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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지 못해 농사일과 대나무 공예로 평생을 보냈다. 한글을 읽고 쓸 정도다. 태어난 동네를 빙빙 도는 것으로 인생을 다 보냈다. 아들아, 넌 기회가 되면 온 세상을 돌아 다녀 보거라!
◯…봄이 오면 볍씨 뿌려 못자리 만들고, 때가 되면 모내기 하고, 여름이면 벼가 자라고, 가을이면 수확을 했다. 그런 농사꾼 생활은 해마다 되풀이 됐다. 너희들 7남매 굶기지 않은 것만 해도 뿌듯한 인생이라고 자부했다. 그걸 인생의 행복으로 알았다. 인생 길지 않으니 게으르지 말라. 씨 뿌릴 때가 있으면 반드시 거둘 때가 있다.
◯…난 하루도 술을 마시지 않는 날이 없었다. 막걸리에 취한 채 살았다. 술 마시고 잔소리하고 너희 엄마에 손찌검하고 너희들 때린 생각이 난다. 밥상을 둘러엎는 일도 했었다. 뒤돌아보니 나는 나쁜 아버지였다. 죽음이 임박하니 그런 내 인생, 후회만 남는다. 너희들 울음소리가 내 귀에 쟁쟁하다. 미안하다. 아들아, 너는 누구에게든 폭력을 쓰지 마라. 폭언도 하지마라.
◯…농사꾼으로 살다 가는 나에게 무엇이 남아있겠냐?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돌아간다. 태어나 책 한권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삶이었다. 그러나 자연에서 지혜를 배웠다. 자연이 내 스승이었다. 자연에 지혜가 담겨 있다. 자연 속에 시가 있다. 절대 자연을 거슬리지 말거라.
◯…농사꾼으로 평생 낫질과 지게 지는 것으로 살았다. 낫질도 잘해야 되고 지게질도 잘 했야만 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진 지게를 지고 가다 힘들면, 힘에 부치면, 작대기로 지게를 세우고 쉬었다가곤 했다. 찹쌀은 너무 익으면 낫질 할 때 우수수 떨어진다. 매사엔 때가 있다. 아들아, 살면서 힘이 들면 쉬었다 가고, 때가 올 땐 그 때를 놓치지 마라. 어찌 생각하면, 인생은 길기도하고 짧기도 하다.
◯…감을 먹을 때가 있다. 떫은 감은 입에 안 맞지만, 단 홍시는 입 안에서 녹는다. 사람인들 감과 무엇이 다르겠냐? 누구에게나 홍시 같은 사람이 되거라. 밥을 할 때 쌀에 돌이 섞이면 쌀 전체를 물에 담가 쌀을 먼저 가려낸다. 가벼운 쌀은 물과 함께 씻겨 내려지고 나중엔 돌만 남게 된다. 남에게, 쌀에 들어있는 돌 같은 사람이 되지 마라.
◯…해마다 음력 정월이면 마을 집집을 돌아다니며, 막걸리 거나하게 마시고 꽹과리를 신명나게 쳐댔다. 마을의 모든 집안이 잘 되라고 지신을 밟은 거지. 고향을 떠나 객지로 나가 고생하며 살아갈 아들 딸들 모두 잘 되라는 것이었겠지. 아들아, 객지에서 부디 고향을 욕 먹이지 말고 잘 되거라.
◯…눈에 보이는 마을 앞 들판이 내 가슴의 전부였다. 내 희망이자 숨구멍이었다. 논두렁을 걷고 또 걸었다. 허구 헌 날 걸어도 질리지 않았다. 그곳이 내 희망의 전부였으니까. 아들아, 너도 가슴 속에 늘 그런 들판 하나쯤은 꼭 가지고 있거라.
◯…사는 게 별거더냐?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최고지. 어디 살든지 네 맘 하나 마음 잘 다스리고 살아라. 그리고 나처럼 술에 취해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 깨인 정신으로 살아가라! 아들아, 이 세상에 왔다가 가장 가까이 만난 부자지간 인연으로 하나만 당부한다! 제발 하루를 살더라도 찡그리며 살지 말라. 웃으며 살아라! 유머-웃음을 잃지 마라!
이상은 세상을 떠나간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생전의 아버지가 나에게 남긴 유언을 정리한 글이다. 아래는 필자가 부모를 회상하면서 쓴 시이다.
자책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아버지 어머니에게
아무 것도 해드리지 못했다.
가진 게 없어
마음마저 가난해
정신적으로 외톨이라서
따뜻한 말 한마디 올리지 못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고
사는 게 풍요롭지 않아
늘 빈손
가슴이 아리고
더러 숨쉬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런 과거와 현실만이
덩그러니 남아
내가 나를 자책한다.
지난 세월을 펼쳐보니
적어도 부모에겐 형편없는 놈이었다.
*웃음종교 교인 여러분! 더불어서 웃음종교 주기도문을 낭송합시다. “마음 놓고 웃으며, 기쁜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자! 하하하... moonilsuk@korea.com
*필자/문일석. 웃음종교 교주. “웃음은 공짜다, 맘대로 웃어라!”의 저자.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