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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까지도 가감없이 다뤄야 ‘전기’다"

[인터뷰]김환기 화백 탄생 100주년 '김환기 전기' 펴낸 이충렬 작가

문흥수 기자 | 기사입력 2013/04/11 [17:27]
브레이크뉴스 문흥수 기자= 한국 화단의 3대 블루칩 수화 김환기 화백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전기가 출판됐다.
 
『간송 전형필』,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등을 집필한 이충렬 전기 전문 작가가 김환기의 삶과 예술을 충실하게 복원해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을 펴냈다.
 
이충렬 작가는 1년 반에 걸친 탄탄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이번 책을 집필했다. 오랜시간 공들여 충실한 자료 수집을 한 덕분에 그 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부분까지도 책 속에 담을 수 있었다. 특히 고인의 사생활까지도 비교적 상세하게 다뤘다. 하지만  사생활 문제는 유족 입장에선 불편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결국 유족측은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과 출판금지가처분 소송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충렬 작가는 “지극히 팩트를 기반으로 썼기 때문에 소송은 두렵지 않다”며 “이제는 일방적으로 치켜세우거나 ‘진영 논리’에 따라 깎아내리기만 하는 전기말고, 주인공의 ‘명과 암’을 모두 담은 전기 문화가 꽃피우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처럼 공식적으로 집필 허락을 받은 전기라도 작가와 주인공 사이엔 애증(愛憎)이 엇갈린다.
 
'마음껏 취재하고 주인공에 휘둘리지 않았다'는 점에선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전기 문학에 참 값진 책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이충렬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충렬 작가     © 브레이크뉴스

 
-김환기 화백의 전기를 쓰게된 이유는?
 
▲앞서 간송 전형필, 문화재 전 국립박물관장을 지낸 혜곡 최순우 선생에 대한 전기를 썼는데
이번엔 예술가인 화가에 대한 전기를 써보자는 생각에서 이번 책을 집필했다.
 
특히 올해는 김환기 화백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여서 보다 특별한 의미도 부여할 수 있었다. 김환기 화백에 대해 잘 모르던 독자를 위해 그가 우리 미술계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도 알리고 싶었다.
 
-국내에 많은 화가가 있는데 왜 김환기 화백의 전기를 쓰게 됐나.
 
▲김환기 화백은 우리나라 화가 중 구상, 반추상, 추상이라는 세가지 세계를 모두 자유롭게 넘나드는 유일한 화가였다.
 
무엇보다 구상과 반추상에서 백자와 고가구, 달과 구름, 고향 섬을 통해 한국미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서정적으로 표현해 극찬을 받은 화가이다.
 
추상에선 점화(點畵)를 통해 인간의 그리움을 표현했고, 또 광활한 우주를 그려냈다. 이 그림에는 인간의 존재라는 게 광활한 우주속에서 점같이 조그마할 뿐이라는 철학적 성찰도 담겨있다.
 
한 작가가 이렇게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 예는 흔치 않다. 그 때문에 그의 광활한 예술에 대한 열정이 어디서 나왔는지, 그의 삶을 집중 조명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집필하게 됐다.
 
-김환기 화백에 대해 조사하는데만 1년반에 걸렸다고 들었다. 어떤 식으로 조사했나.
 
▲현재 생존해 있는 김환기 화백의 친구인 김병기(97) 화백, 이준(99) 화백을 여러차례 인터뷰했다. 또 김 화백의 둘째 딸과의 인터뷰, 1930년대부터 김 화백이 돌아가실 때 까지 발표된 언론보도와  글들, 수필, 부인 고 김향안 여사가 발표한 글, 그가 남긴 일기장,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 등 김 화백과 관련된 자료들을 1년 반에 걸쳐 조사했다.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내용들을 책에 많이 담겼다고 들었다.
 
▲오랜시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김 화백에 대한 많은 부분들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백석 시인, 이중섭 화백의 친구이자 일본의 유명한 시인인 노리다케 가츠오가 김환기 화백과 김향안 여사를 중매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또한 김향안 여사의 결혼 전 이름이 변동림으로, 이상 시인의 부인이었다. 김 여사는 이상과 사별한 뒤 김 화백을 만나기 까지 7년간의 공백이 있었는데 이 기간동안 어떻게 생활하다  김 화백과 새로운 사랑을 이어가게 됐는지도 책에 담았다. 김 여사가 자신의 성과 이름을 모두 개명하고 김 화백에 대한 헌신적 내조를 하게된 부분도 상세하게 다뤘다.
 
또 많은 사람들이 김 화백이 부잣집 아들이었기 때문에 프랑스와 미국으로 건너가 작품활동을 했다고 알고 있는데, 실제로 자료조사통해 알아보니 6.25 전쟁 이후부턴 곤궁한 생활을 해왔다. 가난속에서도 예술 혼을 포기안하고 프랑스, 미국에까지 건너가 그림을 그렸다는 내용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상세한 조사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김 화백의 사생활 부분까지 책에 담았는데 유족측 반대가 심했을 것 같다.
 
▲처음엔 동의를 받고 김 화백의 전기를 집필했지만 막상 책이 나오자 유족측으로부터 출판 동의를 받지 못했다.
 
유족들은 김 화백과 김 여사의 사생활 부분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며 자극적, 상업적으로 글을 쓴게 아니냐고 반발했다.
 
하지만 제 생각은 그들과 달랐다. 이제 김 화백은 한 가정의 아버지가 아닌 국민의 화가다. 이제는 그를 사회 속으로 돌려보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사생활 역시 예술혼 형성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까지도 가감없이 보여져야만 독자들에겐 더 진실되게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
 
전기 작가로서 분명한 사실을 알면서도 기술하지 않는 것은 작가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충렬 작가가 정의하는 '전기'란 무엇인가.
 
▲전기란 한 인물의 일생을 이야기 구조 속에 담아낸 것이다. 평전과 다른점은 평전은 일생에 대한 평이 함께 담겨있다. 평전은 미술사학자들의 몫이고, 전기는 이야기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작가의 몫이다.
 
우리나라는 '전기'에 대한 전통이 거의 없다. 사실상 일방적 찬양 혹은 일방적 폄하하는 자서전만 많을 뿐이다. 우리나라에 전기가 많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 주인공의 인생을 가감없이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이라면 다음 집필 대상이 전기 집필을 허락해줄지 모르겠다.
 
▲물론 불이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기 작가로서 넘어야할 하나의 과정이다. 그분들을 설득해 전기 집필을 허락받는 것은 전기 작가의 몫이다. 이제는 사회적 공인으로서 한 가족의 품을 떠나 사회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이 제 몫인 것이다. 이미 그 몫을 감당할 자신과 준비는 돼 있다. 제가 유족측과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작업을 하는 것은 우니나라에 별로 없는 전기 문화의 발전을 위해, 제가 디딤돌 역할이 되고자 하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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