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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것 한 번 해보자

서지홍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5/01/09 [21:30]
 어느 병원에 임종에 가까운 노인이 입원을 해 있었다. 이제 임종에 가까워 죽을 시간만 기다리고 있는 노인이었다. 그 노인은 강한 진통제 때문에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임종의 시간을 맞고 있었는데, 누구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눈빛이었다. 이미 정신은 누군가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혼미했다. 그 순간 간호사가 병실의 문을 열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아드님이 왔습니다.” 할아버지는 들었는지 말았는지 힘없이 고개를 돌렸다. 간호사가 다시 한 번 소리쳤다. “할아버지 그렇게 기다리던 아드님이 왔습니다.” 그 소리와 함께 군복을 입은 한 청년이 병실에 들어섰다. 할아버지는 이미 희미해진 의식 때문에 도무지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없었고 말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아들이라 생각하니 마지막 힘을 다해 손을 내밀었고, 그 청년은 할아버지의 손을 힘 있게 잡았다. 그렇게 마주 앉아 서로 아무 말도 없이 긴 밤을 지새웠다. 간간히 체크를 하러 들어 온 간호사들이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라고 했지만 청년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그대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새벽녘이 되었을 때 노인은 세상을 떠났다. 꽂아놓았던 산소 호흡기며 주사바늘을 다 뽑고 흰 천으로 노인의 얼굴을 덮고 나자 청년이 간호사에게 물었다. “그런데 저 노인은 누구십니까?” 청년은 간호사에게 물었다. 간호사는 도리어 놀라면서 “당신은 이 노인의 아들이 아닙니까? 이 노인이 당신의 아버지가 아니었습니까?” 청년은 “아닙니다.” 청년의 단호한 대답에 간호사는 어떻게 된 일이냐고 청년에게 물었다. 

 청년은 “이 병실의 문을 여는 순간 저는 아차 했습니다. 무슨 착오가 생겼다는 것을 바로 알았습니다. 이 노인의 아들과 내가 동명이인(同名異人)인가 보다, 그래서 내가 여기 오게 되었구나. 그러나 노인의 눈을 보는 순간 나는 거기에 사로잡혔고 도저히 ‘내가 당신의 아들이 아닙니다.’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임종을 맞게 한 것입니다. 아무도 없는 병실에서 죽어가는 노인을 그냥 남겨놓고 갈 수가 없었습니다.” 

 죽어가는 자의 소원이 뭐 그리 대단 하겠는가, 마지막 순간, 죽음의 문턱에서 자기의 손을 잡아 줄 한 사람이면 족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 아니겠는가. 이 마지막 소원을 뿌리치지 않는 청년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종종 일탈을 하는 청년들이 있지만, 이 청년처럼 모르는 사람에게 사랑을 베푸는 그런 인간다운 마음이 그리워지는 세상이다. 

 테레사 수녀님의 말이다. “여러분, 빵 하나가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닙니다. 빵 하나에 담긴 사랑이 사람을 살리는 것입니다.” 이 말의 의미를 새겨보자. 우리는 연말이면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도우는 불우이웃돕기에 동참을 하고 있다. 많게는 수억에서 적게는 수천 원까지 불우이웃을 돕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이어 서있는 저 광경에서 우리는 희망을 갖게 된다. 

 사람의 변화는 체벌이나 비판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사람을 포용하고, 다시 한 번 인내하고, 다시 한 번 뜨겁게 사랑할 때, 그래서 사랑에 큰 감격을 얻을 때 비로소 변화가 오는 것이다. 철을 굽히는 데는 불이 필요하듯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는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라. 모두를 아우르는 아량은 우리에게 없는 것일까,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마음은 우리 인간에게 너무 벅찬 것일까, 나의 것을 남과 함께 나누는 정은 과연 손해 보는 삶일까. 크게 멀리 보는 혜안(慧眼)은 선지자에게만 가능한 것일까, 이 모든 것은 사랑이 결핍해서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념의 대립도 잠시 멈추고,  한 호흡을 멈추고, 잠시 잃어버렸던 ‘사랑’을 가슴 속에 품고, 이내 뿜어내 보자. 

 우선 나를 사랑하고, 남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품은 채 내리는 결정은 결코 고독하지 않다. 유행가 가사에서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곡이 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 사랑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기도 하다. 우리는 후자를 택해 어떤 의미의 사랑이건 한 번 시작해보자. 온 세상이 밝아지는 사랑, 그것 한 번 해보는 한해가 되자.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대구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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