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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영화감독이고 싶다

손정희 기자 | 기사입력 2010/06/14 [10:34]
영화 ‘동감’의 원작자이자 ‘내사랑 싸가지’ 감독으로 얼굴을 알린 신동엽 감독(34)이 이번에는 sf가족영화 ‘서유기 리턴즈’로 돌아왔다. 올 한 해 극장가는 ‘드레곤 길들이기’의 흥행 돌풍을 시작으로 ‘슈렉 포에버’ 등 가족영화가 주류를 이룬다. 할리우드 영화들은 매년 풍족한 예산과 신선한 아이디어로 국내 영화 시장을 휩쓸어 가고 있다. 몇 해 전 심형래 감독의 ‘디워’가 가족단위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800만 관객을 동원했듯이 가족영화 시장은 결코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는 거대 시장이 되어 가고 있다. 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신동엽 감독은, 2010년 여름방학 개봉 예정인 sf가족영화 ‘서유기 리턴즈’를 시작으로 척박한 한국 가족영화 시장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동엽 감독을 영화계로 이끈 영화 ‘동감’(신동엽 원작)은 2000년도에 당대 최고의 배우인 김하늘, 유지태, 하지원이 주인공으로, 시대가 엇갈린 대학가에서 풋풋한 사랑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 34만6279명을 돌파했었다. 또한 스물일곱 살에 감독 첫 데뷔작이 된 ‘내사랑 싸가지’는 주인공으로 하지원, 김재원을 캐스팅 했고 준비한 지 석 달 만에 영화화된 작품이다. 개봉 시기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사이에서 극장을 많이 잡지 못했지만 관객 수가 151만 정도 들었으니 흥행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는 한 시인이 한 편의 시를 100명이 읽기보다 한 사람이 백 번 읽는 게 더 가치 있다고 말했듯, 감독으로서 자신의 영화도 한 명의 관객이 천 번이라도 봐 줄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신동엽 감독은 이미 영화계에서 10여 년을 보냈으며 명실상부한 충무로의 흥행보증 스타 감독으로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아래는 신동엽 감독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7월 개봉 ‘서유기 리턴즈’

-‘서유기 리턴즈’는 2000년 전 손오공 일행이 다시 현대로 와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들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소재는 분명한 것 같다. 가족영화라면 어른들도 같이 볼 것인데 혹시 이런 점도 신경을 썼는지?

▲당연하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재미있어하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의 눈높이, 어른들의 눈높이에 따로 맞춘 영화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가족영화는 없는데 할리우드처럼 ‘박물관이 살아있다’나 ‘나홀로 집에’ 같은 한국형 가족영화를 제시하고자 했다. 게다가 개그맨들이 나오는 영화 하면 어른들이 보기에는 민망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영화는 다르다. 개그맨들의 인기에 편승해 유행어나 늘어놓는 영화는 아니라는 말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공상과학 코미디영화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어릴 적 재밌게 보았던 ‘구니스’ ‘빽투더 퓨처’ 등의 가족영화를 많이 참고했다. 한마디로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내가 가장 보고 싶어했을 영화를 만들었다.

-원래 ‘서유기’ 내용과 이 영화의 ‘서유기 리턴즈’를 찍으면서 가장 생각을 많이 한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 심적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다.

▲그동안 서유기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끊임없이 나왔다. 심지어 할리우드 영화 ‘포비든 킹덤’은 서유기를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했을 정도다. 아마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고전 중에서 아이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고전이 아닐까 싶다. 부담감이라면 아마도 원래의 캐릭터도 잘 살리고, 개그맨들도 잘 살려야겠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개그맨들과 캐릭터가 너무 잘 맞아서 다행이었다. 그 점이 심적 부담감을 많이 줄게 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크게 고민한 것이 있다면?

▲최고의 개그맨들과 일한다는 것은 굉장히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개그맨의 재능과 인기에 기댄 그저 그런 영화가 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김병만씨 같은 경우 개그 프로에서 보여주었던 것 이상으로 무술·무도의 달인이다. 예전 성룡 영화들을 떠올리며 액션을 연출했고, 스필버그의 수제자가 된 마음으로 sf신들을 만들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무엇인가?

