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기자수첩]외유병 도진 포항시의회 이대론 안된다

박영재 기자 | 기사입력 2013/05/23 [12:53]

매년 되풀이되는 논란속에서도 해외연수가 지방의원들의 특권으로 고착화된 것 같아 안타깝다.

인터넷과 멀티미디어의 발달로 해외 선진사례에 대한 정보 수집이 과거에 비해 비교적 수월해졌음에도 여기에는 눈을 돌리지 못한 채 너도 나도 앞다퉈 외국으로 떠나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의 입과 귀가 돼야할 의원들이 되레 주민들의 주머니나 축내고 있으니 안타가운 일이다. 사실 이 같은 현실의 이면에는 허술한 제도적인 장치와 선진지 견학에 대한 의원들의 그릇된 인식도 한몫을 하고 있다.

다행히 정부가 최근 지방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 근절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놓기로 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포항시의회 의원들이 관광성 외유를 떠났다. 해마다 되풀이 돼 온 외유병이 재발한 것이다.

포항시의회 건설도시 위원회는 위원장인 정해종 의원을 포함한 7명이 21일 캄보디아와 태국으로 떠났다. 이들은 캄보디아에서 앙코르왓 문화유적지 복원현장을 방문한뒤 톤레샵호수 리버크루즈를 견학한다.

이어 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하지만 태국일정은 공무국외여행계획서에도 없다. 두루뭉실하게 견학 및 방문이라고만 돼 있다. 대놓고 놀다 오겠다는 심상인 듯하다.

이들의 연수 목적도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녹색성장을 위한 국내외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포항운하 크루즈 운항, 도시 정비 및 다양한 공원개발 실태를 둘러보겠다고 선진국도 아닌 캄보디아를 찾는다는 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톤레샵호수 리버크루즈와 포항운하 크루즈도 쉬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 사실 포항운하는 말이 운하지 운하가 아니다. 그냥 물길로 불러야 마땅하다. 여기에 어떤 크루즈를 띄울지 두고 볼일이다.

그 뒤를 이어 복지환경 위원회와 행정자치위원회가 대만, 홍콩과 필리핀행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만도 5000만원(건설위 포함)에 이른다. 이들의 연수 일정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이들은 첫날 김해공항을 출발해 홍콩에 도착하자 말자 틴하우 사원과 빅토리아산정 야경을 감상(?)한다.

둘째날에는 홍콩 환경자원 보호소를 방문한뒤 홍콩시내 도시 시설물을 둘러볼 예정이다. 도시 시설물을 둘러본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말장난하지말고 그냥 솔직히 시내 투어라고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관광성 외유이기 때문이다.

대만에서는 장애인 복지시설과 충렬사 국립고궁 박물관, 도교사찰 및 야시장, 이튿날에는 국립야류해상공원, 중정기념관을 견학한다. 이들 역시 공무국외여행 계획에는 홍콩에서 무엇을 보고 배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6일 중 3일을 그냥 관광이나 즐기며 놀겠다는 생각인 모양이다.

자치행정위원회도 별반 다를게 없다. 이들역시 관관성 일정이 대부분이다. 필리핀 최대 재래시장인 마까빠갈 방문, 나용필라피노 민속마을, 클락경제자유구역, 팍상한 폭포를 두러볼 계획이다. 그나마 마닐라시의회와 필리핀 관광청, 국제미작연구소를 둘러보겠다고 하니 양심은 있는 모양이다.

주민들 사이에는 외국 많이 가고 싶으면 시의원하라는 말이 나돈지가 오래 됐다. 그러니 의원들이 외국 여행에 목숨을 건다는 말이 나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쳇말로 자비를 들여서 나가라고 하면 누가 외국을 나갈 것인지도 따져볼 일이다. 의원이라고 해서 헌법에 보장된 여행의 자유를 누리지 말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혈세를 물 쓰듯 한다는 것이 문제다.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이 말하는 여행목적이 더욱 시민들의 화를 돋게 한다.

이제는 그들에게 자정노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푸념도 들린다. 나를 뽑아준 주민들의 뼈있는 말을 못들은 건지, 애쓰 듣지 않으려는건지 그들만이 알일이다.
 
지방의원이 변하지 않으면 의회도 변할 수 없다. 나아가 지방자치의 발전 또한 요원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의원들에게 고도의 사명감을 요구하는 이유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지 20년이 넘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내려 싹을 틔울 때도 됐건만 현실은 그렇치 못하다. 관광성 해외연수로 혈세를 헛되게 쓴다는 끊임없는 비판에 이제 당사자인 의원들이 답할 차례다.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대구경북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