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로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이 옳았음을 강조해 온 홍준표 경남지사가 ‘미국 출장 골프 사태’의 후폭풍에 휘말려 비틀거리고 있는 모양새다. 홍 지사가 이달 말 전북도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할 예정이었던 특강이 취소됐는가 하면,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에게서는 “사퇴하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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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오는 31일로 예정됐던 홍 지사의 공무원 대상 특강이 취소된 것은 “지금 상황이 시끄럽고 좋지 않아”(한민희 전북도청 공보과장)서다. 한 과장은 25일 “지금 상황이 시끄럽고 좋지 않아 경남도청과 사전에 협의해 (홍 지사 특별 강연) 계획을 취소했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경남도청도 이날 “전북도청과 협의해 홍 지사의 전북도청 특강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최근 전북지역에선 ‘경남발 무상급식 중단 사태’와 ‘미국 출장 골프 사태’ 등으로 홍 지사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세자 홍 지사의 특강을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고 한다.
‘쓴 소리의 달인’으로 불리는 서영교 원내 대변인(서울 중랑 갑)은 홍 지사의 미국 출장 중 골프 논란과 관련해 "학부모들이 낸 세금,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이런 일을 하게 된 홍준표 지사를 소환하고 (홍 지사는)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서 의원은 24일 오전 원내대책회의 발언을 통해 "홍 지사 정말 가관이다. 미국 가서 호화골프 즐겼다. 그런데 경남도청 공무원이 '문제 될 게 없다, 사실상 휴일이고 돈을 홍 지사가 400달러 냈다'고 말했다. 이 경남도 공무원부터 해임해야 한다"며 "문제 될 게 없다니, 부모 가슴이 터지는데 자신은 호화골프 즐기고, 김해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오는 그 시간이 피곤하다며 비즈니스석 탔다는 홍 지사. 이 정도면 도지사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 공무원들 전부 다 해임·파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홍 지사는 무상급식 중단 덕분에 정치적으로 재미를 봤다. 한국갤럽이 3월 17~19일 전국 성인 1002명에게 홍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과 관련한 견해를 조사한 결과, 49%가 '잘한 일', 37%가 '잘못한 일'이라고 답했다. ‘잘했다’가 ‘잘못했다’보다 12% 포인트 많다. 이런 여론을 반영한 듯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3월 3주차(16~20일) 주간집계에서 홍준표 지사의 지지율이 3주 연속 상승하며 8위에서 6위로 두 계단 뛰어올랐다.
그렇지만 안 내던 급식비를 다음 달부터 내야하는 처지에 놓인 경남도민 10명 중 6명은 홍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14~15일 경남도민 1022명을 대상으로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중단에 대해 물은 결과 ‘잘한 결정’이란 응답은 32.0%였고, ‘잘못한 결정’이란 응답은 59.7%로 근 두 배에 달했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와 경남 단위 여론조사의 이처럼 상반된 결과는 평소 홍 지사가 무상급식 중단 배경과 관련해 비록 경남도민에게 욕을 먹더라도 올바른 일이라면 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것을 떠올리게 한다. 비록 작은 판에서 약간 손해를 볼지언정 큰 판에서 크게 이득을 보겠다는 홍 지사의 원려(遠慮)가 톡톡히 효과를 본 셈이다.
문제는 홍지사가 무상급식 중단으로 딴 점수를 해외 출장 골프로 까먹고 있다는 것이다. 홍 지사가 지난 20일 미국 출장 중 경남도 해외통상자문관인 재미교포 현지사업가와 그의 동서, 그리고 자신의 부인과 골프를 친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경남도는 “사실상 주말과 같은 금요일 오후의 비공식 일정이었고 공무원 복무규정에도 어긋나지 않았는데 사실을 매도하는 건 유감스럽다”는 입장이지만 ‘평일 골프’에 대한 비난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6조는 ‘출장 공무원은…사적인 일을 위해 시간을 소비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9조에는 ‘공무원의 1일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라고 돼 있다. 출장 중이어도 평일 오후 6시 이전의 사적인 골프는 엄격히 따지면 공무원 복무규정 위반이다. 금요일은 한국에서는 평일이며 홍 지사는 한국 공무원이다.
백보를 양보해 홍 지사가 골프를 친 시간이 미국에서 ‘사실상 주말’인 금요일 오후고, 골프 비용도 자신이 부담했으므로 크게 문제 삼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홍 지사는 취임 며칠 후인 2012년 12월 31일 도청간부들과의 첫 간담회에서 “운동 자체는 상관하지 않겠다. 다만 누구와 치느냐가 중요하며 업자와의 골프는 절대 안 된다”라고 골프와 관련해 내린 엄명이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오고 있다.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는 홍 지사의 최근 어록을 골프에 대입하면 ‘미국은 투자 유치하러 가는 곳이지 골프 치러 가는 곳이 아니다’가 되기 때문이다.
홍 지사가 ‘아이들 급식 문제’로 최근 벌어놓은 점수를 ‘어른들 골프 문제’로 얼마나 까먹을지 관심거리다.koreamedianow@hanmail.net
*필자/고진현. 언론인.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