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지방선거인데 왠지 밋밋하다. 예상대로 새로운 기대나 희망도 엿보이질 않는다. 마치 하도 먹어 질린 ‘음식’이 어김없이 밥상에 올라 버거움만 더해주는 형국이다. ‘반찬’ 몇 개만의 변화 임에도 ‘혁명·클린 식단’인양 떠드는 정치권의 뻔뻔스러움에 이젠 연민마저 말라 버렸다.
이번 선거도 영호남은 어떤 후보가 나와도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결과는 뻔할 것이다. 공연히 언론만 정치권만의 ‘잔치’에 동조해 부산떨고 있을 뿐이다. 여야의 텃밭으로 지칭되는 영호남의 ‘공천=당선’ 등식은 당연한 듯 이번에도 재현될 것이다. 대부분 기존 인물들에 제시된 공약들도 일부 양태만 바뀐 재탕된 것들이다. 그런데 정책검증이나 후보들의 자질, 풀뿌리 일꾼으로서의 성실성 등은 안중에도 없다. 아무리 선거는 ‘바람’이라지만 이건 너무 유치하기 까지하다.
선거 때만 유일하게 머리 숙이다 끝난 후엔 언제 봤냐는 듯 고개를 바짝 쳐드는 정치꾼들의 ‘오만’을 평소엔 욕하다가도 재차 표를 주는 아이러니는 이번에도 재연될 것이다. 이해할 수도, 하고 싶지도 않은 답 없는 텃밭의 유권자들이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니 그들의 ‘몫’이려니 할뿐이다. 이보다 더한 건 여야의 ‘北風-盧風’ 선거 프레임이다. 한쪽은 불행한 ‘천안함 침몰’과 ‘수병들의 죽음’으로, 또 한쪽은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란 부끄러운 자화상을 세계만방에 고한 사안을 선거전에 접목하려 한다.
정치인들의 인식과 자세를 보면서 이들이 평소 국민들 수준을 얼마나 낮게 만만히 보는 가를 엿본다. 물론 최근 ‘천안함’ 사태가 표심에 영향을 별반 미치지 않을 것이란 모 여론조사도 나왔다. 그러나 정확한 지표 없는 마치 ‘입맛대로 식’ 여론조사결과들이 난무하면서 국민적 불신이 깊어 이 결과는 별반 중요치 않다. 뭣보다 문제는 유권자들을 보는 여권의 인식이다.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며, 국민의식이 어떤가. 그런데도 오랜 과거정치의 유물인 ‘안보정국’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들이댄다.
민주당 등 야권도 마찬가지다. 여권에 맞설 ‘정책대안’이 얼마나 없으면 불행한 죽음으로 마감한 전직 대통령을 선거전 프레임으로 내세울 생각을 하는 가. 유권자 입장의 개인적으로도 무시당하는 느낌이 커 당혹스럽다. 많이 가진데다 그럴싸한 사회적 타이틀에 정치권력을 훈장처럼 더한 갖은 ‘스펙’이 자랑거리인 그들이다. 하지만 그 ‘스펙’이 어디 영원한가. 세상에 영원한 건 아무 것도, 어디에도 없다. 그런 ‘타이틀’들이 세상사는 보람이고 위안이면 혼자 즐길 일이다. ‘공덕’ 쌓기에 좋은 조건들이 주어짐에도 불구, 되려 ‘업보’ 지음에 치중하고 있으니 우매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늘 국민들을 수준아래인양 내려 보는 그들의 설익은 ‘오만방자함’이 내내 불쾌하다. 물론 여기에 일조한 일부 국민, 유권자들도 문제다. 답이, 미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빛이 오래도록 대한민국을 휘감고 있는 듯한 답답함이 새삼 순간 밀려왔다 스쳐간다. 도올 김용옥이 23일 서울 봉은사 일요특강에서 ‘천안함-4대강’에 대해 “구역질이 났다”고 특유의 쓴 소리를 내뱉었다. 이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 네티즌이나 국민들이 많은 것 같았다. 공교롭게도 이날 저녁 한 지인도 문자를 보내왔다. 내용인즉슨 “도올이 속 시원한 소릴 했고, 네티즌들의 지지 댓글이 난리 났는데 대체 언론은 무엇을 하고 있는 가”란 얘기였다.
순간 ‘우이독경(牛耳讀經)-답 없는 현실’이 동시 연상돼 끝내 답을 하지 못했다. 정치인들은 예전에도 그랬었고, 지금도 마찬가지기 때문이었다. 늘 국민들 소리에 ‘쇠귀에 경 읽기’식으로 일관하다 선거 때만 머리 조아리면 된다는 식의 인식이 팽배하다. 국민들을 얼마나 우매하게 봤으면 그럴까 싶지만 실상은 그렇다.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이다. 이에 호응하는 유권자들의 우매함이 이번 6·2지선에도 재연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 대한민국엔 그런 국민, 유권자들만 있는 게 아니다. 아직 ‘꿈’을 꾸며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향해 발걸음을 떼고 있는 국민들도 있다.
‘진보’와 ‘보수’든 ‘중도’든 다중화 사회에서 다양한 객체들이 어우러진 사회다. 진정한 정치는 이들을 네거티브 수단으로 가른 채 정권창출 및 유지를 위해 이용하는 게 아닌 조화롭게 융합해 걸러내면서 적절한 지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야를 이리저리 바꿔 봐도, 오랜 세월 갖은 정치적 험로와 역경을 거쳐 작금에 이르러도 별반 희망의 여지가 보이질 않는다. mb정권 들어 오히려 과거 ‘권위주의’ 정치로 회귀하는 듯한 인상만 짙어지고 있다.
작금의 ‘신뢰’없는 사회, ‘일방독주’의 정치, ‘일구이언’이 난무한 현실 속에서 끊임없는 ‘이념대치’, ‘그 나물에 그 밥식 풀뿌리 수성-탈환’ 등만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유권자들의 ‘축제’가 아닌 ‘정치권의 리그’만 늘 재연되고 있다. 그룹 ‘아바’의 노래로 국내 뮤지컬 무대에도 오른 ‘winner takes it all’이란 곡이 있다. ‘승자가 모든 걸 가진다’는 이 곡이 작금의 정치권에 투영되면서 씁쓰레함을 더해준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승자는 없는 법이다. 스스로 뿌린 데로 거두며 돌고 도는 게 세상 이치다. 지인의 문자에 답을 못한 이유들이다. 또 이번 지선 결과에 별 의미를 두지 않은 배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