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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전 차장 달력에 '20일 서울 이사 ?'

'마지막 여행' 동행한 친구가 전해준 동행기

이학수 기자 | 기사입력 2005/11/23 [00:47]

지난 20일 오후 8시20분경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수일 전 국정원 2차장(호남대 총장)이 달력 11월20일자에 표시한 `서울 이사'는 무엇을 내포하고 있을까(?). 글자 그대로 서울 이사일까, 아니면 자살 결행을 의미하는 것일까.

지난 19일 故 이수일 전 국정원 2차장과 `마지막 여행'을 함께 했던 50년지기 안모(63)씨는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이씨의 달력 이야기를 꺼냈다.

안씨는 “`서울 이사'가 자살을 결행한 날이었던 것 같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안씨가 이 전 차장의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 18일 저녁. 이 전 차장은 별다른 얘기없이 “친구 바람이나 쐬러 가세”라고 말했고 안씨는 평소에도 주말에 자주 만나 등산과 여행을 즐기던 터라 별다른 생각없이 이에 응했다.

토요일인 19일 오전 9시30분쯤 광주시 서구 쌍촌동 이 전 차장의 아파트로 승용차를 몰고 간 안씨는 친구를 태우고 드라이브를 겸한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한 이 전 차장의 제안에 따라 전남 영광으로 결정했고 이들은 호남대 앞을 지나 함평을 거쳐 영광 불갑저수지와 가마미 해수욕장을 거쳐 이 전 차장이 평소 즐기던 닭죽으로 점심식사를 하는 등 두 노년의 친구는 평소와 다름없는 주말 나들이를 즐겼다.

이 전 차장은 영광 원자력발전소에 들러 25년전 전남지방경찰청 수사과장 재직 시절 직원들과 함께 야유회를 왔었다며 즐거워했고 염산면에 이르러서는 6.25때 양민 학살이 가장 많았던 곳이라고 안씨에게 소개하며 차에서 내려 추모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승용차 안에서 이 전 차장은 “항상 정도를 걸으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100% 완벽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요즘 기분이 뒤숭숭하다”며 자신의 괴로운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안씨는 이씨가 여느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 이상한 느낌은 받지 않았다.

안씨는 “50년을 사귀다 보니 얼굴 표정만 보면 무슨 일이 있는지 금새 알 수 있는데 여행길에서 친구는 아무 내색이 없었다”며 “여행을 떠나기 전 이미 자살을 결심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울먹였다.

광주로 돌아오면서 두 친구는 48년전 함께 다녔던 서울 중동고 재학시절을 회상하고 가족들을 화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전 차장은 이 자리에서 “막내 아들 주용(31)이 장가를 가야한다”고 걱정하고 “우리때는 부모님 말에 무조건 순종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개성이 강하다”며 아들에 대한 애정과 자식을 기르는 부모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오후 5시쯤  광주로 돌아온 두 친구는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호남대 앞을 지나 쌍촌동으로 향했다.

안씨는 “지금 생각해보니 친구가 호남대를 지날 때 학교를 유심히 살폈던 것 같다”며 “자신이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학교를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30여분 뒤 이 전 차장의 아파트로 돌아온 안씨는 친구를 현관까지 데려다 주려고 했으나 이 전 차장의 요구로 인근 슈퍼마켓 앞에서 내려주고 헤어졌다.

안씨는 “나중에 확인해 보니 친구가 당시 슈퍼마켓에서 자신이 목을 맸던 8m짜리 빨랫줄을 구입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편 이 전 차장의 관사 다용도실 붙박이장에서 8m 길이의 빨랫줄 뭉치가 발견된바 있다.

이에 대해 파출부 이모(56)씨는 "사건이 일어난 뒤 빨랫줄 뭉치를 처음 봤으며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지, 총장님이 새로 구입한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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