▲손오공! 이라고 대답하고 싶지만(웃음) 사실은 모든 캐릭터에 애착이 간다. 김병만이 연기한 손오공, 류담이 연기한 저팔계, 한민관이 연기한 사오정, 민아령이 연기한 삼장법사… 그리고 아역들까지. 마지막으로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를 연기해 준 아역들의 캐릭터도 생각할수록 사랑스럽다!

-영화상이나, 촬영 현장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 있었다면?

▲액션 신이 많아서 매순간이 극적이었다. 영화상이나 현장 촬영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인 우마왕 캐릭터와 싸울 때 병만씨가 실제로 싸우다가 다칠 뻔했다. 그렇게 고생을 해서인가 액션이 잘 나왔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다.

빼어난 개그맨들의 연기

-주인공이 김병만, 한민관, 류담 등 개그맨들이 주 배우다. 촬영 때 무척 재미있었을 것 같다. 어땠나? 그리고 특별히 개그맨들을 배우로 쓴 이유가 있는지? 있다면 연기 실력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빵집을 한다고 다 빵을 좋아하는 게 아니듯이 개그맨이라고 해서 더 재밌다거나 현장에서 웃긴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우려하는 것이 개그맨들이었다. 영화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커리어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매사에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했다.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같이 작업을 다시 하고 싶다.

-삼장법사 역을 여배우 민아령이 했는데, 원래 삼장법사는 남자이지 않나?

▲삼장법사가 원래 마음이 넓고 모든 걸 포용하는 존재다. 2000년 이후 부활된 서유기에서 그런 존재는 여자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삼장법사 역에 여성을 쓰기로 했다.

-제작비는 얼마나 되나?

▲10억 정도 들어갔다. 하지만 배우와 스태프, 컴퓨터 그래픽 등을 현물로 투자받아 실제적 제작비는 20억원 규모에 달한다. 개그맨들을 주인공으로 그런 규모의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개그맨들이 출연해도 충분히 웰메이드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관객이 얼마나 들었으면 하나?

▲100만! 정말 욕심 없이 대답했을 때. 욕심 내자면 300만이다!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이 영화를 어떻게 말해 줄 수 있을까?

▲무조건 보라고 얘기하겠다. 아빠가 너의 동심으로 돌아가 만든 영화라고…. 이 영화는 꿈과 희망이 있는 영화다. 주제가 ‘마음속에 정의가 있다면 누구나 세상을 구할 수 있다’이다. 설마 “아빠, 너무 유치해” 이런 대답은 듣지 않겠지.(웃음)

-주위의 반응은 어떤가?

▲cg를 본 사람들은 많이 놀란다. 두 달 밤을 꼬박새며 cg팀과 함께 작업한 결과물이다 보니 입이 딱 벌어지는 cg가 꽤 있다. 빨리 세상에 공개하고 싶다.

-원작인 ‘동감’ ‘내사랑 싸가지’의 달콤한 연애 이야기를 벗어나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서유기 리턴즈’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주위에서 우려가 많았고, 스스로도 많이 위축됐었지만 사실은 너무나도 설레는 작업이었다. 내가 어린 시절에 꿈꾸었던 그런 영화를 어른이 되어서 만드는 것 아닌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액션도 했고, 코미디도 마음껏 했다. 독립영화 감독만이 자신의 작품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상업영화에서 해본 것이다. 수백억이 들어가는 할리우드 영화는 못 따라가겠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수백억을 써본 기분이다. 어릴 적 존경했던 성룡과 스필버그 감독에게 이번 영화로 오마주를 마쳤으니 어떻게 보면 행복한 감독인 셈이다.

-‘서유기 리턴즈’에서 제작을 했다고 들었다. 감독만 하다가 제작을 해본 소감은?

▲정확히 말하자면 내 꿈은 영화를 찍는 것도 있지만, 포괄적으로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제작부터 자막을 넣는 것까지라고 생각한다. 만약 제작을 못하더라도 스태프으로라도 참여한다면 나는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감독 꿈꿔

-영화 ‘동감’은 감독님께 어떤 작품인가?

