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주요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종료됐다. 이번 주총에서도 매년 그렇듯이 총수들의 과도한 ‘사내이사 겸직’이 뜨거운 감자다. 총수 일가는 매번 책임경영 강화를 내세우며 겸직을 강행하지만,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훼손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내이사가 총수 일가로 채워지면 이사회 안에서 총수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져 총수에 의한 독단경영 위험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요 기업들의 권력형 사외이사 모시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거수기’ ‘방패막이용’이라는 지적을 넘어 정경유착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까지 더해지고 있다. <편집자주>
‘독단경영’ 우려 높아지는 오너가의 문어발 사내이사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모든 건 총수 뜻대로 찬성”
[주간현대=김유림 기자] 총수 일가의 권한과 지배력이 막강한 우리나라 기업현실에서는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능력과 독립성이 중요하다. 때문에 총수 일가의 과도한 사내이사 겸직 문제는 주주총회 때마다 매번 이슈가 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주주권 행사를 독려하고 있지만 롯데, 아모레퍼시픽 등은 과도한 겸직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주총회에서총수 일가가 사내이사로 재선임돼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다.
오너가, 과도한 사내이사 겸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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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3세인 신 회장은 롯데쇼핑 외에 롯데제과, 부산롯데호텔, 호텔롯데, 롯데건설, 롯데상사, 롯데알미늄, 대홍기획 등의 사내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 같은 과도한 겸직은 충실한 의무 수행이 어렵다는 게 서스틴베스트의 판단이다.
이번 신 회장의 롯데쇼핑 재선임과 관련해 총수 일가의 이사회 내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쇼핑은 신 회장의 재선임으로 인해 전체 사내이사의 60%를 총수 일가가 차지하고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이 저해될 우려가 높다.
뿐만 아니라 신 회장은 롯데쇼핑 사내이사 ‘적격성’ 논란도 일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07년 롯데쇼핑 등기이사로 재직 당시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에 롯데시네마의 매점사업권을 위탁해 부당지원 행위를 한 바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2000만원을 부과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회사의 대표이사의 경우 다른 이사들보다 더 많은 의무와 책임이 필요하다”며 “대표이사를 포함해 3개 이상의 등기이사를 겸하고 있는 경우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의 과도한 겸직에 대해 롯데그룹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격호 회장은 건강상의 문제가 전혀 없고, 여전히 실무를 보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아모레퍼시픽도 정기 주주총회에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지난 3월10일 서스틴베스트가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대표이사,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등 계열사 2곳의 사내이사, 대한화장품협회의 등기이사로 재직 중으로 과도한 겸임을 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실제 주총에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재선임됐다”며 “서 회장의 겸직은 법적으로 결격사유가 없다”고 말했다.
총수의 과도한 겸직에 대해 일반적으로 그룹 측은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총수가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도 이사를 맡지 않아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다’라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그렇다고 총수들이 과도하게 겸직을 하면서까지 이사회에 들어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총수 일가의 독단적인 경영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결국 주주들이 입게 되는 만큼 진정한 책임경영을 위해서는 과도한 사내이사 겸직보다는 핵심 계열사에서 경영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형 사외이사 모시기
지난 3월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10대 그룹이 올해 주총에서 신규·재선임하는 사외이사 119명 가운데 39.5% 47명이 장·차관, 판·검사,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력기관 출신 비중은 지난해 39.7%(50명)와 비슷했다.
국내 재벌그룹은 총수 일가의 과도한 사내이사 겸직뿐 아니라 ‘거수기’ 역할을 하는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 모시기도 매년 논란이 되고 있다. ‘거수기’는 회의에서 찬반 투표 때 무조건 찬성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제대로 된 감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사외이사를 비꼬는 말이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는 회사 경영진에 속하지 않고 총수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기업들은 전문성보다는 고위 공직자나 검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의 사외이사를 영입해 경영진 의견에 무조건 찬성하는 ‘거수기용’ 또는 노골적으로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있어 사외이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못하다.
실제로 지난해 9월26일 열린 현대자동차 이사회는 현대차가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감정가의 3배인 10조5500억원에 매입하는 것을 승인해, 석 달간 주가가 20% 가까이 폭락했고 많은 주주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사외이사가 ‘거수기용’이라는 지적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다 보니 권력과 재벌이 상부상조하는 시스템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사외이사 제도를 없애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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