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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재물에 주인이 둘이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재물 상에 시비와 분배가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되어있다. 사주에서 재물에 대한 법률상의 주인은 일주(日柱)이다. 비견은 일주(日柱)의 형제로서 재물의 분배를 요구하고 잠식하려 든다.
타고난 사주에 재물이 넉넉하다면 형제끼리 나누어도 충분함이기에 서로 시비할 것이 없을 것이다. 형제가 요구하는 대로 고루 나누고 분배하니 서로 다정하고 인심이 후하여 형제간에 우애가 깊다. 그래서 사주에 재왕(財旺)하다면 형제자매인 비견을 기뻐하고 그래서 형제가 화목함이다.
그러나 사주에 재물이 허약해서 가난하면 형제간에도 인색하고 시비가 일어나기 십상이다. 한 푼이라도 더 가지려는 욕심과 한 푼이라도 덜 나누어 주려는 인색함이 부딪쳐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이 팽팽하게 맞서니 형제간에 서로 으르렁거리고 다툴 수밖에 없음이 인지상정이다.
사주에 재물이 허약하면 그래서 형제자매간에 서로 미워하고 싫어하며 시기하고 질투하며 인색하고 욕심을 부리며 의심하고 적대시 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한집에서 같이 살 수는 없음이다. 일찍부터 분가하고 독립하며 서로 담을 쌓고 살아간다.
그러한 한 줄기 물을 같이 나누어 먹어야 할 숙명을 외면하거나 뿌리칠 수는 없다. 미우나 고우나 형제와 동기간에는 서로 나누어 먹어야 하고 신세를 질 수밖에 없음이다.
사주에 재물이 허약하면 형제자매간에 같이 살수도 없고 그렇다고 갈라질 수도 없이 한배에 얽혀 살아야 할 비견과 일주(日柱)는 그래서 오월동주격인 것이다. 평생 동안 재물 상에 문제가 발생하는가 하면 무엇이 뜯어 가든 반분을 해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사주에 재물이 허약하면 비견을 다스리는 방법부터 시급히 강구해야만 한다. 첫째는 사주에 재물이 허약하면 동업을 하지 말아야 하고 반드시 독립을 해야 한다. 둘째는 사주에 재물이 허약하면 사람을 쓰는 사업을 하지 말고 경쟁하는 업체를 멀리해야 한다. 예컨대 평생 내 것을 탐하고 뜯어가는 비견이 있음에도 사람을 쓰거나 동업을 하는 것은 도둑을 불러들이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셋째 사주에 재물이 허약하면 동기간, 동향인, 동창생 등 동(同)자가 든 상대방과는 아예 담을 쌓아야 하고 그들 일에 개입도 하지 말아야 하며 계(契)나 조합, 회합 등에도 가담하지 말아야 하고 어떠한 경쟁이나 대립적 사업엔 일체 참여하지 않아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형제나 동기간과도 멀리 떨어져 지내고 금전거래는 일절 금해야만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넷째 사주에 재물이 허약하면 문서상 미결이 있거나 내일로 미루는 일은 금물이고 남의 보증을 서거나 인정을 베푸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오늘의 친구는 내일의 적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남을 믿어서는 안 된다. 항상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는 격이니 철저히 의심하고 조심하며 경계해야만 한다.
다섯째 사주에 재물이 허약하면 재물 상에 시비나 분쟁, 재판은 백해무익함이기에 가까이 하지 말고 이미 과거에 저지른 손실이나 실패에 대해서는 빨리 잊어버리고 추호의 미련도 갖지 말아야 깨끗함이다. 집주인에게 무언가를 보태줄 나그네가 없듯이 일주(日柱)를 도와줄 비견이 없음인 것이다.
가뜩이나 가난하고 곤궁한 집안에 불청객인 식객들이 뛰어들어 재물을 엿보고 탐하니 일주(日柱)는 생산보다도 나그네를 지키기에 온 정신을 써야만 할 것이다. 잠시라도 눈을 감거나 한 눈을 팔면 비견이 달려들어 눈을 뜬 채로 코를 베어가듯 번개처럼 재물을 가로채어 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재성(財星)과 비견이 같이 있으면 항상 마음이 놓이지 않고 불안 초조하며 신경을 곤두세우는 온갖 장애가 발생하게 이른다. 그래서 한 가지에 전념할 수 없고 무엇인가 마음을 부산하게 하고 신경을 과민하게 만든다.
이러한 비견을 철저히 감시하고 재물을 지키려면 법을 다스리는 벼슬아치를 배치해야만 탈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 호재자(護財者) 즉 재물을 지켜주는 것이 바로 정관(正官)이다. 때문에 관성(官星)이 있으면 비견이 꼼짝을 못하여 재물을 탐하거나 침해하지 못하게 된다.
사주에 재물이 허약한데, 비견이 하나가 아닌 둘 이상이 있으면 재물에 대한 분쟁이 극도로 격화하게 된다. 하나를 둘로 나눌 경우엔 그런 대로 협상이 가능하고 평화적으로 분배할 수 있지만 하나를 셋이나 넷으로 나눌 경우에는 약삭빠른 사람만이 점유할 수 있음이기에 타협이나 분배 따위는 전혀 통하지가 않음이다.
