 이 연재물은 한복을 만드는 업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가 그린 미인도 속의 한복은 곧바로 상품화되어 국내외에서 유행됐다. 아름다운 미인도도 미인도지만 화려한 채색의 한복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녀의 미인도 속에는 전통의상 분야의 무한한 상품적 가치도 내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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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연옥의 작품 '부엌 속의 여인'은 부엌 난간에 편안하게 앉아 가족이 함께 먹을 먹거리를 만드는 한 여인의 따스함이 흐른다. |
박연옥은 "옛날에는 삶이 소박하더라도 사유하는 여유로움, 그리움과 기다림, 반가운 만남과 이별의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하고 "미인도는 이런 옛날 사람들의 그림같이 다소곳하고, 아름다우나 시리도록 인고의 세월을 견뎌, 전통적 삶의 여인들 모습을 재현하는 작업의 하나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그는 "내 미인도 속에 다시 태어난 미인들은 양반가의 사대부 부인들, 고매한 기품을 지닌 규수, 청순함을 가진 신혼 첫날밤의 신부, 매력이 넘치는 기방여인들이다"면서 "이 미녀들의 매혹적인 자태와 의상의 화려함은 사랑스럽다.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게 하고 싶다. 나에게 미인도는 옛날의 그리움이고 잊혀지고 있는 한반도의 고향이다"라고 덧붙인다.
박연옥은 자신의 미인도 표현기법에 대해 "중국과 일본의 채색화는 육감적인 정도로까지 과도하게 추구한다. 나의 미인도 채색은 담채의 부드러움과 진채의 강도와 밀도의 숨통을 터주는 바탕과 여백으로 어우러져 있다. 그림 전체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설명한다.
그녀의 그림인생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5세경부터 그림을 그리곤 했단다. 조부는 비행기 모형을 만드는 일을 했고, 부친은 서예가였다. 초등학교 수업시간에도 선생님 얼굴을 그렸다가 혼나기도 했다. 시간만 있으면 사람 얼굴 그리는 일을 했다고 한다. 선천적으로 그림 그리는 재능을 타고난 것이다. 그 재능이 오늘의 미인도 화가를 만들어 냈다.
박연옥은 아세아 미술공모전(디자인 포장센터), 대한미술공모전에 입상(경인미술관)한 경력이 있다. 홍대 총동문전, 뉴욕 리틀넥 갤리러 전시, 남북한민족평화통일전 전시, 순복음여의도교회 다목적홀 전시, 주안장로교회 문화센터 특별개인전 등등 전시회에 참여했다.
박연옥은 꿈꾼다. 평생 미인도를 그려온 박연옥은 이 분야의 전문화가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그저 가난이 늘 함께 하는 화가일 뿐이다. 그는 소망한다. 미인도를 판매, 재력이 허락해진다면, 자신이 그린 그림을 간직할 작은 미인도 박물관을 만드는 일이다. 허름한 한옥을 소유할 수 있다면, 그 한옥을 미인도를 그리고 간직할 공간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판 모나리자를 소유(?)한 미인도 전문화가의 소박한 꿈인 셈이다. 이제 그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미인도를 갖고자 하는 이들의 몫인 셈이다. ▲박연옥 작업실 전화=031-472-4126.
moonilsu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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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연옥의 미인도는 한국 여인이 간직한 고운 품성과 아름다운 외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
* 브레이크뉴스 서울경기 http://kiss.break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