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사상 최고 스코어를 기록한 화제작 ‘후회하지 않아’로 이름을 알린 이송희일 감독이 신작 ‘탈주’를 들고 돌아왔다. ‘탈주’는 전작으로 역량을 인정받은 감독의 신작이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심사단이 뽑은 영화’(관객평론가상)로 선정돼 많은 영화 팬들이 개봉을 손꼽아 기다린 작품이다. 연간 탈영병 1000여 명이라는 수치를 모토로 한 영화 ‘탈주’는 탈영할 수밖에 없었던 두 남자와 이들을 돕는 한 여자의 필사적인 도주를 담은 로드무비다. 그간 스크린에 등장한 입대, 군 생활이 아닌 탈영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전작에서 영화의 내·외적 파격 그 자체를 담았던 감독이 어떤 이야기를 펼쳐놓았을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편 두 탈영병을 돕는 의문의 여인 역을 맡은 소유진은 캐릭터를 위해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연기 변신을 꾀했다. 기존의 발랄한 캐릭터와는 상반되는 대범하고 당찬 모습으로 색다른 모습을 선보인다.<편집자주>
“국방부에서 문제제기 할까봐 조마조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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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멜로의 대가 이송희일, 두 번째 도발은 ‘탈영’
갖가지 이유로 도망친 탈영병들의 숨 막히는 6일
열악한 환경, 1개월간 촬영중단…우여곡절 개봉기
소유진 제작비 비밀지원, 관객 모금으로 장비 구비
갖가지 이유로 도망친 탈영병들의 숨 막히는 6일
열악한 환경, 1개월간 촬영중단…우여곡절 개봉기
소유진 제작비 비밀지원, 관객 모금으로 장비 구비
남다른 소재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문제아(?) 이송희일 감독의 신작 영화 ‘탈주’가 지난 8월23일 오후 2시 서울 왕십리cgv에서 언론시사회를 열었다. 지난해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이날 ‘탈주’의 시사회에는 이송희일 감독을 필두로 소유진, 이영훈, 진이한 등 출연배우들이 참석했다.
두 번째 금기
이송희일 감독의 작품은 어떤 의미로든 관심을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문제적 감독 중 하나다. 올해로 16년째 독립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대부이자 2001년 ‘로드무비’에 이어 첫 장편 ‘후회하지 않아’(2006)까지 퀴어 영화를 내놓으면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후회하지 않아’는 독립영화 최고 관객인 5만 명을 동원한 데 이어 팬덤 현상까지 일어나 독립 영화계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계 전체에 뜨거운 돌풍을 일으켰다.
첫 장편에서 동성애를 솔직하게 묘사했던 이 감독이 두 번째 장편 소재로 택한 것은 탈영이다. ‘탈주’는 탈영병들의 절박한 탈주극을 110분에 걸쳐 거칠게 담았다. 이 감독은 “탈영병 이야기는 꼭 한 번 다뤄보고 싶은 소재였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20대 초반 탈영병에 관한 소설을 습작했고 영화화를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는 그리고리축라히의 ‘병사의 시’에서 결정적 계기를 얻고 다양한 고전들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작업했다.
이 감독에 따르면 ‘탈영’은 판타지가 아니라 실재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실제로 2007년 국방부 공식 기록에 의하면 5년간 소속 부대에서 탈영한 군인의 수는 5900여 명에 달한다. 한 해에 자살하는 군인의 수는 70명을 넘어선다. 이 감독은 “우리 생활 속에 끝없이 계속되고 있는 비극에 대한 영화가 왜 없을까 의문이었다”며 “우리 친구, 아들들이 어떤 상황 속에서 군생활을 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감한 사항을 다룬 만큼 감독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다. 매력적인 소재라고 생각해 도전했지만 ‘탈주’의 개봉일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전작 ‘후회하지 않아’가 상당한 고충을 겪었던 아픔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다. 이 감독은 “사실 국방부에서 문제제기를 할까봐 의상이나 장비 등을 최소화해서 자체 작업했다”며 “영화의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불안감이 있는데 다행히도 현재까지는 별다른 제재가 없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군대를 소재로 한 영화는 셀 수 없이 많았고, 간간이 탈영이 작은 모티브로 존재하기도 했다. ‘탈주’는 탈영에서 출발해 그들의 탈주 과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탈영에서 검거까지 그들만이 알고 있는 중간 과정은 그간 보도는 물론 영화에서도 자세히 다뤄진 적이 없었다. 이 감독은 탈주 과정을 생생하게 담기 위해 캐릭터부터 시나리오까지 다양한 고증을 거쳤다.
