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무특보가 내정 발표 한 달여 만인 지난 3월24일 드디어 활동을 시작했다. 여당 친박계 실세 의원 ‘3인방’ 김재원·윤상현·주호영 의원으로 구성된 정무특보단의 첫 공식 활동은 비공개 특보단 회의였다. 명칭에 어울리지 않는 맥빠진 출발이었다. 현직 의원 신분으로 청와대 직책을 겸하는 것이 ‘삼권분립’을 명시한 헌법과 ‘의원 겸직 금지’를 규정한 국회법에 저촉된다는 논란을 다분히 의식한 행보다. 정무특보들은 당분간 이름은 있지만 활동은 제한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주>
청와대 방문 회의로 본격적인 활동 개시한 정무특보
반발커지는 정치권…위헌논란에 ‘친박산성’ 비판까지
행정부 견제해야 할 국회의원…3권분립 원칙 훼손돼
겸직 심사 돌입한 국회…칼자루 쥔 정의화 국회의장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24일 청와대에서 정무특보인 새누리당 주호영(55)·윤상현(53) 의원 등 ‘특별보좌관’을 소집해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또 다른 정무특보인 김재원 의원(51)은 해외출장으로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배석자는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이었다.
정무특보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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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논의를 했다고 전해진다. 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공무원연금 개혁 등에 대한 협조와 해킹문제까지 화두로 다뤄졌다. 즉, 각 분야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보안전문가인 임종인 안보특보와 토론도 벌였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노동시장과 공무원연금 등 개혁과제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보들은 한 분씩 돌아가면서 자신이 속한 전문분야의 입장과 관점에서 여러 가지 말을 했다”며 “대통령은 특보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건의사항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 참석자는 “박 대통령은 서너 번쯤 정책문제나 국회에 계류된 법안 등에 대해서 ‘국민과 같이 가야 한다’는 얘기를 같이 했다”며 “여야 합의도 중요하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른바 공무원연금 개혁 같은 것도 공무원을 너무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며 “공무원들의 마음도 잘 위무해주면서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균형점을 찾으라고 몇 번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인터넷 해킹문제, 이런 것까지도 논의가 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통화내용을 해킹했다는 주장까지 나온 점 등에 대해 논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참석자는 “소통은 만점이었다”면서 “우리를 상당히 정중하게 우대해주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첫 회의인 만큼 특보단 회의의 정례화 문제도 함께 논의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탓에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회의 말미에 “앞으로 가끔 봅시다”라고 말했다. 특보단 회의 정례화 여부에 관해 한 참석자는 “현재 방침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며 “절차상의 문제(정무특보 국회의원 겸임문제)가 정리될 경우에 특보단 회의를 정기로 할 것인지, 수석비서관회의와 같이 할 것인지 대통령이 결정할 것 같다”고 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특보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했지만 비공개 회의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회의는 지난 2월27일 정무특보단 인선 발표 이후 처음 열렸으며 이보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는 특보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특보단을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시키지 않고 별도의 회의를 가진 것은 여당 현역 의원인 탓에 겸직 논란이 제기됐던 정무특보들이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지적 등이 나온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당초 관심사는 이날 오전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 특보단이 참석할지 여부였다. 정무특보가 청와대 내부 회의에 들어갈 경우 ‘행정부 견제를 해야 할 국회의원이 이래도 되느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반면 회의에 불참할 경우 ‘특보 무용론’이 불거진다. 결국 특보들은 수석비서관회의에 들어가지 않았다. 앞서 청와대가 지난 1월 말 민정·안보 등 특보 명단을 발표한 이후 이들을 3차례나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시켰던 것과 대비된다. 정무특보 임명 취소를 요구하는 헌법소원까지 제기된 마당에 박 대통령과 정무특보가 나란히 앉아 회의하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면 논란이 확대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발하는 정치권
야권은 지속적으로 김재원·윤상현·주호영 의원으로 이뤄진 정무특보를 반대해 왔다. 야당은 지난 3월16일 박근혜 대통령이 현직 국회의원 3명을 정무특보로 임명한 데 대해 “대통령 주변에 ‘친박산성’을 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회와 소통하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국회를 감시하고 관리하겠다는 뜻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소통을 이야기하며 정무특보를 임명했지만, 이것은 불통의 표시일 뿐”이라고 말했다. 서 원내대변인은 “현직 국회의원의 정무특보단 내정은 위헌적이며 국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불거졌고, 윤리심사자문위가 겸직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윤리심사자문위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은 초법적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서 대변인은 “특히 의원 한명 한명은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입법기관”이라며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특별보조관이 된다면 상임위 국감이나 인사검증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과 윤상현 정무특보가 외통위원 자격으로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데 대해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를 대통령의 ‘참모’가 검증하는 코미디 같은 장면이 벌어졌다”는 언론보도를 소개하고 “‘친박’ 일색의 특보단 임명은 ‘청와대 마이웨이’만 가속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김제남 원내대변인도 “소통을 위해 임명한다는 정무특보조차 위헌, 겸직금지 등의 논란이 있음에도 위촉을 강행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불통 독선 정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우리 헌법 체계상 현역 국회의원의 내각 임명은 어느 정도 용인되어 왔다”면서도 “대통령 특보는 말 그대로 대통령의 손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행정부의 견제, 감시라는 국회의원의 기본 책무를 내려놓는 것”이라고 국회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더군다나 친박 측근으로 이뤄진 정무특보가 도대체 어떤 소통을 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소통을 핑계로 국회 내 갈등만 키우고 여당에 대한 장악력만 높이려는 시도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한 뒤 윤리심사자문위를 향해 “보다 엄정한 판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무특보 3인방은 야권 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정무특보가 정치권의 소통을 목적으로 신설됐으나 사실상 친박계와의 일방적인 소통 아니냐는 지적에서다.