▲데뷔작이다. 21살 때 쓴 작품인데 첫사랑 같은 영화다. 생각하면 아련하고 좋지만 첫사랑만 생각하고 살 수 없듯이… 빨리 뛰어넘어 더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과거의 사랑에서 벗어나 현재의 사랑이 더 열정적인 것처럼 말이다.

-영화 ‘내사랑 싸가지’는 감독님께 어떤 작품인가?

▲감독으로 처음 데뷔한 작품이다. 2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만들어서 작품성이 떨어졌을지 몰라도 풋풋하고 진정 어린 마음으로 만들었다. 주위에서 못 본 사람도 있지만 의외로 팬도 많다. 초심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후회 없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한 데뷔작이다.

-감독이 아닌 관객으로서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면?

▲사실 홍콩 영화를 좋아한다. 영웅본색, 동방불패… 홍콩 감독들의 액션이나 누아르 영화를 좋아한다.

-나중에 그런 영화를 찍고 싶겠네요? ▲그렇다.

-어떻게 영화감독이 될 생각을 했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를 본 게 계기가 됐다. 그 영화를 보고 어렴풋이 ‘나는 영화감독이 될 거야’라고 생각했다. 이후로 그 생각을 안 해본 적이 없다.

-감독으로서 만들고 싶은 영화에 대한 꿈이 있을 것 같다. 무엇인가?

▲사나이들의 진한 우정을 그린 액션 누아르.

-혹시 써두신건 있나?

▲있다. 아직은 혼자 간직하고 있다.

- 영화 ‘4교시’를 찍다가 감독이 바뀌었던데 이유를 말해 줄 수 있나?

▲제작사가 처음으로 제작을 같이 준비했는데 제작사와 마찰이 있었다. 어찌 보면 좌절을 한 것인데 젊은 나이에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이런 경험이 있어서 조심할 수 있었고, 좀더 사리분별 있게 행동하는 전화위복이 되었다.

차기작은 야한 로맨틱 코미디

-결혼한다고 들었다. 결혼을 결심한 이유와 아내 분은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하다.

▲11월28일이 결혼식이다. 아내가 될 김하영은 초등학교 동창이다. 사귄 지는 4년째다. 게임 쪽에 종사하는 친구다. 결혼을 하면 좀더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될 것이고, 혼자일 때와 다르게 영화를 보는 관점도 달라지게 될 것 같다. 가족을 꾸리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지금까지와 다른 제 2의 삶을 사는 것, 제2의 도약기를 준비하는 것인 것 같다.

-결혼과 영화감독이라는 직업과는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는지?

▲영화와 결혼은 심각하게 관계가 있다. 결혼은 현실이고, 영화감독은 비현실이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영화라는 건 꿈과 명예 등 많은 게 걸려 있다. 가장이 꿈이 있어야 가족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내 꿈은 영화이고 내 영화가 잘돼야 가족들에게 떳떳할 수 있다. 가족을 빛내기 위해서 열심히 한다고 말하는게 맞겠다. 다행히 아내가 게임이라는 같은 업계에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는 편이다.

-아내가 될 여자친구에게 한 말씀.

▲사랑하고 언젠가 영화제에서 수상소감을 하게 된다면 제일 먼저 아내에게 모든 영광을 바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금 진행 중인 영화가 있다고 들었다. 어떤 것인가?

▲로맨틱 코미디를 준비하고 있다. 빠르면 올 크리스마스, 내년 밸런타인데이를 목표로 9~ 10월 촬영한다. 야한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 캐스팅 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힘든 시기를 거치고 많이 노력했다. 지금은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정말 재밌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에 관계없이 말이다. 결과는 되다 안 되다라는 두 가지가 있지만, 결과에 너무 연연하면 괴로움만 따른다. 결과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라 과정을 즐기는 행복한 감독이 되고 싶다. 걸작을 못 만들더라도, 만약 10년에 한 번 영화를 하게 되더라도 말이다. 그게 영원히 감독이 되는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졸업을 하지 않으면 영원한 학생이듯….  science111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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