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펴냈다고 한다. 집권5년 기간에 감춰졌던 여러 가지 비화를 볼 수 있는 계기임에 틀림없다. 1월29일자 중앙일보는 “김정일 다섯 차례 넘게 정상회담 제안해왔다” 제하의 1면톱 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담긴 내용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북한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중국 지도자들을 통하는 등의 방식으로 다섯 차례 이상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해왔다고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서는 북한이 먼저 남북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졌다. ▲2009년 8월23일 방한한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의 제안 ▲2009년 10월10일 한중정상회담 시 원자바오 중국총리의 북한 의중 전언 ▲2009년 10월 임태희 노동부장관 싱가포르 북한 고위층 비밀접촉 시 북한 고위층 제안 ▲2010년 7월 국정원 고위층 북한 방문시 북한 고위층 제안 ▲2011년 5월22일, 일본에서의 한중일 정상회담 시 원자바오 총리의 북한 의중 전언으로 남북 간 정상회담이 제안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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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이 여러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제안됐는데 무산된 이유를 살펴보면, 대북 퍼부기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듯해 보인다. 중앙일보가 공개한 회고록에 따르면 ▲북한이 쌀 50만t 요구 ▲북한이 “임 장관이 합의한 옥수수 10만t과 쌀 40만t, 비료 30만t, 아스팔트 건설용 피치 1억 달러어치, 북측의 국가개발은행 설립 자본금 100억 달러를 제공해 달라”고 요구 ▲천안함 폭침 사과 논의 반대 등등의 문제로 무산됐다고 한다.
이명박 회고록은 대통령 재임 기간의 비화를 국민에게 알린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내놓은 시점이 매우 애매해 보인다. 왜 이 시점에 회고록을 펴냈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 등의 과거사 비리 문제로 정치적 코너에 몰려 있는 처지다. 야당이 이명박 정권의 비리에 대한 청문회-특검 등을 요구하고 있어 박근혜 정권이 구정권에 대한 단죄를 결단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에 대비한 선제공격(?)의 하나 일수도 있어서이다.
또한 여러 의문이 뒤따른다. “외교는 항상 상대적인데, 북한이 이명박 정권에게 남북정상회담을 5회나 제안했다면 우리는 북한을 정권을 향해 몇 번을 제안했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사 공개로 북한은 향후 어떤 대응을 하고 나올까?“ 등의 의문을 내포하고 있다. 아울러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물고 늘어져 외교문제로 비화될 여지도 있어보인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밝힌 남북정상회담을 안 한 것이 정권의 치적이나 벼슬일 수는 없다고 본다. 그의 대통령 재임 시 정치적 행동이 향후 남북이 통일된 통일민족적 관점에서 볼 때 민족사에 죄악을 끼친 정치적 행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게는, 북한이 “쌀 50만톤 제공 요구” 등의 이유 때문에 정상회담을 안했다고 밝힌 것은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의 결단으로는 유약하고 치졸해 보인다.
한국을 둘러싼 미영중러의 치열한 외교적 압력에 대해서는 언급 않고 북한에게로만 원인을 돌리는 것은 아무리 분석해도 어리숙해 보인다. 특히 미국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어떻게 나왔는지를 언급치 않은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기술이 아닐 수 없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은 것을 모두 북한의 소행으로 돌리는 것은 ‘네 탓’ 타령일 뿐이다. 남북외교의 무능이 드러난다.
동-서독 통독 과정에서도 잘 살았던 서독이 후진적인 동독을 경제적으로 지원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우리의 전래 동화인 흥부전에서도 못 사는 흥부동생이 잘 사는 놀부 형한테 식량 등의 먹거리를 얻으러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명박 회고록은 정치적으로 예민한, 구정권에 대한 청문회-특검이 고려되는 시점에서 발행됐다. 이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미 죽은 권력이 살아 있는 권력을 압박할 소지도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