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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아는것보다 마음으로 아는것 중요

서로의 마음 알아줌이 귀하다

박석무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11/10 [11:26]

사람을 표시하는 글자는 ‘사람인(人)’이라는 한자입니다. 인간관계란 혼자서는 성립될 길이 없습니다. 글자처럼 사람은 최소 두 사람이 관계해야만 인간관계가 이룩됩니다. 그래서 다산은 ‘인(仁)’이라는 글자의 본질도 “사람이 둘이다.”라고 분석하여 두 사람이 하나의 단위인 부부(夫婦), 부자(父子), 모녀(母女), 사제(師弟), 군신(君臣) 등 둘 사이에서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해서 섬기거나 보살펴주는 일이 ‘인(仁)’이라는 경전해석을 내놓았습니다.

  

▲ 박석무     ©브레이크뉴스

사람이 서로를 상대함은 그래서 대상이 있기 마련입니다. 사제가 되고 친구가 되는 일은 서로를 알아줌으로써 관계가 이룩되는데, 사람끼리 알아주는 일이란 겉으로 알고 지내는 것이야 흔한 일이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주는 일은 참으로 귀한 사귐이라는 주장을 근래 다산의 짤막한 편지 한 통을 읽다가 알아냈습니다.

  
“2월 28일에야 1월 16일의 편지를 받았네. … 봄기운이 깊어지면서 나의 고질병도 점점 나아지고 있네. 은지(恩旨:임금님의 명령)가 이미 내려 돌아갈 기약이 있게 되었으니 기쁘고 감격스러워 다른 한이야 없네만 고개를 돌려 현산(玆山:흑산도)을 바라보면 흐르는 눈물이 가슴을 적신다네. 믿을 사람이라고는 그대 형제뿐이네. 그대들을 의지하고 그대들의 도움을 받아야겠네. 사람이 서로 알고 지내면서 귀중한 것은 마음을 아는 것이라네. 시종일관 나의 바람을 저버리지 말게나. 부쳐준 김은 지난번 인편에 도착한 것 같네. 갖추지 못하네. 다산병수(茶山病叟) 사(謝) 신미(辛未:1811)년 2월 그믐에” (초서의 편지. 박철상 번역.『다산간찰집』다산학술문화재단)

   
귀양살이 시작 이후 11년째인 2월의 편지로 날짜가 명기되어 있으나 문집에는 보이지 않는 글입니다. 다산의 연보를 보면 1810년 9월의 기록에 다산의 아들 정학연(丁學淵)이 아버지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바라를 두들겨 마침내 다산을 해배시키라는 임금의 명령이 내렸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산을 끝내 죽이고야 말겠다던 반대파 홍명주(洪命周)·이기경(李基慶) 등의 결사반대로 그 일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러한 정확한 서울 소식을 모르고 있던 다산은 행여나 해배되리라고 기대하면서 다음 해 2월 그믐날의 편지에서 해배가 기쁘고 감격스러워 다른 여한은 없노라고까지 말하고 있었습니다.

  
감옥에 갇혀 있는데 풀려난다는 소식이 있다가 그것이 허사가 되었을 때의 허망함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길이 없습니다. 다산의 마음이 얼마나 상했고 또 가슴이 얼마나 아팠을까요. 더 감동적인 부분은 자신의 해배에도 저 먼 흑산도 섬 속에 갇혀 지내는 형님 정약전의 일을 잊지 못해 제자 형제에게 돌봐주기를 바라는 뜻이 정말로 간절했습니다. 그 두 형제가 누구인가는 정확히 알 길이 없지만, 이 짤막한 편지 한 장은 다산의 쓰라린 유배생활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어 가치가 높은 글입니다.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제자들에게, 서로 아는 사이란 겉으로 아는 것보다는 마음으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형님 돌봐주기를 바라는 아우의 깊은 마음을 알아달라는 뜻이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다산은 그렇게 착한 아우였습니다. dasanforum@naver.com


*글쓴이/박석무. 전 의원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고산서원 원장  · 성균관대 석좌교수. 칼럼니스트


· 저서로는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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