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4일 열릴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나라당 내부가 연일 시끌시끌하다. 요는 이번 당 대표가 누구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자기 진영이 위태롭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친박계, 친이계, 중도파 등 당 내부에 계파가 많은 당이라, 전당대회에 쏠리는 관심은 여느 당보다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차기 대선주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 더더욱 그러하다.
떨어진 당 쇄신을 일으켜 세우고 바닥까지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인 이번 전당대회는 사실상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전 대표 등 거물급 인사가 빠진 ‘김빠진 전당대회’라고 볼 수 있다. 한나라당 내부 관계자는 “거물급 인사가 대거 불출마 의사를 표명하자 너나 할 것 없이 출마하겠다는 후보가 난립하고 있다”며 “이번 전대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치러질 공산이 크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월28일 하루에만 김성식·이성헌·한선교 등 3명의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현재까지 출마 선언을 한 의원만 13명에 달한다. 향후 출마가 예상되는 의원을 모두 합하면 15~16명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전당대회는 1인 2표의 대의원 투표(7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30%)를 합산해 총 5명의 최고위원을 뽑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여기서 최고 득표를 한 자가 당 대표로 선출된다.
한나라당은 전당대회 하루 전인 13일, 새 지도부 선출에 반영되는 여론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며, 7월13일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여론조사를 펼칠 예정이다.
한나라당 전대의 특징인 1인 2표제와 여론조사 30% 반영, 여성 최고위원 할당 등 복잡한 룰은 변수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한나라당은 전대를 통해 대표, 최고위원 등 모두 5명을 선출한다. 이 중 최다 득표자는 당 대표로, 차점자는 최고위원이 된다. 선출직 최고위원 중 한 석은 여성 몫으로 마련해 놓고 여론조사와 대의원 투표를 합산하는데 대의원은 2표씩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친이냐 친박이냐”
최대의 라이벌, 앙숙 관계인 친이계와 친박계가 이번 전대를 통해 한판 시원하게 붙을 전망이다. 이는 대의원 확보를 위한 싸움이자 차기 대권 주자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세력 다툼이 될 수도 있다.
친박 진영에서는 끝까지 전대 출마자 후보를 고심하는 눈치다. 친박계 한 의원은 “사실 박근혜 전 대표의 출마를 바랐으나 (박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했으니 남은 것은 인물을 잘 골라 당 대표로 밀어주는 일뿐”이라고 일축했다.
현재 친박계는 서병수 의원을 가장 유력한 당 대표 인물로 거론하고 있다. 같은 날 한선교·이성헌 후보 등이 출마를 선언했으나 그들의 정치 세력이나 파워를 놓고 봤을 때 서병수 의원에게 다소 밀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 의원은 수도권에서의 인지도가 떨어지고 뚜렷한 정치 색깔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어 박근혜 전 대표의 입김이 어느 정도 좌우할 것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를 대변하듯 서 의원은 출마선언 당시 자신을 소개하는 자료에서부터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이라고 적었을 뿐 아니라 “박 전 대표가 내게 꼭 출마해 지도부에서 역할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최근 통화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친박계 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했으나, 당내 50~60명에 달하는 친박 의원들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친이·친박 세대 간의 싸움이 본격화될 경우, 자칫 당내 분란 조짐까지 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조금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친박 후보군이 박 전 대표나 6선의 홍사덕 의원 등에 비해 대표 인물로 중량감이 떨어지고 대중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친이 진영에서는 안상수 의원을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안 의원은 원내대표를 2번 역임하면서 여권 지도부와 동료 의원들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 친이계 한 의원은 “안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미디어법을 직권 상정시켜 국회통과를 시키는 등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했다”며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큰 지지를 얻고 있고, 당내 여러 계파에서도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23일 열린 안 의원의 저서 <대한민국의 선진화> 출판기념회에는 전·현직 한나라당 의원 120여 명과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의원 20여 명 그리고 외빈 2000여 명이 참석해 마치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방불케 하는 뜨거운 열기 속에 성황리에 치러졌다.
홍준표 의원은 6월29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당 대표가 되면 친이·친박 계파를 해체하겠다”며 “당의 의사결정을 통해 계파 해체를 결정하고 해체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해당 행위가 된다”고 강경한 의사를 밝혔다.
