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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특수 속 ‘한국영화’…정치를 탐닉하다

최정호 기자 | 기사입력 2010/06/07 [10:52]
천안함이 만들어낸 북풍(?)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금강산 관광도 끊기고 남북의 관계가 폭풍전야로 접어든 가운데 남아공 월드컵이라는 바람이 불었다. 사상 첫 원정 16강에 들겠다는 야무진 꿈, 이런 찰나에 두 편의 영화가 눈길을 끈다. 2002년 북한군이 비무장지대에서 무전기를 통해 한국의 월드컵 경기를 들었다는 내용의 ‘꿈은 이루어진다’ 그리고 전직 축구선수가 동티모르 유소년들에게 축구를 가르쳐 준다는 내용의 ‘맨발의 꿈’이다. 이 영화들은 월드컵 특수를 위해서 개봉한 축구와 관련된 영화지만 그 속에는 한국 우월주의라는 이상한 의미가 숨어 있다. 월드컵 태풍보다 먼저 온 북풍을 타고 한국 우월주의가 영화 속에 숨어 관객들을 현 혹시킨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시청하지 못했던 북한 군인들이 한국군의 도움을 받아 월드컵을 무전기를 통해 즐겼다는 내용의 영화 ‘꿈은 이루어진다’, 이 영화는 축구에는 사상이 없어서 축구를 통해 한국과 북한이 잠시나마 하나가 된다는 주제로 잘 포장돼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주제만 그럴 뿐이지 사실상 북한을 발 아래로 굴복시켰다.

북한군은 무식한 괴물?

우리의 군 생활엔 그럴 듯한 낭만은 없다. 특히 아무도 없는 비무장지대를 지키는 군인들이라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피폐돼 있다. 하지만 ‘꿈은 이루어진다’에서 그려지는 한국군의 모습은 매우 점잖고 마음이 넓은 사람들뿐이다. 갈등도 없고 매우 이성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북한군의 모습은 아주 비열하고 약간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탈북하게 되는 1분대장(이성재)의 모습은 매우 의리가 있고 멋지며 북한군 중 가장 정상이다. 물론 축구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것이 있지만 말이다.

대검을 들고 설치는 주근치(정경호) 상병의 모습과 선임분대장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2분대장의 모습은 1분대장에 비해 너무도 대조적이다. 이들이 지하벙커 안에서 만들어 내는 일이란 아주 비정상적인 일들이다.

북한이 주입하는 주체사상과 그리고 폭력들 이에 비하면 1분대장의 모습은 너무도 선하다. 결국 지하벙커 안에서 1분대장은 철저히 경계인이다. 엘리트 군인인 그는 부하들과 오순도순 살기를 원했지만 그를 한국으로 쫓아낸다. 말이 쫓아낸 것이지만 사실상 한국행을 택한 거다. 그 옛날 반공 교육처럼 북한군은 괴기 집단으로 그려내고 한국인 같은 북한군은 살 수 없는 현실처럼 보여줬다.

북한군, 인공기를 발로 차

영화 초반 암울한 분위기가 감돈다. 코미디 영화라는 느낌에서는 나올 수 없는 느낌의 음악이 관객을 현혹한다. 이 영화는 코미디라는 장르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시종일관 웃기는 가벼운 웃음거리 영화인 색즉시공·조폭마누라 등과 같은 영화와 ‘꿈은 이루어진다’는 다른 영화다. 이유는 이 영화에는 정치의 색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비무장지대에 낙하산으로 구호물품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그 구호물품에 환장하는 북한군의 모습이 그려진다. 또한 한국에서 보낸 kika 축구공으로 축구를 한다. 하지만 소대장은 주체사상을 강요하며 그 공으로 축구를 못하게 한다. 그러자 1분대장은 kika 축구공에 인공기(북한 국기)를 그려 넣어 축구를 한다. 1분대장은 말한다. “축구에는 사상이 없다”고. 인공기는 북한군에 의해 수백 번 발길질 당한다.

축구 앞에 사상은 휴지조각

축구공에 주체사상을 이야기하라는 소대장, 나이 어린 신병들은 주체사상에 불태웠다. 칼 막스와 레닌의 공산주의를 열창하며 한국의 민주주의를 ‘갈아 마셔야’ 한다고 말하는 신병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는 태어나서부터 주체사상에 길들여진 북한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군이 들려주는 월드컵 중계에 20년 이상 축적한 주체사상을 버려버린다.

주체사상을 열창한 신병들에게 원산폭격이라는 벌을 가하는 1분대장의 모습, 그리고 한 고참은 명령한다. 수색 나가서 북한군과 마주쳐도 교전하지 말라고 말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나라도 필요 없다”면서 “죽으면 김정일이 표창 안 준다”고 당연하듯 얘기한다.

시간이 흐르고 축구에 빠져 주체사상 따윈 잃어버린 신병들의 모습을 보고 고참들은 말한다. “적응 잘했다”고 말이다.

