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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정책으로 전환 ‘자본유출의 희생양 될 가능성 커’

김한울 기자 | 기사입력 2010/08/02 [10:48]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가 간 상이한 경기상황을 배경으로 금리정책의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회복이 더딘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반면, 경기회복세가 빠른 일부 선진국이나 신흥국들은 이미 금리인상에 나섰거나 점차 긴축기조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투자자금이 저금리의 주요 선진국에서 경기상황이 양호한 고금리 국가들로 흘러 들어가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향후 미국 등 선진국이 고금리 정책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국제투자자금의 흐름이 급격하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대규모 자본유입을 경험하고 있는 국가들 중 일부는 급격한 자본 유출로 인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국가 간 금리정책의 디커플링(decoupling)이 향후 새로운 글로벌 위기를 낳는 시발점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과거 신흥국들의 외환·금융 위기는 대부분 미국 등 선진국의 고금리 시기에 발생했다. 국내외적인 충격에 의해 양질의 자산 및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 현상이 발생해 경제적·구조적 취약성을 지닌 국가들로부터 해외자본이 급격히 유출된 데 따른 것이다.

고금리시기에 대규모 자본유출 발생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로 인한 저금리 시대에는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투자 기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선진국 내 위험투자뿐만 아니라 해외의 고성장 국가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게 된다. 유동성이 풍부하고 금리가 낮은 선진국 통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려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도 활발해진다.

신흥국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들 역시 선진국의 저금리 시기에는 자금조달의 용이성과 낮은 금리의 이점을 이용하여 해외차입을 늘리려는 수요가 커진다.

선진국의 저금리 시기에 유입된 해외자본은 신용창출과 자산 가격 상승 등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반면, 경상수지 적자에 의한 외채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경기상황이 호전되어 미국 등 선진국이 인플레 우려 등으로 금리인상에 나서기 시작하면 고위험 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그동안 급증했던 자본유입이 점차 축소되기 시작하게 된다. 특히 해외자본 유입으로 지속된 자산 가격 상승이 선진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유동성 공급축소로 더 이상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 자산 가격 급락과 함께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기피,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국가는 자산 가격과 통화가치의 대폭 하락으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과거 외환, 외채위기 등은 미국 등 선진국의 금리가 높을 때 발생빈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급격한 자본유출이 유발되는 조건

과거 선진국의 고금리 시기에 급격한 자본 유출을 겪은 국가들의 경험을 통해 살펴보면 대규모 자본 유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본시장 개방, 금융자유화 등으로 자본유입의 붐(boom)이 나타나면 뒤이어 급격한 자본유출(bust)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유출 가능한 해외자본의 규모가 큰 국가들일수록 잠재적 자본유출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단기외채나 주식과 채권투자자금과 같이 단기에 빠져나가기 용이한 해외자본의 비중이 높을수록 급격한 자본유출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둘째, 자본시장 개방 및 자유화 정도가 높을수록 손쉽게 해외자본이 빠져 나갈 수 있으므로 위기 발생 시 자본유출의 규모가 커지게 된다.

셋째, 충분한 외환보유액의 존재, 경상수지 흑자 여부 등 급작스런 자본유출에 대한 대응여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해외투자자 또는 대출자의 급작스런 자금회수(run) 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가계, 기업, 정부, 금융기관 등 각 경제주체의 재무건전성과 함께 통화가치의 고평가 정도 등이 실제 해외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여부를 좌우하게 되는 요인들이다.

