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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떳떳하면 국감증언에 나서야

현대판 신분제 부활파동주역 증언 회피 시 부메랑 정부여권으로

김기홍 기자 | 기사입력 2010/10/04 [19:56]
자신의 딸을 특채하면서 ‘현대판 음서’ 파문을 촉발한 유명환 전 장관이 국감증언을 거부할 태세다. 지난달 설 연휴에 슬그머니 일본으로 나가더니 돌아올 생각이 없다. 내건 증인거부사유가 가관이다. ‘심리적 충격’이란다. 유구무언이다. 주객전도도 이 정도면 금메달감이다. ‘철가면’을 쓴 게 분명하다.
 
충격을 받아도 수많은 고시생들과 청년백수들이 더 받았다. 이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여전히 깊은 ‘괴리’와 ‘분’을 삭이지 못해 몸서리친다. 어지간하면 시일이 흘러 면역이 될 성도 싶은데 여전하다. 그만큼 가슴에 멍울이 맺힌 것이다. 지난 추석 때도 부모 볼 낯이 없어 고향에도 못간 채 독수공방으로 지낸 이들이 수두룩하다. 
 
이들 부모들의 분노와 괴리는 더 하다. 특권층 자녀에 대한 특혜로 인해 무직(無職)자식들에게 무권(無權)부모들이 ‘부모 잘못 만난 인연’을 오히려 빌게 생겼다. 그런데 심리적 충격? 도둑이 제 발 저린 게 아니고? 아님 자신의 딸을 결국 챙겨주지 못하게 돼서? 결국 지난 사죄는 ‘악어의 눈물’에 불과한 건가? 이런 이가 한때 대한민국 외교를 책임진 수장이었다니 참으로 통탄할 지경이다.
 
특혜는 유명환 딸뿐이 아니었다. 또 외교부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지난 외교부 수장들과 전직 대사들뿐만 아니라 정부와 산하 각 공공기관에 ‘관례’란 이름으로 공공연히 자행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피 같은 국민혈세와 위임된 ‘권(權)’을 철저히 사익 챙기기에 이용했다. 공직에 것도 자신이 수장인 조직에 자녀 특채는 명백한 부패행위다. 법으로 엄히 다스려야 할 사안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정한 법 잣대가 적용돼야 현 정권이 말하는 ‘정의-공정’의 씨가 먹힌다.
 
그런데 명백한 위법행위를 저질렀음에도 고위관료들 누구도 법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 무권(無權)서민 층에겐 엄격한 법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들은 피해간다. 아버지 힘을 빌려 부정 특채된 ‘똥돼지 스캔들’의 주인공인 유명환 딸 역시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정의’ 드라이버가 허구임을 반증하는 대표적 편린이다. 사실 공직사회에 만연한 ‘족벌주의(nepotism)’가 어디 하루 이틀일인가.
 
대한민국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깊은 의구심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민들 뇌리에 박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청백리’까진 바라지조차 않는다. 묵시적 인정인 셈이다. 무서운 건 공직사회의 부패가 그 사회의 ‘도덕성 하락’ 확산에 알게 모르게 일조하고 있는 사실이다. ‘죄 지어도 안 걸리면 그만’ ‘유권무죄 무권유죄,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 통설로 잠재화되면서 암묵적으로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치정의’가 무너진 사회의 후폭풍은 하도 끔찍해서 상상조차 어렵다.
 
부모 ‘빽’을 등에 업은 채 특권을 누리는 ‘똥돼지’들은 유명환 딸 외에도 이 사회에 많다. 이들에 대한 노골적 경멸과 반감이 현재의 국민들 감정의 현 주소다. 물론 팔이 안으로 굽을 수 있다. 인지상정이란 명분하에 이뤄지는 ‘족벌주의’ 역시 인간의 한 본성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혈세로 생계를 잇는 공직자들의 경우는 다르다. 국가기관은 개인 사유물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다 제 자식을 특혜를 통해 일자리를 주는 건 세금탈루이자 일종의 부패행위다. 또 규정을 맘대로 어겨가면서 제 자식에게 특혜와 일자리를 주는 바람에 다른 이의 기회 및 혜택을 수탈한 행위여서 국정농단이 된다.
 
특히 용서가 안 되는 건 정당한 노력과 땀을 통해 꿈을 이루려는 이 땅의 수많은 청년들의 희망을 짓밟은 동시에 부모들의 억장을 무너지게 한데 있다. 더욱이 대다수 서민층과 보통 부모들에게 ‘부모 잘 못 만난 죄’란 얼토당토않은 죄책감을 안겼다. 엄연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신분제를 부활시켜 국민들에게 상처를 준 유명환을 비롯한 공범자들의 죄는 엄청난 것이다. 헌법에서도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않으며 어떤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런데 유명환의 딸처럼 ‘똥돼지’들은 성골, 그 밑에 진골 육두품 등으로 알게 모르게 신분이 갈려 있는 양태다. 비빌 언덕이 없거나 부모가 고위 공직자가 아닐 경우엔 모두가 천민으로 살아야 할 형국이다. 정치권이 말하는 ‘서민’은 대체 그럼 이중 어디에 속하는 계층인가. 또 유명환을 비롯한 이 ‘똥돼지’ 부모들은 자녀 뒷바라지의 영역을 대학과 취업을 넘어 결혼 후까지도 챙기는 특권층의 모델을 드러내 보통 부모들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고위공직 층에서 만연한 위장전입과 달리 보통서민층에서 이건 모방조차 불가능하다. 지난 왕조시대처럼 마치 대대손손 벼슬을 잇겠다는 신분집착도 문제지만 공직을 발판으로 더 높은 신분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특권층의 태도는 국민반감에 불을 지른다. 정부여권은 유명환 딸 파동이 2012대선 전에 터진 걸 다행스레 생각해야 한다. 이참에 이 ‘똥돼지’들을 뿌리 뽑지 못할 경우 그 부메랑이 2년 후 자신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국민신뢰회복 역시 요원할 것이다. 유명환이 국회증언대에서 지난 파행을 낱낱이 고해성사해야할 당위성도 여기에 있다. 유명환은 전형적 특권층의 오만을 버리고 한시바삐 귀국해 증언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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