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8일 끝난 중국공산당 제17기 5중전회 이후 두드러진 현상이 있다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총리의 정치개혁 주장이 더 이상 제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일까? 5중전회에서 지도부가 모종의 합의를 이룬 것일까? 아니면 원자바오 총리가 회의에서 견책을 받았거나, 그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약화됐기 때문일까?
중국 주간 재경(財經) 인터넷판은 29일 중공 중앙당교에서 발행하는 학습시보(學習時報) 부편집장인 덩위원(鄧聿文)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정부개혁으로는 정치개혁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제목의 이 글은 중국이 직면한 국가와 사회 사이의 모순점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5중전회에서 제기된 개혁노선이 담고 있는 의미와 그 한계를 비판적 입장에서 해석하고 있다. 내용을 정리한다.
<덩위원(鄧聿文) 중앙당교 학습시보(學習時報) 부편집장>
5중전회는 12차5개년 계획(12•5계획) 건의에서 정치개혁과 관련해 ‘적극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한다(積極穩妥推進)’는 용어를 썼다. 이 용어는 12•5계획 기간 정치제제 개혁이 정부 행정체제 개혁에 집중될 것임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정치개혁의 주제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치민주화 추진이 아니라 정부개혁에 국한된다는 의미다.
정치개혁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신중하고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맞다. 특히 중국처럼 강력한 정부를 가진 국가는 정부개혁이 국가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개혁으로 정치개혁을 대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중국은 ‘큰 정부 작은 사회(大政府, 小社會)’의 구조를 가진 나라다. 정부는 사회의 대부분 권력자원을 장악하고 사회경제의 운영을 주도한다. 지방정부가 경제발전을 위해 경쟁하는 것은 중국 개혁개방이 성공한 주요 요인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경제발전에 치중한 결과 정부의 다른 기능, 즉 공공서비스 제공과 사회관리, 안전과 안정유지 등은 부수적인 위치로 밀려났다.
이런 의미에서 지방정부의 기능은 사실상 시장에서 활동하는 일반 기업의 행위방식과 차이가 없어지고 말았다. 최대이윤 추구가 목표로 돼버린 것이다. 다만 정부가 추구하는 이윤은 정치적 실적이나 재정수입, 관료 개인의 불법적 수입이라는 점에서 기업과 다를 뿐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부의 기업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또 한편으로 정부는 국가의 폭력과 제도를 독점하며, 법률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특권을 갖고 사회를 관리한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다르다. 따라서 정부의 행위가 일단 기업화되면 국민과 이익을 다투게 될 뿐 아니라 권력을 이용한 이익획득과 부패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권력이 거의 감독 받지 않는 정부에 있어 이런 현상은 사회와 민간자본에 더 큰 해를 초래하게 된다.
중국 각급정부는 다음의 몇 가지 방식을 통해 기업과 시장, 개인의 경제활동에 간섭함으로써 자신의 정책적 의도를 실현한다. 첫째, 국유기업, 특히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중앙기업이다. 둘째, 행정허가와 관제다. 셋째는 정부의 직접투자다. 이런 간섭을 줄이기 위해서는 각급정부로 하여금 경제활동에서 손을 떼고 이익을 민간에 돌려주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의 직능을 정상적으로 회귀시키는 개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래 정부의 직능변화 요구를 중단한 적이 없지만 지금까지 효과는 크지 않았다. 더욱이 정부는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오히려 그 경제적 직능이나 시장개입 정도를 강화했다. 아울러 개혁개방 중 최대의 이익획득 세력이 된 정부관리들이 점차 기득권 집단을 형성함에 따라 개혁동기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이것은 정부개혁이 큰 진전을 보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들은 12•5계획 기간 정부개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이고 안정적인 정치개혁 추진’이 단순히 정부개혁에 국한되고 보다 심층적인 정치개혁은 포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서는 결코 안 된다. 정부의 자체적 개혁동력이 상실된 상황에서 정부를 개혁하고 정부의 직능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부역량을 끌어들여야 한다. 사회에 의지해 정부가 개혁을 하도록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사회의 압력에 의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개혁하고 자신의 이익을 포기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의 역량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회에 권력공간을 개방해야 한다. 이것은 일정 수준의 언론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필요로 한다. 이를 통해 민간조직을 대거 육성함으로써 적절한 시기에 사회개혁과 정치개혁을 요구해야 한다.
정부개혁의 중점이 비록 직능의 변화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권력, 특히 지도자의 권력을 제한하는 것이다. 과거 덩샤오핑(鄧小平)은 문제의 본질을 간파하고 1인자의 과도한 권력을 축소하고 제한하는 것을 당과 정부 지도체제 개혁의 핵심으로 삼았다. 정부권력을 제한하고 정부의 활동을 감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과 정부 내부에 분권체제를 형성해야 한다. 나아가 부분적 권력을 사회에 양도하고 정부의 행위를 공개화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치개혁을 진행하지 않으면 당내 민주화 촉진도 불가능하다.
시장경제의 완전한 정착이란 각도에서 본다면, 시장화 개혁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자유와 이성, 권리로 대표되는 현대적 가치관이 인정되고 존중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대적 가치관은 제도로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권력의 간섭으로 상실될 것이다. 성숙한 시장경제에서 정치논리는 헌법에 의한 통치와 유한한 정부를 의미한다. 이것은 시장에서 개별적 재산권과 민주권리가 최대한 존중되고 보장되도록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 권력구조와 통치구조가 건립돼야 하며 필연적으로 정치개혁이 요구된다.
정부개혁은 정치개혁의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적극적이고 안정적인 정치개혁 추진’을 정부개혁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 정부개혁을 정치개혁과 동일시해서는 더욱 안 된다. 중국의 정치개혁은 정부개혁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풍부한 내용을 지닌다.
현재 상황에서 중국은 정부개혁과 함께 다음과 같은 정치개혁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첫째, 당내 민주를 추진하고 당의 통치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둘째, 대표들의 직접선거 범위와 정도를 확대하고 전인대(지방과 중앙의 의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정무공개와 예산의 민주화를 실시해야 한다. 넷째, 민간조직을 발전시키고 공회(노동조합)의 독립성을 확대함으로써 시민사회의 건설을 촉진해야 한다. 다섯째, 진정한 공직자 재산신고제도를 만들어 공무원 부패를 근절해야 한다. 여섯째, 민중과 여론이 자유롭게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권리를 허용해야 한다. 일곱째, 사법부를 상대적으로 독립시켜야 한다. 이러한 개혁은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다.
정치개혁은 체계적인 공정이다. 전체적인 기획이 필요하고 질서 있게 진행돼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개혁의 속도를 늦춰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상황으로 볼 때, 정부개혁은 정치개혁의 출발점이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의 개혁을 함께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개혁과 기타 다른 분야의 협력이 없다면 정부개혁 자체도 실질적 진전을 볼 수 없다.
www.worldbreaknews.com / 배연해 기자 mrbaey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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