금리정책의 디커플링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 각국은 국제 공조적 완화정책을 폈다. 특히 위기에 따른 신용경색과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은 재정지출 확대 외에 정책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했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금융안정과 경기회복의 밑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국가별로 경기회복 속도가 상이해지면서 국제공조 체제에도 균열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회복 속도가 빠른 국가의 경우 자산 가격 급등 및 물가상승 압력 등이 나타나자 이미 일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출구전략에 나선 상태이다. 특히 위기 이전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적고, 금융부문의 부실이 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빠르게 위기에서 벗어난 국가들의 경우 경기과열 방지 차원에서 금융 완화정책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었다. 지난 4월 말 워싱턴에서 있었던 g20 재무장관 회의 및 6월 말 g20 정상회의에서도 국제공조 체제에서 벗어나 각국 상황에 맞는 자율적 출구전략이 필요함을 선언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나타난 금리정책의 디커플링 양상이 점점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이스라엘·호주·노르웨이가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올해 들어 말레이시아·인도·브라질·페루·캐나다·대만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였다. 우리나라도 7월 들어 정책금리를 0.25%p 인상하여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하였으며, 중국 역시 연초 두 차례의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사실상 정책 기조의 정상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로 경기회복이 더딘 데다 일부 국가들은 재정건전화를 위한 재정지출 축소에 나서고 있어 통화정책 면에서는 저금리 상태를 유지하여 확장적 기조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빠르면 2011년 상반기가 되어서야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유로나 일본은 그보다도 늦을 가능성이 높아 주요 선진국의 저금리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경기 차이에 따른 국가 간 금리정책의 디커플링 양상 역시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위기 방지를 위한 정책 대응 방향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에도 대외적인 충격이 발생할 때 대규모로 해외자본이 유출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휘둘리는 취약성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외환보유액 대비 유동외채 등 외환건전성 상황이 과장되어 대규모 외화유출을 경험한 바 있다. 외환위기 경험국가라는 낙인(stigma) 효과와 더불어 우리나라가 아직 국제금융시장 내에서 신흥국의 지위에 머물러 있는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선진국 금리 변화에 따른 자본유출 시기에 대규모 자본유출을방지하고 주요 선진국들과 궤를 같이하는 자본 흐름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 제고를 통해 외환위기 경험국의 낙인을 지우고 향후 급격한 자본유출의 재연을 방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단기 해외자본의 유입 축소

향후 급격한 자본유출을 근원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하고 과다한 해외자본의 유입을 줄임으로써 잠재적으로 유출 가능한 해외자본의 규모를 축소해 나가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경제에 있어 해외자본이 가지는 역할과 의미에 대해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과거 투자재원이 부족하여 해외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와는 달리 현재는 총저축이 총투자를 초과하여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추가적인 해외자본의 유입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의 상황에서 대규모 해외자본 유입은 환율안정 및 통화정책의 어려움을 야기하는 요인이 되기 쉽다.

따라서 직접투자와 같은 장기 투자 목적을 제외하고는 해외자본 유입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 기조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 것이 우리 경제에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해외 저금리의 이점을 누리기 위한 차원의 외자 도입역시 이제 환율의 변동 폭을 감안하면 더 이상 유효성을 상실한 상태이므로, 외화가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공기업 등의 외자 도입은 억제될 필요가 있다.

자본통제 수단의 필요성

자본시장 개방과 금융자유화로 인한 자원배분의 효율성 등의 이점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기성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을 보다 어렵게 하는 조치들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발표된 외국환은행에 대한 선물환 포지션 규제는 빈번하고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제어하려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위기 이후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의 금융규제와 자본통제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이다. 지난해 10월 브라질이 주식과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에 2%의 금융거래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대만도 해외투자자의 저축성예금 가입에 제한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자본이동 통제에 대해 부정적이던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초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자본유입에 대응하여 자본통제 조치들을 고려할 만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선물환 포지션 규제의 실효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날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은행세, 금융거래세 등 보다 강도 높은 조치의 도입 역시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

국제적 공조체제의 구축

단기에 유출 가능한 해외자본과 수입액 등을 감안한 적정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유지함으로써 대외충격과 해외자본 이탈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완충장치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1997년 말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두 차례에 걸쳐 나타났던 급격한 자본유출은 위기 이전에 대규모로 유입되었던 해외자본이 자본이동의 자유화로 인해 유출이 용이했던 데다,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확보하지 못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급격한 자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거시경제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건전 재정의 유지, 원화가치의 지나친 고평가 방지 등을 통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g20을 통해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확대, 중앙은행 간 스와프 협정의 상시화·제도화 등을 추진하여 위기 상황 발생에 대비한 외화유동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과의 스와프 협정은 이미 지난 글로벌 위기 시 외환 등 금융시장 안정에 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입증된 바 있다.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대비한 국제공조 체제의 구축은 막대한 외화보유액에 따른 비용과 부담을 손쉽게 덜 수 있는 수단이다.

han25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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