정무특보 인선 자체가 소통의 주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여권에 따르면 김재원·윤상현 의원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호영 의원은 이완구 국무총리가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김·윤 두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으면서 김 전 실장과 긴밀히 소통했고 주 의원은 이완구 총리가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을 때 정책위의장으로 손발을 맞춘 바 있다. 전임 비서실장과 전임 원내대표의 소통에 맞춘 인선인 셈이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여당인 새누리당과의 소통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등 지도부와 하는 것이 맞고 정무특보는 야권과의 소통에 방향을 맞춰 인선했어야 했다”며 “정무수석이나 홍보수석이 할 역할을 빼앗아 정무특보에 줄 수도 없고 정무특보들도 역할 자체가 붕 뜨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3월18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내각의 3분의 1도 현역으로 채워놓고 현역의원 3명을 정무특보로 임명해놓으면 청와대가 정부 안에 당을 또 하나 만들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3권분립’ 훼손
이 같은 정치권의 반발에 한발 물러난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수석비서관회의에 출석은 언제든 개시될 가능성이 높다. 특보단의 수석비서관회의 참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으로 지난 1월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특보단의 역할과 함께 언급된 부분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신임 특보들에게 “특보단은 각 수석들과 긴밀하게 협조를 해서 국정운영이 보다 원활해지고, 또 국민들의 소리도 다양하게 들어서 어려운 점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면서 “격주로 열리는 수석비서관회의에 가능한 한 참석해 국정에 의견을 개진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3권분립’과 관련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정부특보단의 향후 수석비서관회의 참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의원인 주호영·윤상현·김재원 특보가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참모 회의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3권분립’ 원칙의 훼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독립적 헌법기관으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의원이 감시의 대상인 대통령을 특별 보좌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 3월11일 국회 외교통일위에서 열린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윤상현 정무특보가 외통위원 자격으로 참석하자, 정치권 일각에선 “3권분립의 원칙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지난 3월16일 이들 특보단에 대한 위촉장까지 수여하자, 일부 야권의원들은 ‘3권분립’의 정통성을 상실한 특보의원들에게 협조할 수 없다면서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또한 현역 의원의 특보단 활동은 국회법의 ‘겸직불가’ 규정에도 어긋난다는 논란을 빚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현역 의원은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외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 다만 공익목적의 명예직의 경우 국회의장이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의견을 청취한 뒤 겸직을 허용할 수 있다.
칼자루 쥔 국회의장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정무특보들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겸직신고서를 제출함에 따라 1개월간의 일정으로 심사에 들어가 4월 중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3권분립·겸직 논란과 관련, 친박계 여권 관계자는 “어차피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서 판단할 문제”라면서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자문위가 여야 각각 추천 외부전문가 4명, 총 8명으로 구성, 사실상 정 의장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어서 ‘3권분립·겸직논란’에 대해 정 의장이 져야 할 정치적 부담감이 크다는 사실이다.
결국 ‘3인방’에 청와대 정무특보직 유지 여부를 가르는 칼자루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쥐고 있다. 국회법은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이외 겸직을 허용하지 않지만 ‘공익목적의 명예직’ 등은 예외로 두고 있다. 정 의장이 정무특보를 ‘공익목적·명예직’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3인방 의원’들은 특보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일단 정의화 의장은 정무특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지난 3월24일 현역의원의 정무특보 겸직 논란에 대해 “국회의원이 행정부 수반의 보좌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에 어폐가 있지 않은가”라며 입장을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견지역언론인 모임인 세종포럼 초청토론회에서 대통령의 현직 국회의원 운용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 의장은 “참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 의견이 오면 그걸 가지고 판단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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