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돈이 있어야 자식에게 대접 받을 수 있다?

노후생활의 가장 큰 적(敵)

김덕권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05/22 [11:23]
여러분의 부모 자식관계는 건강하신지요? 어제는 만삭(滿朔)인 둘째 딸 애가 저를 이끌고 일산병원 안과에서 정밀진단을 받게 했습니다. 진단결과 왼쪽 눈에 녹내장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더군요. 아마 이 녹내장이 제 눈을 덮을 때는 저도 더 이상은 [덕화만발]을 쓸 수 없게 될지 모릅니다.

▲ 김덕권  시인   ©브레이크뉴스
그런데 그 수많은 환자들을 대개는 자식들이 보호자로 부모를 모시고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묘한 현상이 눈에 띱니다. 대개 아들 녀석들은 그 지루한 시간을 못 참고 부모에게 신경질과 짜증을 마구 내더라고요. 반면에 우리 애를 비롯한 딸들은 성심성의를 다해 부모 곁을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게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모와 자식관계가 너무나 평범한 듯하면서도 심각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 노후 준비의 최대 적은 자녀 사업자금까지 대어주다 길거리로 나앉는 은퇴자가 급증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식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한국 부모들은 자녀 교육과 혼사(婚事)에 보통 억(億)대의 돈을 쏟아 붓는다고 하네요. 거기다가 많은 부모들은 이것도 모자라 자녀에게 집을 사주고, 사업자금까지 대준다고 하니 할 말을 잃습니다.
 
 
전 세계에서 이런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합니다. 자녀를 상전처럼 모신 결과 한국 부모들의 노후생활은 파탄 나고, 청소년들의 부모 의존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청소년들의 93%가 대학 학자금을 부모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합니다.
 
 
또 87%가 혼인비용을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74%는 혼인할 때 부모가 집을 사주거나, 전세자금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녀의 용돈을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는 청소년도 76%에 달한다고 하니 부모는 봉입니다. 한국펀드 평가 우재룡 사장은 “부모 처지에서 볼 때 노후생활의 가장 큰 적(敵)은 자녀”라며 “자녀를 이렇게 기르다간 자녀의 미래도 망치고 부모들의 노후도 망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얼마 전 공무원 사회에서 자녀 때문에 노후가 불행해진 전직 장관들의 얘기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습니다. 자식이 사업을 하다 재산을 들어 먹는 바람에 A장관은 미국으로 도피성 이주를 했고, B장관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강연회에 자주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은 “주변의 눈 때문에 말은 못하고 있으나, 자녀문제로 노후가 위기에 빠진 유명 인사들이 의외로 많다.” 고 했습니다.
 
 
삼성이 운영하는 수원 '노블 카운티'는 상류층의 노후 주거단지로 유명합니다. 이곳의 어떤 60대 입주자가 보증금 4억 원을 빼내 자식사업자금으로 대주었다가 길거리에 나앉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호갑 상무는 “자식을 외면할 수 없다며 보따리를 싸던 노인의 모습이 생생하다.”면서 “아들이 사업을 하다 망한 후 사글세방을 떠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고소득층은 자녀가 재산을 축내도 버틸 여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축통장이 얇은 중산층과 서민들은 곧장 길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죠. 신한은행이 지난해 대출금을 갚지 못한 2100건의 주택담보 대출을 경매 처리했습니다. 이런 경매 물건의 20%가 부모 집을 담보로 자녀가 사업자금을 빌려 쓴 것이라는 은행 측의 분석입니다. 신한은행 김길래 경매팀장은 “70대 노인들이 은행을 찾아 와 ‘살려 달라’고 읍소(泣訴)하는 것을 보면 부모 노후 자금까지 말아먹는 자식들이 너무 밉다”고 말합니다.
 
 
금융기관들이 경매에 붙이는 대출연체 부동산은 연간 40만 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중 20%가 부모 집을 담보로 잡힌 대출이라고 하며, 매년 8만 명의 은퇴자가 파산 위기에 몰린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시대상황을 맞아 많은 은퇴자들이 자녀로부터 노후자금을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재산 상황을 숨기는 은퇴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은행 PB(프라이빗 뱅킹) 센터를 이용하는 재산가들의 경우, 절반 이상이 예탁잔고 증명서를 집 밖에서 수령한다고 합니다. 자녀들이 재산상황을 알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죠.
 
 
하나은행 조성욱 PB팀장은 “돈이 있어야 자식에게 대접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상속을 사망 직전까지 늦추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미국 등 유럽 문화는 성인(18세)이 되면 독립심을 키우기 위해 무조건 부모 곁을 떠나 자기 삶을 가꿉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문화는 성인이 되어도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합니다. 아랫목을 뱅뱅 돌다가 혼인을 하고 나서도 부모의 힘으로 집 장만을 한 다음에야 분가를 하는 자식 지상주의 문화 때문이지요.
 
5.000년 역사를 이어 온 자식 지상주의 문화를 하루아침에 버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세태를 수수방관 하고, 자식 짝사랑에 마음 몽땅 빼앗기면 어느 순간에 천추의 한을 남기고 인생을 하직하게 됩니다. 모은 재산 모두 상속하고 노후에 자식에게 손을 벌리면, 그 순간부터 자식의 불효를 한탄하며 때 늦은 후회를 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요.
 
 
그러니까 뼈 빠지게 모은 재산 허리춤에 꼭꼭 지니고 있다가 혹여 중병으로 입원하게 되면 병원 침대 시트 밑에 현찰 두툼하게 깔아 놓습니다. 그리고 아들 딸 며느리 병문안 올 때 마다 차비 넉넉하게 듬뿍 쥐어 주면 밤낮으로 곳간에 쥐 들락거리듯 한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비 준비하라고 하면 마지못해 얼굴 살짝 내밀고 가물에 콩 나듯 찾아오는 게 요즘 자식 놈들 살아가는 심보라고 하니 왜 자식들을 낳아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아들 낳으면 목(木) 메달이고 딸을 낳으면 금메달이라는 세속 말이 있습니다. 거기다 아들은 장가가면 남의 자식이라나요? 씁쓸한 일입니다. 천만 다행인지 저는 금메달을 두 개나 단 딸딸이 아빠라 그런 걱정은 안하고 떠날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여하간 노후자금 꼭 틀어쥐고 얼마 남지 않은 생애(生涯) 초라함과 구차함은 면해야 하지 않을까요! duksan4037@daum.net
*필자/김덕권. 시인. 칼럼니스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