어차피 정해진 1인분을 놓고서 3인이나 4인이 함께 나눠 먹을 수는 없는 법이다. 누군가 하나 둘은 빠져주어야만 한다. 먹이를 잃은 자는 살길이 없다. 그렇다고 스스로 물러나 죽음을 감수할 사람도 없다. 그래서 온갖 죽을힘을 다해서 재물을 점유하려고 들 것이다.
사주에 3개 이상의 비견이 모이면 이를 군비(群比)라 한다. 군비(群比)는 서로가 살기위해 하나의 재물을 앞에 놓고 서로 독점하려고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인다. 최후의 승리자만이 재물을 점유할 수 있음이기에 하나만 살고 나머지는 모두 죽어야만 할 운명이고 처지다. 단순한 재물의 쟁탈전이 아니고 생사의 결투인 셈이다.
이렇듯 재물 때문에 구사일생의 혈투를 벌여야만 하는 운명인 것이다. 이를 일러 군비쟁재(群比爭財)라고 한다. 비견이 둘이면 분배가 아닌 겁탈로 바뀌어 변질되듯이 비견이 둘이면 겁재(劫財)로 변함이 육신의 철칙이다. 이렇게 형제가 도둑으로 둔갑해버리는 것이다. 도둑은 재빠르고 눈치가 빠르면서 언제나 불안하고 초조하다.
그래서 사주에 비견이 여럿이면 행동이 민첩하고 경쟁에 뛰어난 솜씨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남의 것을 공짜로 가로채고 낚아채는 겁탈의 재능은 바로 노름이나 투기를 통해서 비범하게 나타나게 된다. 그렇다고 비견은 식객이나 겁탈만을 일삼는 것은 아니다.
사주에 재물이 적을 경우에는 비견이 야속하고 원망스럽겠지만 재물이 많을 경우에는 비견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보약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재물이 적다는 것은 돈 보따리가 가벼운 것이고 재물이 많다는 것은 돈 보따리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벼운 보따리는 슬쩍 가로 챌 수 있지만 무거운 보따리는 혼자서 들 수가 없으니 어차피 여럿이 목도를 매어야만 운반이 가능해진다. 이는 잉어와 고래에 비유하면 쉽사리 알 수 있다.
잉어는 누구나 혼자서 가져갈 수 있지만 고래는 혼자서 낚을 수가 없음이다. 여럿이 힘을 합해야만 고래를 잡을 수 있고 워낙 덩어리가 크기 때문에 나누어 먹어도 충분히 돈을 벌 수 가 있다. 잉어 낚시터에서는 비견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은 싫어하겠지만 고래낚시서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 비견에 해당하는 사람보다 더 반가운 것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신왕(身旺)하고 재약(財弱)한 사주를 가진 자는 비견을 송충이보다도 싫어하듯이 사람들을 미워하고 매사에 독선적이고 대인관계가 형편이 없다. 그러나 신약(身弱)하고 재왕(財旺)한 사주를 가진 자는 비견이 죽어 돌아온 할아버지나 어머니보다도 더 반갑듯이 사람들을 반기고 인심이 후하며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친절함이다.
비견 때문에 재물을 손실당하는 신왕(身旺)자는 본래가 천하장사고 힘이 남아 돔이니 남의 힘이나 도움이 전혀 필요치가 않는 경우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생산수단인 재물뿐이라 할 것이다. 그런 천하장사 앞에 재물이 아닌 식객이 나타나서 자웅(雌雄)을 겨루자고 한다면 반가워할 리가 없음이다.
그러나 농사지을 농토는 넓고 인력이 부족한 재왕(財旺) 신약(身弱)자는 인력(比肩)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듯 다다익선이기 때문에 비견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음이다. 귀한 손님에게 친절하고 후한 대접을 하며 인심과 인정을 베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개똥도 약에 쓰듯이 비견도 약으로 쓰는 경우가 이렇게 많은 법이다.
그래서 속담에 사람 괄시(恝視)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었던가? 그렇다고 재왕(財旺)자에게 비견이 언제까지나 평생 아쉽고 소중한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대운(大運)이 신왕(身旺)지에 이르면 재성(財星)은 쇠퇴하고 일주(日柱)는 왕성해짐이니 비견의 도움이 필요치 않을 뿐만 아니라, 비견이 오히려 야속한 식객과 간섭자로 둔갑함으로써 인인성사(因人成事)가 인인패사(因人敗事)로 바꿔지기 때문일 것이다.
즉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둔갑함이니 무상한 것은 인생이고 운명인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반갑고 친한 사이라도 비밀을 밝히거나 약점을 잡혀서는 안 되는 것이 현명한 처세술이라 할 것이다. nbh1010@naver.com
□글/노병한〈박사/자연사상칼럼니스트/한국미래예측연구소장. [노병한의 신간 : “막히고 닫힌 운을 여는 기술” 안암문화사, 2014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