첫 장편에서 동성애를 솔직하게 묘사했던 이 감독이 두 번째 장편 소재로 택한 것은 탈영이다. ‘탈주’는 탈영병들의 절박한 탈주극을 110분에 걸쳐 거칠게 담았다. 이 감독은 “탈영병 이야기는 꼭 한 번 다뤄보고 싶은 소재였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20대 초반 탈영병에 관한 소설을 습작했고 영화화를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는 그리고리축라히의 ‘병사의 시’에서 결정적 계기를 얻고 다양한 고전들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작업했다.
이 감독에 따르면 ‘탈영’은 판타지가 아니라 실재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실제로 2007년 국방부 공식 기록에 의하면 5년간 소속 부대에서 탈영한 군인의 수는 5900여 명에 달한다. 한 해에 자살하는 군인의 수는 70명을 넘어선다. 이 감독은 “우리 생활 속에 끝없이 계속되고 있는 비극에 대한 영화가 왜 없을까 의문이었다”며 “우리 친구, 아들들이 어떤 상황 속에서 군생활을 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감한 사항을 다룬 만큼 감독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다. 매력적인 소재라고 생각해 도전했지만 ‘탈주’의 개봉일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전작 ‘후회하지 않아’가 상당한 고충을 겪었던 아픔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다. 이 감독은 “사실 국방부에서 문제제기를 할까봐 의상이나 장비 등을 최소화해서 자체 작업했다”며 “영화의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불안감이 있는데 다행히도 현재까지는 별다른 제재가 없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군대를 소재로 한 영화는 셀 수 없이 많았고, 간간이 탈영이 작은 모티브로 존재하기도 했다. ‘탈주’는 탈영에서 출발해 그들의 탈주 과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탈영에서 검거까지 그들만이 알고 있는 중간 과정은 그간 보도는 물론 영화에서도 자세히 다뤄진 적이 없었다. 이 감독은 탈주 과정을 생생하게 담기 위해 캐릭터부터 시나리오까지 다양한 고증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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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혹은 픽션
‘탈주’에 등장하는 탈영병의 수는 총 셋이다. 탈주극의 중심인 재훈과 민재 외에 추가된 동민은 감독이 우연히 집어든 신문으로 처음 만났다. 이 감독은 2년 전 비행기 안에서 펼친 신문의 단신에서 동민을 만났다. 한 젊은이의 생을 송두리째 바꾼 사건이 단신으로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려던 순간 감독은 그의 이야기를 시나리오에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탈주’에 등장하는 동민의 캐릭터는 물론 그를 둘러싼 상황은 가상이 아닌 가상이 됐다.
재훈과 민재 역시 동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한부 어머니의 부양을 위해 의가사 제대를 수차례 요청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영을 결심하는 재훈의 이야기는 실화에서 발췌한 이야기다. 최근 해병대 성추행 사건으로 드러났듯이 군 혹은 한 집단 내에서 벌어지는 민감하고 은밀한 아픔을 지닌 민재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이 언급을 꺼리지만,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문제다.
두 사람의 처절한 탈주 과정은 실제 탈영병 검거에 나선 경험이 있는 스태프들과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스크린에 옮겨졌다. 이 감독은 “조연출을 비롯한 연출부 스태프의 자격 조건은 현역제대였다”며 “탈영병들을 잡으러 다니는 조직이 여럿 있다. 이들과 접촉이 쉽지는 않았지만 익명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나눴다. 의상 등을 비롯해 그 과정을 최선을 다해 고증했다”고 밝혔다.
숨 막히는 6일
러닝타임 110분, 극중 6일 동안 이어지는 탈주 과정은 로드무비의 매력을 십분 살린 거칠고 성긴 느낌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그들의 탈주극은 전국 방방곡곡을 모두 거쳐 수평선에 다다라서야 끝이 난다. 한 공간에 안착할 수 없는 탈주자들의 특수한 상황 탓에 본의 아니게 전국 일주를 해야 했던 스태프들은 기존의 로케이션 데이터를 뛰어넘는 수고를 감수했다.