경계인 1분대장은 한국인

한국 축구 중계를 듣기 위해 한국과 교신했다는 이유로 본부로 압송돼 총살당할 처지에 놓여 있는 1분대장, 그를 살리기 위해 분대원들은 한국군에게 탈출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1분대장은 지하벙커에서 탈출한다. 하지만 북한군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비무장지대 안에서 한국군과 북한군은 1분대장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다. 한국군 수색대장은 1분대장의 어깨를 총으로 쏜다. 북한군은 1분대장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를 버리고 복귀하지만 한국군은 1분대장을 데리고 간다. 1분대장은 한국군 수색대장에게 말한다. “당신이 총을 쏠 때 믿었다”고 말이다. 아군인 북한군보다 적군인 한국군을 믿는 1분대장 그는 괴기스런 북한 군인들 속에 엘리트인 또 다른 한국인일 뿐이다.

비무장지대 안에서 최첨단의 군사장비로 한국과 이탈리아의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는 남과 북 군인들, 한국군은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박수를 친다. 동조할 수 없었던 1분대장은 ‘우리 민족’이라고 외치고 박수를 4번 친다. 하지만 1분대장은 북한군 지하벙커에서 축구에는 사상이 필요 없다며 대한민국이라는 구령과 함께 박수를 친다. 그리고 분대원들 역시 그를 따라 한다. 민족이라는 사상을 버리고 구닥다리 이데올로기를 택한 것이다.

사단장의 치사한 조작 사건

북한군이 지하벙커에서 무전기를 개조해 한국군이 보내주는 월드컵 라디오 중개 방송을 들었다. 군 복무를 통신병으로 보낸 필자의 소견으로 보면 불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사단장이 개입한 것이라면 가능하다.

원래는 한국 통신병이 북한군과 비무장지대에서 멧돼지를 잡아먹으면서 통신 주파수를 교환했다. 서로 교신하다 한국군 간부에게 발각됐지만 사단장은 계속 진행해 보라고 한다. 그러고 차후 발생되는 일들은 사단장 지시하에 이루어진다. 사단장은 위성을 통해서 한국군과 북한군이 축구 시합을 하는 것, 시청하는 것 모두를 위성을 이용해 시청한다. 그리고 사단장은 말한다. “한국군과 북한군이 어울려 축구하는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말이다.

모든 일들을 자신의 명령하에 다 일어나게 만든 사단장, 하지만 그는 정치인들이 발뺌하는 수법을 택한다. 북한군과 한국군이 대치 상황에 놓이자 ‘알아서 하라’고 명령한다. 말은 알아서 하라였지만 사실상 1분대장을 구하라는 거다. 잘되면 잘되는 거고 못 되면 수색대장이 명령을 묵살하고 행한 일이기 때문에 자신은 안전할 것이라는 수작에서다.

사단장은 월드컵 중계라는 카드를 빼들고 1분대장을 비롯한 분대원들을 희망 고문했다. 그리고 무슨 북한을 포용하는 좋은 정치가처럼, 혹은 민족주의자같이 우리가 강하고 더 큰 나라이니까 불쌍한 너희들을 구제해 준다는 식의 사상에 빠진 사람이다. 1분대장은 사단장에 의해서 월드컵으로 타고 사상이 주입된 것이며 급기야는 한국으로 망명까지 하게 만들었다. 사단장과 1분대장의 모습을 통해 북한군이 권력자인 한국군 일개 사단장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다.

한국인 우월주의의 환상

수퍼맨, 007 시리즈를 필두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식 영웅주의와 백인우월주의 영화들이 할리우드를 통해 많이 만들어졌다. 심하게는 미국 대통령이 세계를 구한다는 ‘에어포스원’까지 등장했다. 우리나라 많은 영화 평론가들은 이런 영화들의 영웅주의와 백인 우월주의를 비판했었다. 그러나 이런 영화를 즐기는 대중들을 말리지는 못했다.

2010년 영화로는 보잘것없는 나라 한국, 물론 이창동·임권택 감독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것밖에 알릴 만한 게 별로 없는 나라다. 물론 비가 ‘닌자 어쌔신’이란 영화에서 주연배우로 활약했지만 이 역시도 신통치 않았다. 상업 영화도 할리우드에 비해 작품성과 시장 규모 면에서도 형편없이 떨어지고, 예술 영화도 프랑스나 미국·인도·스페인 등에 비해 보잘것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예술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적 자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로 보면 혹은 나라의 규모로 보면 소위 허접한 우리나가 ‘맨발의 꿈’이라는 영화를 만들어 냈다. 이 영화는 미국이 영웅주의와 우월주위를 위해 사용했던 방법 그대로를 사용한 영화다. 미국은 전 세계에 전파했지만 우리나라는 기껏 해봐야 개발도상국이니 참으로 어이 없다.

미국이 영웅주의와 우월주의를 세계인에게 영화를 통해 주입했던 것은 강대국이었고 세계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저 국가 부채 700조인 그다지 내세울 게 별로 없는 나라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영화로 한국인 우월주의를 주입시키고 있으니 안타깝다.

