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2월 임시국회(3월3일 폐회) 처리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광고·협찬 수입에 운영비용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인터넷 언론사 등이 김영란법의 원안통과 여부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만약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김영란법이 언론사의 광고·협찬 유치 활동에 법 적용 잣대를 들이댈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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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은 김영란법 원안 통과가 당론이지만 오늘(2일) 의원총회에서 한 번 더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어서 여야 간 타협이 이뤄질 여지가 있다.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다소 갈팡질팡하다 어제(1일) 이 문제를 논의하는 심야 의원총회까지 열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뒤 "문제가 됐던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넣는 문제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없었다"며 "크게 (반대) 논의가 없어 그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일사불란하지 않은 태도에 주목해 2월 임시국회 폐회가 임박했고 야당과의 협상이 어려운 만큼 김영란법 처리가 4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
김영란법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애초에 입법ㆍ사법ㆍ행정부 소속 공무원과 정부출자 공공기관, 공공유관단체, 국공립학교 교직원으로 한정했던 법 적용 대상을 언론사 임직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유치원 포함)으로 확대키로 한 데 있다. 형법상 뇌물죄의 대상은 공무원으로 한정돼 있는데 김영란법에서 규율 대상을 민간인으로 넓히고 그 가족까지 포함키로 하면 1000만명 넘게 걸릴 수 있어 김영란법 시행으로 검찰공화국이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김영란법의 근본 취지는 공직자가 ‘100만원 초과’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더라도 형사처벌하자는 것이다. 2011년 건설업자로부터 성상납을 받은 ‘스폰서 검사’, 변호사에게서 벤츠와 명품 가방을 받은 ‘벤츠 여검사’ 등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를 계기로 현행 법제도의 문제점이 불거졌다. 그러자 2012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입법예고안)을 발표했고, 당시 김영란 권익위원장이 이 문제를 강도 높게 들고 나와 이 법이 ‘김영란법’으로 불리게 됐다. 이 법안은 입법예고안-정부안-국회 정무위안 등을 거치면서 조금씩 바뀌었고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에 올라와 있다. 사립학교와 언론사가 대상 기관에 추가된 건 국회 정무위에서다.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포함하는 게 온당한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포함하는 게 옳다는 쪽에서는 “둘 다 민간인이지만 사립학교는 국가의 재정지원에 학교 운영을 크게 의존하고 있으므로 공립학교나 다를 바 없고, 언론인은 공직자 못지않게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포함하는 게 옳다”고 주장해 왔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 민간인을 적용 대상에 넣는 것은 민간 영역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반박해 왔다. 그러던 차에 지난달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 후보자가 식사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자신이 김영란법 통과를 막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법안을) 통과시켜서 여러분들도 한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가서 '당신 말이야 시골에 있는 친척이 밥 먹었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합니까' 항변을 해봐. 당해봐"라며 "내가 이번에 통과 시켜버려야겠어"라고 말한 것이 녹취록을 통해 공개됐다. 이를 계기로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 언론인을 포함하느냐 마느냐가 새삼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됐다. 지난달 27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김영란법 찬성은 선(善), 반대는 악(惡)이라는 이분법에 빠져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 것도 이 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고민을 잘 보여준다.
자신과 관련된 문제가 되다 보니 우리나라 언론인들은 김영란법에 대해 ‘된다’ ‘안 된다’ 하고 똑 부러지게 입장을 밝히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일부 언론인이 칼럼 등을 통해 “우리가 무슨 공직자냐. 어디까지나 사기업에서 봉급을 받는 회사원일 뿐”이라면서 억울함을 털어놓는 게 고작이다. 이럴 경우에는 제3자인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를 참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김영란법’ 공청회에서 법학자, 변호사,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진술인들은 김영란법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선 공감했지만, 법 적용 실효성 등을 위해서는 정무위안의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진술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최대쟁점은 단연 법 적용범위였다.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공직자 영역에 포함시킬 수 있느냐를 놓고 진술인 6명 중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진술인들은 언론인을 포함하는 것에 신중을 기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민간영역인 언론인을 공무담임권이 있는 공직자와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있을지 따져야 하며, 만약 언론인을 포함할 경우 시민단체 등 공공성을 띤 다른 민간영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고, 언론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법 대상범위 확대에 따른 실효성 약화가 우려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언론사가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맞지만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등과는 지배구조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다 공공역할을 하는 의료계, 금융계, 시민단체 등에 비해 언론인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이 언론자유 침해나 민간사찰 등을 위한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전북대 송기춘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수사기관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법률 위반 혐의로 언론기관 내부의 자료를 압수하고 종사자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립강릉원주대 오경식 교수(법학과)도 “국가권력의 행사를 위해 경찰권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항시적으로 국민의 생활을 감시·통제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제공해 반국가사범이나 정적제거를 위해 악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어디까지를 언론기관으로 누구까지를 언론기관 종사자로 볼 것이냐는 문제도 이 공청회에서 제기됐다. 당초 공영방송인 KBS와 EBS에 적용키로 했다가 타 언론사와의 형평성 때문에 언론중재법에 따른 언론사로 법 적용범위가 확장됐지만, 언론중재법에서 규정한 언론사 범위는 1인 미디어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대형 언론사와 블로그 형태의 1인 미디어를 같은 잣대로 볼 수 있느냐, 언론사 종사자는 기자, PD 외에 어느 선까지로 규정할지도 논란거리다.
만약 언론사와 언론인이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포함되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광고·협찬 유치에 목을 매는 취약한 언론사, 특히 수많은 군소 인터넷 언론사들은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매일경제> 기고문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이후 생기기 시작한 인터넷 언론사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지난해 말 현재 5950개나 된다. 이들 인터넷 언론사는 거의 전적으로 기업으로부터 광고나 행사 협찬을 받아 회사를 운영하는데, 만약 이들이 유치하는 광고나 금전적 협찬에 김영란법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문제가 아주 복잡해진다. 언론사가 공갈성 기사를 근거로 기업에 광고 협찬이나 금품을 강요한다면 그 불법성을 따져 형사 처벌하면 그뿐이다. 그런데 공직자 부패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김영란법은 포괄적인 법 적용으로 광고·협찬까지 그 적법성을 세세히 따짐으로써 영세 언론사들의 존립근거를 위협할 수 있다. 김영란법 원안 통과는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들에게 ‘양날의 칼’이 될 소지가 있다. 119@breaknews.com
*필자/송철복. 언론인. 전 이데일리논설위원.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