감독 이하 스태프들은 충북 제천 불구실, 전북 익산의 동고도리, 선운사 도솔천 등을 거쳐 전남 영광 백수 해안도로까지 이름도 생경한 지역들을 샅샅이 누비며 그들만의 도주로를 구성했다. 촬영장 대부분이 네비게이션에도 표시되지 않는 외진 산속이었던 탓에 길을 잃고 헤매는 스태프들이 부지기수였다. 이 감독은 “로드무비가 처음이어서 그런지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이렇게 힘든 것일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험난한 촬영 현장의 수혜(?)는 배우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영훈, 진이한, 소유진 등 배우들은 차를 타는 시간보다 산을 타는 시간이 더 많았을 정도로 곳곳의 산을 밤낮없이 뛰어다녔다. 첫 스크린 도전에 나선 소유진은 “산에서 구르고 하루 종일 격투를 벌이는 등 드라마 촬영과 비할 수 없이 고생을 많이 하긴 했다”며 “달리는 장면이 많아 다리에 쥐가 났지만, 계속 촬영을 해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전국 로케이션에 에너지를 모두 쏟은 탓일까. 영화의 전체적인 전개에는 작은 아쉬움이 남는다. 극중 인물들이 탈영 이유는 관객에 납득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설명돼 있지만, 이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영화 속에서 찾을 수 없다. 그저 군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기 급급한 탈주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느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러닝타임의 한계, 혹은 간접 경험으로 그칠 수밖에 없는 감독의 한계가 가져온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다. 이 감독은 “이들의 탈영에는 이유가 있지만, 탈주에는 이유가 없다. 나도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극중 인물들에게는 ‘델마와 루이스’같은 화려함은 어울리지 않는다. ‘단절된 상황에서 이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는 지금까지도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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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개봉기
‘탈주’의 크랭크업에는 험난한 촬영장 외에도 걸림돌이 많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독립영화들이 하나같이 겪는 자금난이었다. 이송희일 감독은 “어떤 영화든 풍족하게 찍는 영화는 없을 것이다. 전작의 몇 배에 달하는 예산으로 시작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예산 문제로 촬영이) 막혔다”며 “100% 지방 로케이션인 탓에 촬영을 하러 아침에 내려갔다가 비가 오면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우여곡절도 있었다”고 전했다.
지방에서 허탕을 친 정도는 가벼운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탈주’는 크랭크업을 목전에 두고 한 달여 휴식기간을 가졌다. 당시는 예산이 바닥나 촬영재개가 불투명한 지경에 이르렀다. 벼랑 끝에 몰린 이 감독에게 손을 내민 것은 주연배우 소유진이었다. 소유진은 스태프들도 모르게 제작비를 지원했다. 이 감독은 “이번 작품의 애로사항을 꼽자면 출연배우에게 돈을 빌린 일”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감독의 깜짝 고백에 소유진은 “부모님도 모르는 비밀이었는데 감독님이 말씀해 버리시면 어쩌느냐”며 “오늘 이 자리에 부모님이 함께 오셨는데 감독님 때문에 다 알아버리셨다. 물론 내가 빌려 드린 돈은 모두 갚으셨다”고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다. 이어 “(당시) 크랭크업을 얼마 남기지 않고 촬영이 중단됐었다”며 “촬영을 하며 스태프들과 정도 들었고, 이 작품은 내게 도전과 같은 의미였다. 작지만 도움이 된다면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탈주’의 완성에 도움을 준 것은 소유진 뿐만이 아니다. ‘탈주’에는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크레딧이 있다. 바로 전작의 강풍기 후원단에 이은 ‘헬리캠 후원단’이다. 탈영병의 도주를 역동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던 제작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헬리캠(헬리콥터처럼 생긴 동체에 카메라를 매다는 촬영 장비)이었지만 한정된 예산에서는 엄두도 못내는 고가의 장비인 탓에 어려움이 컸다. 이에 ‘탈주’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던 팬들이 자체적으로 모금을 진행했다. 이들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헬리캠을 상공에 날릴 수 있었고, 긴박하고 처절한 6일이 탈주를 스크린에 선 보일 수 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