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 강경대치로 국회정상화 해법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예산국회가 22일 분수령을 맞았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국회예산결산특위의 예산심사파행 사태가 지속되면서 ‘안개국회’ 형국이다. 꼬일 대로 꼬인 예산정국에 도통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를 둘러싼 여야 간 대치정국이 팽팽한 가운데 민주당은 향후 대응전략을 놓고 고심 중인 반면 한나라당은 강경세를 고수하며 민주당의 국회복귀를 압박했다.
민주당은 22일 의총에서 ‘대포폰 정국해법-예산심의복귀’ 여부를 놓고 주류-비주류 간 격론 끝에 내홍에 빠졌다. 그간 청목회 입법로비수사 확대와 추가사찰의혹 등을 이유로 예산심사를 거부해 온 가운데 현재 의총에서 향후 대응전략을 놓고 강온양론으로 의견이 엇갈리면서 격론이 전개 중이다. 일단 국회에 복귀하되 장외투쟁을 병행하자는 쪽(주류)과 예산심사를 계속 거부하고 보다 강도 높은 장외투쟁을 전개하자는 의견(비주류)이 팽팽히 맞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손학규 대표는 ‘투 트랙 투쟁’을 선언했다. 그는 일단 국회에 복귀해 철저한 예산심사와 함께 대포폰 의혹을 비롯한 민간인 불법사찰과 검찰 부실수사를 집중 추궁하고 장외투쟁도 병행하자고 제안했다. 또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서명 작업과 홍보전을 전개 후 오는 29일로 예정된 야5당 주최 4대강 반대 범국민대회와 연계해 대규모 공세를 펴자는 계획을 제시했다.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뜻을 같이했다.
그러나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 박주선 최고위원 등은 예산심의도 중요하지만 민간인 사찰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인 만큼 반드시 국정조사를 관철시키고, 전면장외투쟁을 주장하면서 ‘손-박’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성과 없이 예산심의에 들어갈 경우 국정조사를 관철시킬 이슈를 만들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반면 원내복귀 주장 쪽은 국회파행이 장기화 될 경우 비판여론에 따른 역풍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적잖은 진통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이 거세 의총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예산국회 거부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 못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대포폰 정국 투쟁방향 논란을 매듭지을 방침이나 정국해법을 놓고 주류-비주류 간 충돌로 전개된 만큼 당내 갈등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22일 예결특위에 합류한 자유선진당을 등에 업고 민주당의 참여를 압박했다. 자유선진당은 그간 한나라-민주 간 원만한 합의를 촉구하며 입장을 유보해왔다. 그러나 예산심의는 정쟁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날 적극 참여로 u-턴해 현 국회파행 및 대치정국의 또 다른 변수로 부상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정치문제와 예산심의는 별개란 원칙 아래 민주당이 요구한 국정조사와 특검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상수 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국회권한이자 책무인 예산심의 거부는 국회의원 직무유기이고 민주당이 오히려 반 서민정당임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정치현안은 정치현안대로 논의하고 예산만은 제대로 제때 심의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김무성 원내대표 역시 “예결위와 상임위 활동을 정상화해 다음달 2일 예산안통과를 올해는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안 대표를 받쳤다.
한나라당은 이날 예산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그 피해가 국민(서민)에게 돌아간다는 당위성을 내건 채 법정시한 내 처리를 거듭 주장했다. 이어 예산심의는 일정대로 진행키로 하고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어 종합정책질의를 벌이는 중이다. 또 각 상임위별로 전체회의와 소위원회를 열어 예산안 심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여야가 이처럼 팽팽한 대치를 거듭하면서 예산국회가 장기표류중인 가운데 손 대표의 ‘불법사찰재수사-4대강예산저지’의 ‘투 트랙 투쟁’이 또 다른 변수로 부상했다. 손 대표는 22일 오후 2시 그간 ‘불법사찰 축소은폐-국정조사·특검’을 요구하면서 국회 대표실에서 해온 ‘1백 시간 농성’을 끝낸다. 손 대표는 그간 한나라당 측을 압박했으나 이재오 특임장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등은 국정조사·특검을 일축한 건 물론, 재수사조차 일축했다. 오히려 민주당이 ‘민생 예산심의’를 보이콧하고 있다며 역공에 나섰다.
손 대표는 ‘투 트랙 투쟁’을 올 연말께 하나로 합쳐 대정부투쟁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단 계산을 깔고 있다. 여의도 일각에선 손 대표가 서울역 앞 농성이란 장외투쟁을 전개함에도 불구, 정부여당이 모르쇠와 밀어붙이기로 일관할 경우 마지막 3단계인 ‘무기한 단식투쟁’ 돌입 가능성마저 점치고 있다. 이 같은 강경노선 배경엔 ‘대포폰 재수사-4대강사업 저지’ 사안이 절대 다수 국민의 지지사안이란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정부여당은 야권 및 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 재수사 불가 및 4대강 강행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두 사안을 밀어붙일 경우 민심역풍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민주당이 계산에 넣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4대강예산 관철차원에서 불법사찰 재수사는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불거지나 공론화까진 아닌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계가 불법사찰 재수사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손 대표가 향후 길거리 농성의 장외투쟁에 본격 돌입할 경우 각 시민사회단체들의 동참 및 결합여부다. 이는 ‘불법사찰-대포폰 재수사’ 여론향배에 한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시민사회단체들이 야당의 길거리 농성에 합세할 경우 대규모 반정부투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덩달아 만약 반여(與) 여론이 점차 확산될 경우 정부여당을 당혹케 하면서 궁지로 몰아넣을 공산도 클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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