한때 잘나가던 한국 축구선수가 동티모르가 소위 짝퉁 축구화를 저렴하게 팔았는데 이것을 계기로 유소년 축구 감독이 돼 그들에게 한국의 선진 축구기술을 전파한다는 내용이다. 가난하고 미개한 동티모르 국민들에게 위대한 한국인이 축구를 가르쳐 주고 그들의 위에 군림하는 스승이라는 것. 축구와 인생을 가르쳐 주며 동티모르 유소년들에게한국어를 하게 만드는 한국 영화의 위대한(?) 힘이다.

휴머니즘과 우월주의 사이

할리우드가 최근 사용하는 백인우월주의 보여주기 방법은 흑인을 비하하는 것이다. 2007년에 개봉한 힐러리 스웽크 주연의 ‘프리덤 라이더’라는 영화는 백인 여교사가 흑인 문제아들 위주로 구성된 학생들을 잘 가르쳐 그들을 좋은 길로 인도한다는 영화다. 또한 지난 2009년에 개봉한 샌드라 불럭 주연의 ‘블라인드 사이드’는 흑인 고아를 양아들로 삼아 그를 미국 nfl 선수로 데뷔시킨다는 내용의 영화다. 인도주의적이고 휴머니즘적인 영화다. 백인은 흑인보다 위대해서 그들의 폭력성까지도 수용해주고 그들을 좋은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백인은 절대적으로 흑인의 스승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미국은 순수 백인보다는 유색인종들이 더욱 많다. 유색인종의 중심에 서 있는 흑인들, 그들의 정신세계를 백인이 통제하겠다는 거다.

‘맨발의 꿈’도 이와 같다. 겉으로는 휴머니즘을 외치며 가난한 나라에 우리나라가 축구를 전파한다는 것, 잘사는 나라 네덜란드의 히딩크가 축구를 가르쳐 주고 ‘박연’을 앞세워 ‘한국과 네덜란드는 오래 전부터 친구의 나라다’라고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마치 아시아 축구 최강이라고 외치는 한국 앞에 동티모르는 속국 같은 느낌이다.

영화 그 속에 담긴 정치학

미국에 영화는 하나의 정치적 표현수단이었다. 옛날 구소련이 영화를 이데올로기 전파를 위한 도구로 사용했었던 것처럼 그들은 상업영화라는 가면을 쓰고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한때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옹호론자들은 구소련의 영화의 정치적 사용을 두고 비판했었다. 한마디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식이다. 그들이 영화를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한 것은 영화가 가진 파급성 때문이다. 영화야말로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정치적 냄새가 너무 난다. 물론 북한의 이야기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한 편의 영화를 소개할까 한다. 영화감독 에밀 쿠스트리차의 대표작 ‘언더그라운드’다. 이 영화는 1941년 나치의 침공으로부터 시작해 구유고연방의 보스니아 내전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와 ‘꿈은 이루어진다’는 너무도 닮아 있어 눈길을 끈다.

스탈린과 히틀러의 형상을 한 마르코라는 권력을 갖고 있는 자신의 친구 블래키에게 간교하게 사기를 친다. 잠시 지하에 있으라고 전쟁이 빨리 끝날 것 같은 데 그때가 되면 올라오라고 말이다. 마르코는 블래키에게 영원히 끝나지 않는 전쟁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쟁이 끝났지만 블래키에게 포격소리와 전장 소음을 전축으로 들려줌으로써 영원히 지하세계에 가둬 놓는다. 그리고 마르코는 막강한 권력으로 세상을 주무른다.

지하벙커에서 월드컵을 즐기는 북한군들과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암투들과 기무부대들의 압력과 언더그라운드의 지하세계의 모습은 닮아 있다. 그리고 월드컵과 전쟁의 종식이라는 희망고문 무엇보다도 모든 걸 조작하는 사단장과 마르코의 모습은 너무도 닮아 있다.

전쟁 그 속에 영화 날다

천안함 침몰로 남과 북 전쟁설이 난무하고 있고, 지방선거에 월드컵으로 우리나라는 정말로 소란스럽다. 정치권은 모르겠지만 현재 많은 국민들은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쌀과 라면을 사재기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너무도 쉽게 알 수 있다.

한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이 눈길을 끈다. 그는 탐아무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네티즌이다. 제목은 ‘전쟁하자? 지도층 아들부터 전방에 세워라’이다. 이 네티즌은 군생활 대부분을 비무장지대에서 ‘매일 목숨을 걸고 수색 매복 땅굴 탐지를 했던 전초 수색대대’에서 근무한 바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지도층은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고 사회적 책임과 의무는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국민들이 지도층을 불신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국방부장관과 함께 전쟁발발과 동시에 한강 다리를 폭파하고 도망쳤던 일화를 소개하며 지도층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꿈은 이루어진다’와 ‘맨발의 꿈’은 휴머니즘으로 포장된 한국식 우월주의로 국민들을 현혹시킨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개봉 첫 주 흥행 순위 6위를 기록했다.

prayse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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