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미는 과연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을까. 취미라고 하면 일상에서 벗어나 여가시간을 보다 풍족하게 만드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 창구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 화풀이’하듯 나만의 ‘한강’이 되어준다. 그 ‘한강’이 사회적 가치를 나누고 수익까지 도움이 된다면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놀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나누는 ‘취미 월드’를 꿈꾸는 사회적기업 하비뱅크의 이기훈 대표를 만나 새로운 개념의 취미 나눔 활동을 들어봤다.
하비뱅크는 지난 2010년 말에 출범해 운영한 지 벌써 5년 가까이 흘렀다. 그간 부천형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도 받았고, 지역 내에서 다양한 취미 나눔 활동도 이어왔다. 하지만 아직 취미 나눔이라는 소셜 미션이 수익까지 연결되진 않는다. 수익은 주로 이기훈 대표의 취미이자 일이 된 사진과 영상 촬영, 디자인 작업을 통해 이뤄진다. 취미였던 일이 이제 그의 ‘업’이 된 셈이다. 최근의 나눔 활동은 가톨릭대 성심교정 창업보육센터로 옮기면서 대학생 동아리나 아동센터에서 사진 강의 위주로 한다.
사업의 수익과 비전이 분리돼 있어 회사 운영이 모호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며 나눔을 즐기는 자체가 수익창출과 비전을 함께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수익과 비전의 조화로운 연결을 위해 지역의 마을공동체에서부터 작게 실천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취미가 ‘업’이 되고, ‘나눔’의 가치가 된 ‘하비뱅크’
시작은 작은 깨달음부터였다. 7년 전 이 대표는 당시 사진 취미활동을 하던 중 사진관에 취업했다. 그곳에서 하루는 강남의 작은 임대아파트로 돌사진을 촬영하러 가게 됐다. 사진관 사장의 사진 기부 활동이었다. 좁은 방 안에서의 조촐한 돌잔치에서 그는 혼신을 다해 촬영했다. 그때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시간에 후회가 들었다고 한다. 동시에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과정이 좋은 작품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하기에 이른다. 자신의 취미를 폭넓게 나눠야겠다는 의지를 일깨우는 순간이다.
이후 가톨릭대에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였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만수 부천시장을 통해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강의를 듣게 됐다. 창업에 대한 용기를 얻는 계기가 됐다.
“사회적기업 강의를 듣고 작게 시작해보자는 생각을 했죠. 하비뱅크를 창업하고 서울시내 복지관에 모두 연락하고 어디든 가서 사진 나눔 활동을 했죠. 어르신들 영정사진 찍는 걸 나누는 활동이었어요. 그런 활동을 보고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이후에 부천형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도 받으면서 활동을 이어왔죠.”
중요한 건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작게 시작했다는데 있다. 이기훈 대표는 부천 사회적경제 영역 안에서 유명 인사다. 리더격이라기보다 다양한 지역 협의회에서 굳은 일을 도맡아 하며 ‘마당쇠’를 자처한다. 하비뱅크의 시작도 그랬다.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작은 영역부터 시작해 도움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성장해왔다.
비전과 수익 사업의 접점 찾기
하비뱅크의 사업은 주로 취미나눔 비전과 수익사업으로 나뉜다. 현재 취미나눔은 가톨릭대 근로장학생을 통해 대학생 중심으로 이뤄진다. 수익사업은 이 대표의 몫이다. 수익은 대부분 사진과 영상, 홍보물 제작 등을 통해 이뤄진다. 지난해에는 성과를 내면서 억대 매출까지 올리기도 했다. 직원은 대표까지 3명으로 모두 각각의 팀장이면서 다른 팀의 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대의 근로장학생들을 통해 취미나눔 비전사업을 끌고 갈 계획입니다. 주로 나눔 인력을 아웃소싱 개념으로 시스템화 하려고 해요. 나눔의 인력풀을 관리하는데 실패했던 경험도 있어서 더 보완해가려고 하죠. 수익은 더 집중해서 안정시키려 합니다. 그간 지역에서 도움을 받아 사업을 해왔지만 앞으로 영업에도 신경 써서 경쟁력을 키워야겠죠.”
사업 초기에는 나눔 사업을 하는데도 애를 먹었다. 복지관을 찾아가면서도 ‘사기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게다가 나눔을 받는 이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사진을 너무 낮은 가치로 취급할 땐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현재는 나눔을 먼저 제시하기보다 강의를 통해 범위를 넓혀가려 한다.
더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수익뿐 아니라 사회적 미션까지 수행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한 적절한 접점을 찾는 게 평생 안고 가야할 숙제라고 한다.
“사회경제 주체가 대부분 비슷할 거예요. 수익과 비전이 분할된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 많은데 둘 중 하나에 집중하면 나머진 포기해야 되는 상황이 오게 되죠. 두 영역의 괴리감을 줄이려는 고민이 많은데 아직도 만족할만한 해답을 찾지 못했어요. 그래도 하는 일을 즐기면서 지속 가능한 방법을 꾸준히 찾아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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