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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 굴곡진 인생사

손성은 기자 | 기사입력 2015/04/09 [10:32]

[주간현대=손성은 기자] 지난 4월3일 한 때 국내 주류업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진로그룹의 마지막 수장 장진호 전 회장이 해외 도피 생활 중 이역만리 중국 땅에서 사망했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향년 63세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그룹 와해 과정에서 불거진 사기대출과 비자금 횡령 등의 의혹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그는 2000년대 중반 해외도피 길에 올라 재기를 모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장 전 회장은 자신의 마지막 꿈을 이루지 못하고 10여 년간의 방랑 생활 도중 타국에서 생을 마치게 됐다.

장 전 회장은 진로그룹의 흥망성쇠를 한눈에 보여주는 인물이다. 진로그룹의 모태는 지난 1924년 평남 용강에 설립된 ‘진천양조상회’. 설립자는 고 장학엽 회장으로 잔 전 회장의 부친이다. 본래 이북에서 시작된 주류 사업이었지만, 지난 1951년 장 전 회장 일가는 부산으로 내려왔고 기존 상호를 ‘부산동화양조’로 바꾸고 ‘금련’이라는 소주를 생산하면서 기틀을 다져나갔다.

장 전 회장 일가가 남한에 정착한 이후 진로그룹의 신화가 시작됐다. 지난 1954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서광주조’를 설립해 전국적인 영업을 시작했고, 이 당시에 ‘진로 소주’의 상징인 두꺼비가 탄생했다. 그리고 지난 1975년 진로 상호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진로 소주’는 국내 소주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로 올라섰고, 이후 그야말로 주류 업계를 점령했다.

진로의 전성기가 시작되고 있을 무렵인 1970년대 중후반 창업주 장학엽 회장의 아들인 장 전 회장이 진로에 입사했다. 이후 약 7년간의 경영 수업을 받은 장 전 회장은 지난 1988년 선친의 뒤를 이어 진로의 제2대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장 전 회장의 노선은 선친이자 1대 회장이었던 장학엽 회장과는 달랐다. 진로가 소주 사업에 전념해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이용, 사세 확장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서울 서초동 본산 인근 아크리스 백화점을 개장하며 종합유통사업에 나서고, 전선, 제약, 종합식품, 건설, 금융, 유선방송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다. 소주 생산 기업인 진로의 종합그룹으로의 변신을 시도했던 것.

장 전 회장의 종합그룹 변신 시도는 일단 성공적이었다. 사업 다각화 시도를 통해 진로그룹은 한때 20개가 넘은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고, 재계 순위 역시 20위 권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업 다각화 시도가 악재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도래로 진로그룹은 와해되고 말았다. 1997년 진로그룹은 법정관리와 화의신청 및 부도를 냈다. 1998년 3월 진로그룹의 핵심 계열사 (주)진로와 (주)진로종합식품 등 6개 계열사가 서울지방법원과 대법원이 법정관리와 화의신청개시에 대한 인가를 명령받았다.

1999년 12월 진로의 맥주사업부문 진로쿠어스맥주가 OB맥주에 매각, 2000년 2월 위스키사업부문 진로발렌타인스가 프랑스 위스키업체 페르노리카사에 매각, 2003년 1월 진로의 한국증권거래소(현 증권선물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를 당했다. 그리고 2004년 4월 회사정리가 시작됐고, 이듬해인 2005년 7월 진로는 하이트맥주에 인수됐다.

이처럼 그룹이 와해되는 과정에서 장 전 회장은 2004년 10월 수천억원에 이르는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횡령 등으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를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장 전 회장은 지난 1994년부터 1997년 사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진로건설 등 4개 계열사에 이사회 승인 없이 6300억원을 부당지원하고,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에서 5500억원을 사기대출받은 혐의 등을 적용받았다.

2005년 10월 집행유예 기간 중이던 장 전 회장은 해외도피를 선택했다. 진로의 대주주였던 장 전 회장은 법원의 정리계획 인가로 인해 보유 지분 전량을 잃었고, 재산 역시 가압류 됐다. 모든 것을 잃은 장 전 회장은 재기를 시도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해외 도피를 선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든 것을 잃은 장 전 회장은 캄보디아와 중국 등지를 전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피 생활을 하던 가운데에도 장 전 회장은 재기의 길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 부동산 개발 회사, 카지노 등을 운영하며 재기를 시도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지난 2013년에는 옛 진로그룹 임원을 기업 회생을 위해 마련한 거액을 횡령했다며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약 10여 년간의 도피 생활로 인해 장 전 회장은 심신이 지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언론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은 사망 전날인 지난 4월2일 밤늦게 한국의 한 지인에게 만취 상태로 “힘들고 괴롭다”라는 말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장 전 회장은 평소 지인들에게 자신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점이 많다고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son25@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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