또한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민심과 당심의 요구는 싸우지 말고 화합하라는 것”이라며 “안상수 의원이 대표가 된다면 옛 체제로 당이 계속 연장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옛 체제는 몇몇 친이 강경파들이 당을 지배하는 것이고 이는 민심과 당심을 거역하는 체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홍 의원의 출마를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이 내세우는 화합은 사실상 ‘빛 좋은 개살구’로 중도의 홍 의원이 당선되는 것을 달갑게 여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홍 의원이 당선되면 친이와 친박 계파를 해체하겠다는데 내부에서는 그것을 화합으로 보지 않는다. 친이계 의원들도 선출을 막을 것이고, 친박계 의원들도 지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보난립 ‘격한 인신공격’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 매일 3~4명의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는 등 후보가 난립하고 있다. 이는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벌어진 양상. 그러다 보니 선거전은 ‘상대방 약점 잡기’, ‘후보 난타전’ 등이 볼썽사납게 자행되고 있다.
현재 정두언, 안상수, 홍준표, 심재철, 박순자, 서병수, 이성헌, 한선교, 김대식, 조전혁, 이혜훈, 정미경, 김성식, 권영진, 홍정욱, 황영철, 권영세, 남경필 의원 등이 출마를 선언하거나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이들 중 현재까지 유력 인사로 거론되는 인물은 친이의 안상수, 친박의 서병수, 중도의 홍준표 의원 등이다. 자연히 이 세 인사는 집중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대는 사실상 안상수·서병수·홍준표 3파전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안상수 의원은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우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출판기념회 안내포스터에 이명박 대통령과 나란히 걷는 사진을 실은 바 있어 “당을 청와대의 하청업체 수준으로 전략시키는 데 일조한 사람”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개인적으로 안 의원은 병역기피와 ‘봉은사 좌파스님’ 발언으로 불교계의 인심을 잃은 것이 약점이다. 경쟁 후보 측에 의하면 “그는 10여 년 간에 걸쳐 질병, 행방불명 등의 이유로 입영을 연기하다 결국 면제 판정을 받았다”며 “이런 사람이 과연 당 대표의 자질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은 안상수 의원을 겨냥해 “불교계가 2000만 불자들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한 축인데, 종교계와는 안상수 전 대표가 좀 빨리 화합을 하도록 해야 한다”며 봉은사 외압설로 곤욕을 치룬 안상수 의원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은근히 강조했다.
또한 그는 최근 자신의 출판기념회 안내포스터에 이명박 대통령과 나란히 걷는 사진을 실은 바 있어 “당을 청와대의 하청업체 수준으로 전략시키는 데 일조한 사람”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개인적으로 안 의원은 병역기피와 ‘봉은사 좌파 스님’ 발언으로 불교계의 인심을 잃은 것이 약점이다. 경쟁 후보측에 의하면 “그는 10여 년간에 걸쳐 질병, 행방불명 등의 이유로 입영을 연기하다 결국 면제 판정을 받았다”며 “이런 사람이 과연 당 대표의 자질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친박계 서병수 의원은 “정신 차리겠습니다”를 외치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쇄신만이 한나라당이 살길이라며 쇄신은 자기반성에서 출발하고, 진정한 반성은 책임을 지는 모습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 지난 2년간 당을 이끌어온 주역들, 진심으로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반대측 진영 의원들은 “서병수 의원은 당 대표감이 일단 아니다”라며 “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 그늘에서 벗어나 자기 정치 철학을 피력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홍준표 의원은 친이계 비주류이자 계파 갈등에서 비켜 서 있는 인물인 만큼 계파 갈등 해소를 통한 공정한 당 운영, 당·청 간 동반자 관계 수립 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원내대표를 역임하면서 얻은 조직표도 상당하다. 하지만 ‘돈키호테’, ‘포퓰리즘(populism)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걸린다. 포퓰리즘의 사례로는 홍 의원이 낸 ‘성인 1인 1주택으로 주택소유 제한법안’, ‘취약계층에 대한 대학등록금 전액 면제 법안’ 등이 꼽힌다. 이 때문에 상대 후보들은 “튀는 것만 좋아하는 홍 의원이 화합과 쇄신의 주역이 되겠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두 사람을 추격하는 후보로는 남경필·정두언 의원 등이 꼽힌다. 하지만 상대 후보측은 ‘함량미달’이라는 반응이다. 친이계 한 의원은 “남 의원은 당이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쇄신 목소리를 높였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것이 없다”며 “행동은 없고 입만 산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비판의 목소리는 주로 출마를 선언한 초·재선 의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다선 의원과 맞상대함으로써 자신의 중량을 올리려는 속셈도 없지 않아 있어 보인다. 정계 관계자는 “후보마다 약점이 있는데다 비난이 횡행, 당원들의 축제라는 취지와 거리가 멀다”며 “결국 흥행실패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친이·친박 간의 갈등의 골이 이번 전대를 통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여 향후 정국 운영이 큰 부담을 지게 됐다. 또한 친이·친박 진영에서 당 대표가 선출되면 계파 간의 집안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친박계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 행보는 시원하게 열릴 공산이 크나, 현재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은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친이계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면,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 행보는 큰 산에 부딪히게 된다. 이는 당 대표가 차기 대선후보를 선정할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후폭풍 영향은?
