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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초등생 대낮에 성폭행…“구멍 뚫린 교정”

또 학교서 아동성폭행 ‘충격’

문지혜 기자 | 기사입력 2010/09/07 [14:11]
광주광역시에서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초등학생이 학교 건물 안에서 성폭행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 운동장에서 초등학교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을 한 ‘김수철 사건’이 발생한 이후 2개월 동안 경찰과 교육계에서 각종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실제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는 소홀히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이 발생한 학교 안의 cctv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사건 직후 피해 아동의 인적 사항조차 파악되지 않아 경찰 수사가 늦어졌던 것. 초등학생 납치·성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교가 더 이상 성범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다시 나오고 있다. 
 
광주 초등학교 교내에서 장애 아동 성폭행…“안전지대는 없다”
경비원, 성폭행 목격하고도 “집에 가”…관리자 안전교육도 시급
 
8월22일 오후 2시 24분 광주시 동구 b초등학교 정문 앞에 20대 후반의 한 남성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빨간색 티셔츠에 슬리퍼 차림의 박모(28)씨는 교문 오른쪽에 위치한 유치원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며 먹잇감을 노리는 중이었다.

학교 주변 어슬렁어슬렁

학교 근처를 맴도는 박씨의 모습이 학교 cctv에 찍혔지만 경비실에 있던 김모(74)씨는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학교 주위를 맴돌기를 10여 분, 박씨는 일요일이라 아무도 없는 학교에 온 초등학교 5학년 a(12)양을 발견했다.

지적장애 2급과 언어장애 2급을 앓고 있는 a양은 2년 전 특수학급이 있는 이 학교로 전학을 온 뒤 학교 근처 그룹홈(공동생활가정)에서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동 5명과 함께 생활해 왔다. 이날 역시 a양은 그룹홈 운영 부부 등과 교회에 갔다가 귀가한 뒤 부부가 낮잠을 자는 사이 혼자 집을 나와 학교에 놀러온 것. 이날은 마침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인데다가 일요일이어서 운동장과 학교 주변에 별다른 인기척이 없었다.

박씨는 정문에 들어서는 a양에게 다가가 “학교를 소개시켜 달라”고 접근했다. 하지만 a양이 겁을 먹고 운동장 쪽으로 달아나자 손목을 낚아채 본관 건물 뒤쪽에 있는 현관으로 끌고 갔다. 교문에서 본관 건물까지의 거리가 150m나 됐지만 아무도 그를 발견한 사람은 없었다.

주변 상황을 감시해야 할 cctv조차 3대 중 1대는 고장 나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고 나머지 2대는 건물 양 귀퉁이를 찍고 있을 뿐이었다. 정작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현관 쪽은 cctv가 없어 외부인을 감시할 수가 없었다. 현관 안쪽 당직실에는 경비원 김씨도 있었지만 일요일인지라 드나드는 사람들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성폭행 보고도 “집에 가”

a양은 힘으로 누르는 박씨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경비원 김씨가 그 소리를 듣고 달려 나갔을 때는 이미 성폭행을 당한 뒤였다. 박씨는 경비원 김씨가 고함을 치는 소리에 놀라 철조망을 넘어 달아났다. 김씨는 옷이 벗겨진 a양을 추슬러 “다치지 않았냐. 빨리 집에 가라”고 귀가 조치했다.

성폭행 장면을 목격하고도 단순 사건으로 판단해 a양의 신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집으로 보낸 것. 김씨는 나중에서야 인근 파출소에 신고했고 a양의 연락처나 신상을 알지 못해 피해자를 찾는 데만 3~4일이 걸렸다.

광주 동부경찰서 김춘수 형사과장은 “피해 어린이를 찾기 위해 학교 근처 지역 반상회까지 돌았다”며 “담임교사의 신고로 결국 찾을 수 있었지만 용의자와 피해자를 비슷한 시기에 파악하게 되는 특이한 상황이 연출됐다”고 전했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학교 정문과 인근 금융기관에 있는 cctv, 그리고 경비원 김씨가 진술한 범인의 인상착의 등을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인 끝에 8월27일 오후 범행현장에서 7㎞ 떨어진 한 카센터에서 근무 중인 박씨를 검거했다. 박씨는 “부모가 사는 집이 학교 근처인데 그곳에 갔다가 순간적으로 성욕구가 치밀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29일 박씨를 성폭행 및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조사 결과 박씨는 10년 전 군 복무 시절 후임병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으며, 범행 10일 전에는 pc방에서 만난 3급 정신지체자(28)를 야산으로 끌고 가 성추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박씨가 초·중·고등학생 모두와 성관계를 해봤다”는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범죄 취약학교’ 대응 없어

