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10남매의 장남 방송작가 윤혁민씨 이야기

윤혁민 작가의 3년 시묘 얘기

이상헌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04/14 [15:00]
대가족 시대에 장남은 결혼의 기피대상이었다. 부잣집이라면 또 모르지만 가난한 집에서는 동생들을 키워 학교와 시집 장가보내야 하고 자기 자식까지 키우려면 고역이 아니라 징역이고 보면 결국 남는 것은 가난과 주름살 밖에 없다고 느껴졌던 것이다.
▲ 이상헌 작가    ©브레이크뉴스
방송작가 중에 가장 존경받는 작가 한 사람을 뽑으라면 단연 윤혁민씨다. <꽃피는 팔도강산>으로 필명을 날린 그는 가난한 교장의 10남매 중 장남이다. 부모님과 자기가 낳은 자녀까지 따지면 대부대여서 한 달에 쌀 한가마 반은 있어야 입에 풀칠을 한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잠자리다. 온 식구가 누워서 잘만큼 집이 넓지 않아 마루에 3층으로 침대를 만들어 동생들이 자도록 했다. 군대에서는 2층 침대가 있지만 이 집에서는 3층 침대를 개발했다. 궁하면 통하는 것이다.
 
교장선생님인 아버지는 지방 출장중에 연탄가스 중독으로 변을 당했다. 출장비에 여관비가 책정되어 있었지만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값싼 여인숙에 들어갔다가 일을 당한 것이다. 아버지 역할에 맏형 역할을 해야 하는 윤 작가는 잠시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가족의 생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조문객을 받는 틈틈히 아버지의 관위에 원고지를 놓고 글을 썼다. 이렇게 하여 동생들을 모두 훌륭하게 키워 시집 장가를 보냈는데 그 중에 내가 주례를 서준 친구도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나는 변변히 효도도 못하고 고아가  되었구나."하며 가슴을 치다가 고향 어머니 산소 옆에서 3년간 시묘를 했다. 돌아가신 어머니 묘를 떠나지 않았고 그후 아예 거처를 부모님 묘소가 있는 천안 동면으로 이사를 했다. 이순신 장군도 전쟁 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3년 시묘를 한 다음 다시 전투에 투입되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요즘에는 그런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내가 세계일보 '이상헌의 사는 얘기' 1천회를 연재 하는 중에 윤혁민 작가의 3년 시묘 얘기를 썼던 일이 있었는데 윤 작가와 통화를 하다가 그 얘기가 떠올랐다. 요즘에는 가정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경우가 없다. 부모님 묘소는 커녕 살아계신 부모도 외면하는 세상이 되었다. 재산이 있는 부모에게는 뻔질나게 찾아가지만 돈 없고 힘없는 부모와는 단절하고 사는 집안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자식들은 부모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판박이가 된다. 부모를 박대하는 장면을 보고 자란 자녀가 커서 어떻게 자신에게 할 것인가는 손바닥 들여다보듯 쉽게 보여진다. 어제 뉴스는 시어머니가 수시로 들이닥치는 것이 눈에 거슬려 현관 키를 바꾼 며느리의 이혼 그리고 계모 사건들이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자기가 한대로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 못하는 것이다.  
윤작가의 형제 자녀들은 우애 있게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다. 어려서부터 우애를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현장학습이고 살아있는 교육이다. 콩심은데 콩 나고 팥심은데 팥난다. 
 
방송작가 협회에서는 해마다 봄이 되면 65세가 넘은 원로회원들을 서울에서 가까운 근교로 모셔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데 경제적으로 힘든 시절부터 고생하며 활동한 작가들은 대부분 환자들이다. 난방조차 제대로 안되는 방안에서 촛불을 켜고 글을 쓰던 사람들은 몸이 성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점점 모이는 숫자가 줄어드는데 참석할 기력조차 없는 회원들은 외롭기 마련이다. 살아있는 박물관이 하나 둘 없어지는 것이다.
 
대가족 장남 노릇 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동생들과 원만히 지내는 방법을 터득하다 보니 사람관계 문제는 도사급으로 변했다. 작가들은 작가들과 어울리지만 그는 각계각층과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전국에서 그를 아끼는 사람들이 수시로 찾아온다. 나이 들어 가장 큰 재산은 친구들이고 보면 그가 가장 큰 부자라는 생각이 든다. 자녀에게 쏟던 사랑을 친구들과도 공유하다보면 친구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자녀가 3명이 넘는 다둥이 가족은 국가에서 혜택을 준다는데 윤혁민 작가를 롤 모델로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injoyworld@hanmail.net
 
*필자/이상헌. 시인. 작가. 칼럼니스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