더군다나 7·28 재보선을 통해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원내에 진입하게 될 경우에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친이계 의원 중 당 대표가 당선되면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여러모로 이번 전대를 바라보는 친박 진영이 초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실제로 이재오계는 현재 당권 도전에 나선 안상수·홍준표·정두언 의원 등 그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에 가면 안상수 의원을 밀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짙고, ‘대권 주자형’보다는 ‘당 관리형’ 인물을 더 선호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한편 얼마 전 세종시 수정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한나라당 내부 간의 집안싸움은 서로 확연한 입장 차이만 재확인하는 꼴이 됐다. 이 같은 현상은 차기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도 영향을 미쳐 계파 간 갈등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도 이와 같은 갈등 가능성을 의식한 듯 세종시 수정법안 표결 직전에 직접 나서 ‘함께 미래로 나아갈 것’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이제 모두 하고 싶은 말들은 마음속에 묻고, 이번 표결을 끝으로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은 접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수정안 부결로 흐트러질 수 있는 친이계를 달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당시 친이계 임동규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본회의 재부의 요구서’를 국회의원 66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내부 관계자는 “적어도 의원 100명의 서명은 받았어야 했다”며 “목표로 정한 서명 의원 수에도 턱없이 미달된 것이 친이계의 떨어진 응집력과 추진력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일부의 서명 거부가 친이계의 힘이 약화됐다는 것으로 비쳐지면서 친박계의 역공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런 내부갈등은 자연히 7월14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한 홍준표 카드 또한 당내의 원성을 사기에 ‘안성맞춤’이다. 홍 의원은 출마 당시 선언문을 통해 “당내 계파를 없애고 화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측의 목소리는 참으로 거세다.
이들은 “계파 간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하나로 뭉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가늠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둘을 하나로 뭉칠 것이냐”며 반박하고 나섰다.
한편 이번 전대에서는 1위가 대표최고위원에 선출되며 2위에서 5위까지는 최고위원이 된다. 5위 이내 여성후보가 포함되지 못하면 여성 최다 득표자가 5위를 대신해 지도부에 들어가게 된다.
전대 여성 출마자 ‘봇물’
여성 의원들의 출마로 7월14일 있을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현재 당헌은 최고위원단에 여성의 진입을 보장해 놓고 있다. 전대에서 2~5위 득표자를 최고위원으로 선출하되 여성이 이 순위에 들지 못할 경우, 여성후보 중 최다 득표자가 5위 득표자를 대신해 최고위원이 되도록 하고 있다.
7월24일 제일 먼저 출마를 선언한 여성 후보는 친박 진영의 이혜훈 의원. 재선의 이 의원은 출마선언문을 통해 “정치세력을 정책세력으로 교체해야 한다”며 “지도부에 입성해 서민경제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당 대변인이자 정몽준 전 대표와 가까운 초선의 정미경 의원도 이날 전대에 출마할 것을 밝혔다. 또한 후보로 거론돼온 이은재·박순자·전여옥 의원도 조만간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선으로 당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은재 의원은 친이계와 여성 당직자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늦어도 주말까지 출마 여부를 결심할 것”이라고 전해 사실상 출마 쪽으로 행보를 정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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