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고가 사슴을 황제에게 바치며 “말입니다.”라고 하자 황제 호해는 “어찌 사슴을 말이라 하는가?” 라고 의아해 한다. 그러나 이미 조고의 권력에 겁을 먹은 주위 신하들이 모두 나서 말이라 하자 당황한 호해는 자신의 판단력을 의심하면서 정사에서 손을 뗀다. 그러나 국정을 농단하던 호해도 조고에게 죽임을 당하고, 조고는 다시 자영에게 죽으니 이런 와중에 진나라의 국세는 기울고, 전국에서 일어난 반란의 불길 속에 멸망하고 만다.
환관정치와 절대 권력의 폐해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역사의 교훈이다. 최고 권력자의 눈과 귀가 소수의 측근에 의해 가려지거나 그의 앞에서 ‘아니되옵니다’라는 말을 누구도 할 수 없을 때 그 권력자의 최후는 비참했고 나라는 망했던 것이다. 그런데 고사에 나오는 이 단어들이 요즘 우리나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국정을 농단하던 측근들을 십상시(十常侍)로 몰아 제거하려던 동생파들이 오히려 되치기를 당해 밀려나자 또 다른 이들이 이를 활용해 자신의 입지를 넓히거나 혹은 궁지를 모면하려고 언론에 까발려 대통령을 무력화 시켜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작금의 사태를 보며 온나라에 탄식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누구를 탓하랴. 그 모든 원인이 대통령 스스로에게 있으니 말이다.
일개 부처의 국-과장 인사 때문에 장관을 직접불러 나쁜사람 운운하는 좀스러움도, 그 말은 사실이라는 전직 장관의 증언을 대통령에게 확인할 엄두도 못내는 청와대 대변인의 한심함도 결론은 대통령의 리더쉽 문제인 것이다. 그녀의 레이저에 쏘이면 모두가 얼어붙어 아무 말도 못한다는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지록위마가 옛이야기가 아님을 실감하고 있다.
권력은 국민이 공익을 위해 사용하라고 시한부로 빌려준 양날의 칼이다.
대통령은 월급사장으로서 주주인 국민이 빌려준 이 칼을 겸손하게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오너라고 착각하고 내맘대로 휘두르거나, 칼을 제대로 다룰 줄도 모르는 자격 없는 친척이나 측근들에게 맡겨버렸다가는, 임기만료와 동시에 아니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을 베어 버리게 될 지도 모른다.
요즘 개헌전도사라는 별칭의 이재오의원이 신이 났다. ‘제왕적대통령제의 폐해가 바로 이것이 아닌가?’ 라며 개헌론에 목청을 높이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1987년 체제의 종식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제왕적대통령제를 폐지하는 개헌필요성은 진작부터 주장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 권력을 누리고 싶었던 역대 대선후보들 때문에 번번히 좌절되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우리사회의 한심한 민낯을 보며 국가대혁신의 필요성은 더욱 절박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개헌을 원치 않던 박대통령이 지금 지록위마와 십상시의 교훈으로 국민을 각성시켜 개헌전선에 파워엔진을 달아 주었다. 전화위복이라 해야할까? 그런데 왠지 궁지에 빠졌던 누군가가 등뒤에서 소리없이 웃는 것 같다. 하지만 무슨 문제랴. 역사는 그렇게 뚜벅뚜벅 가는 것이고 때가 되면 진실이 모든 것을 심판해 줄테니 말이다. 너무 걱정마시라 대한민국!
*필자/김현식. (사)한반도 비전과 통일 사무총장. 정치평론가.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