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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조사업 법제도화 추진에 부치는 고언

탐정의 ‘업무범위 설정’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 될 수도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 기사입력 2015/03/23 [08:20]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에 거점을 두고 여러 나라를 무대로 민간조사업(사립탐정)을 하고 있는 H씨로 부터 고국 방문길에 민간조사제도 연구에 꼭 필요한 얘기를 해주고 싶다는 전화를 받고 서울 종로의 찻집에서 3시간 동안의 긴 대화를 가졌다. 그는 20여년 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하여 줄곧 탐정업을 영위하면서 텍사스와 그 인접지역의 한인 탐정 친목모임을 주도 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이기도 하여 가끔 우리나라에 들른다.

 

그는 한마디로 ‘한국에서도 사립탐정(민간조사원)이 곧 공인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고 했다. 사립탐정제도는 생활의 편익 수단으로 유용성이 지대(至大)함은 틀림없으나, 한국의 정ㆍ관ㆍ학계가 탐정역할의 복잡성(複雜性)을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면 어떤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고 있는지가 정말 걱정스러웠다는 것이었다.

 

▲ 김종식     ©브레이크뉴스

 

얘긴 즉, 탐정활동은 본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쥐도, 새도 모르게 은밀히 이루어 지는 활동인고로 다양한 사물(事物)을 접하게 되는 특질이 존재함에도 한국의 민간조사업법안 처럼 법률로 업무의 범위를 미리 정해 두고 ‘이것만 하라(접하라)’는 형태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우스운 꼴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ㆍ영국ㆍ호주ㆍ일본 등 대다수의 선진국에서는 탐정법에 업무의 범위를 아예 정하지 않는 대신 ‘최소한 해서는 않될 일’ 만을 제시하는 네거티브 형태의 입법을 취하고 있는 까닭도 바로 그런 점에 연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탐정의 일탈을 제어하는 실효적 방법은 ‘업무범위의 획정(劃定)’이 아닌 ‘탐정 선발과 퇴출의 엄격한 시행’이 그 답이 되고 있다는 생생한 상황 설명이었다. 물론 이는 사견일 수도 있으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이미 탐정을 직업화한 대개의 나라가 탐정에 대한 통제 방법으로 ‘업무 범위의 제한’보다 ‘엄격한 선발 기준과 과단성 있는 퇴출’에 방점을 두고 있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주(州)에서는 사실조사에 관한한 민간조사원의 업무로 폭넓게 허용하되, 철저한 신원조사를 통해 경범죄 위반이나 음주운전 경력자 또는 국가기관에서 파면ㆍ해임처분을 받은 사람 등도 탐정 부적격자로 분류하기도 하며, 대개 3년 주기로 면허를 재발급하는 과정에서 그 기간 중의 흠결을 따져 가차없이 퇴출시키는 방법으로 탐정업의 기강을 유지하고 있음이 그것이다.

 

사실 민간조사제도의 성패는 민간조사원과 소비자 간의 무분별한 의뢰와 수임 그리고 불법적 조사행태를 어떻게 차단하고, 제어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함에 이견(異見)이 없을 것이다. 이는 탐정을 실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합당한 업무범위’와 ‘건전한 탐정’이라는 두 가지의 성취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윤재옥 의원(경비업법 전부 개정법률안)과 송영근 의원 법안(민간조사업법안)은 공히 우량한 사람의 선발과 불량한 사람의 퇴출을 통한 성과 거양 방안보다 탐정의 업무범위 축소ㆍ제한을 통한 사회적 혼란 최소화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듯 외국의 경우와는 방책이 다름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어느쪽에 무게가 실려 있건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여건과 수단의 차이라 하겠다. 그러나 선진 외국의 탐정 통제 방법은 우리와는 달리 오랜 경험에서 도출된 산물임에 우리는 주목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런 저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동안 경험했던 일부 음성적 흥신업의 붑법ㆍ부당한 사생활 조사 행태가 공인 민간조사업으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와 개연성이 적지 않은 점, 국민생활에 탐정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아 사실조사 과정에서 변호사나 경찰 등 인접 직역(職域)과의 마찰이나 시민들의 이용상 혼란이 초래될 소지가 있는 점, 학술적으로 전문화된 양질의 탐정자원이 충분치 않은 점 등을 감안해 볼 때 시행 초기 사립탐정의 업무범위는 ‘할 수 있는 일’만을 제시하는 포지티브형 입법이 국민정서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처음부터 업무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제도도입 본래의 취지를 거양키 어려울 것임으로 최소한 ’가출인 등 실종자 찾기’ ‘인적ㆍ물적 피해원인 확인’ ‘보험금 부당청구 탐지’ ‘산업기밀 유출 및 지적재산권 침해 첩보수집’ ‘소송당사자의 요청에 따른 증거수집’ 등은 업무에 우선적으로 포함됨이 바람직해 보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업무범위를 하나 더 빼고 줄이는 소극적(방어적) 방편에 대한 고민 보다 엄격한 적격자 선발과 불량탐정 용서 없는 퇴출이라는 적극적(공격적) 수단의 강구가 중ㆍ장기적으로는 제도의 안정과 업태의 건전성 도모에 기여하는바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이다. kjs00112@hanmail.net

 

*필자/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헤럴드경제 민간조사학술전문화과정 주임교수, 한국산업교육원 교수, 경찰학⋅경호학⋅민간조사학 등 강의 10년, 법무부 및 경찰청 정책 평가단, 전 용인⋅평택 정보계장(경감, 정보업무 20년), 민간조사학⋅경찰학⋅경호학⋅정보론⋅선거론 등의 저서가 있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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