광주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은 학교 내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 후 2개월 만에 다시 발생한 교내 성폭행 사건이라 충격을 더하고 있다. 김수철 사건 이후 안전강화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끊이지 않아 ‘보여주기 식의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a양이 성폭행 당한 모 초등학교는 이미 범죄 취약학교로 선정된 곳이지만 마땅한 후속조치가 나오지 않아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지난 7월 b초등학교 등 광주지역 29개 초등학교를 ‘학생 안전 취약학교’로 선정했다. 잇따른 아동 납치·성폭행 사건으로 학교 주변 안전망을 강화하고자 ‘전체 초등학교 20% 이내에서 범죄 취약학교를 선정해 보고하라’는 교과부의 지침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교육청의 범죄 취약학교 선정은 경찰의 학교주변 안전망 점검 결과 등을 바탕으로 했는데, 경찰은 b초등학교를 ‘범죄 발생 우려가 큰 학교’로 분류해 교육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b초등학교는 바로 옆에 중학교와 공원 등이 있어 평소에도 외부인의 출입이 잦은데다가 인근에 있는 공공도서관에서 공갈 및 학교 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 더욱이 b초등학교 인근에는 ‘성범죄 관리대상자’ 1명이 거주하고 있었고, ‘확대 등급 관리대상자’도 2명이나 거주하고 있어 성범죄 발생 위험 요소가 많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었다.

경찰은 또 안전망 점검 결과 b 초등학교에는 모두 3대의 cctv가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사각지대가 많아 제대로 교내 범죄 발생 여부를 감시할 수 없다고 판단해 교육청에 ‘cctv 추가 설치’를 건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부터 학교 학부모들로 구성된 ‘배움터 지킴이’들이 주중 오후에 학교 취약 지구를 순찰해 왔다. 하지만 일요일과 방학 중에는 운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방학 중에도 많은 학생이 학교를 이용하고 있지만 학교측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중단했던 것. 광주시교육청은 이번 사건 발생 이후에야 일요일에도 ‘배움터 지킴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cctv도 먹통

시교육청은 취약 지역에 대한 문제 개선에 소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교과부가 학생 안전 취약학교로 최종 선정하고 나면, 선정된 학교에 대해 교과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경비원 배치를 지원해 나가겠다”는 방침만 있을 뿐 학교 주변 순찰을 강화하거나 아동 범죄 예방 조치 등은 소홀히 하는 ‘소극적 행정’으로 일관한 것.

조사 결과 ‘학생 안전 취약학교’ 선정을 위한 경찰과 교육청의 안전망 점검과 결과적으로는 형식적 수준이었다. b초등학교 정문에 설치된 cctv는 모형이었지만 경찰 점검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학교가 제출한 ‘안전점검 체크리스트’에서도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돼 있었다.

더욱이 ‘안전점검 체크리스트’에는 ‘cctv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가 이뤄지고 있다’고 돼 있었지만 사건 당일 학교 경비원은 cctv가 아닌 피해 아동의 비명을 듣고 범행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학교 정문에 있는 cctv 역시 화질이 좋지 않았으며 오히려 학교에서 수백m 떨어진 금융기관 cctv가 유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범인 박씨는 학교에서 1.5㎞ 떨어진 한 새마을금고 cctv에 촬영됐다.

광주 한 학부모는 “김수철 사건이 터지고 나서 cctv 설치 확대 등 학교 주변 경비 강화한다고 한참 떠들어대더니 지금 와서 달라진 게 뭐냐”며 “매번 학교 안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경찰과 교육 당국이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땜질식 처방’에 그쳐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이런 일이 연이어 발생해 불안하다”며 “아이들을 학교에라도 마음 놓고 보낼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뒷북 행정, 이번에는…

광주시교육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초등학교 안전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9월1일 오후 광주 지역 전체 초등학교장을 대상으로 학교 성폭력 예방을 위한 관리자 연수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시교육청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교문은 물론 현관과 복도 등에도 무인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전했다.

또 교무실이나 숙직실 등에 무인카메라 모니터를 설치하는 한편 모니터링 담당자를 지정해 외부인의 출입을 상시 감시토록 할 예정이다. 특히 외부인이 학교를 방문할 경우 반드시 방문증을 패용하도록 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관할 파출소에 신고해 신원 확인을 요청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학교장이 일반 시민에게 학교 공간을 개방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각종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9월까지 학교 내 배움터지킴이를 현재 52명에서 69명으로 추가하고 학생 안전 취약학교 26곳에는 특수경비원을 1명씩 배치하기로 했다. 배움터지킴이는 오전 10~11시에 근무를 시작해 학생들이 하교하는 시간대인 오후 6~7시까지 근무하며 휴일에도 활동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교사 관리가 어려운 틈새 시간의 안전망 확보를 위해 학교 내 ‘safe-zone’을 지정해 담임교사가 출근하기 전에 조기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초등학생
을 노린 놀랄 만한 성범죄들이 발생한 뒤 경각심이 높아져 경찰과 자치단체, 교육청 등도 예방활동에 힘을 쏟고 있지만 ‘도둑 한 사람에 지키는 열 사람이 못 당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시민들도 일방적인 비판보다는 ‘나도 감시자’라는 생각으로 성범죄 예방에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dndn1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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