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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국민의 정치개혁이 시작돼야 한다!

곪고 곪은 정치적 관행 정치인들의 손으로는 개혁할 수 없다!

권오중 박사 | 기사입력 2015/04/13 [15:44]

2003년 6월 5일 독일의 유력 정치인 ‘묄레만’(Jürgen Möllemann)이 스카이다이빙을 하다가 낙하산을 펴지 않아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평소 그는 스카이다이빙을 즐겼으며, 선거운동을 할 때도 낙하산에 자민당(FDP)로고를 달고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등, 스카이다이빙에는 경험이 많은 전문가였다. 낙하산이 불량이어서 펴지지 않았는지, 아니면 일부러 낙하산을 펴지 않았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묄레만’의 사망으로 독일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다.

 

▲ 권오중     ©브레이크뉴스

 

1945년생인 그는 부르주아 정당인 자민당에서 좌성향을 띤 정치인으로서 사망 2002년 6월 6일까지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의 자민당 대표이기도 했으며, 기민-자민 연립정권에서 외무부차관(1982.10~1987.3), ‘교육경제장관’(1987.3~1991.1), ‘경제기술장관’(1991.1~1993.1) 등을 지냈던 화려한 경력과 대중적인 인기를 갖춘 정치인이었다. 그런데 화려하기만 했던 그의 정치 역정에 두 차례의 위기가 있었다. 첫 번째 위기는 모기업에 자신의 처조카와 관련된 청탁편지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그는 1993년 1월에 ‘경제기술장관직’에서 사임하고 말았다.

 

그리고 두 번째가 정치자금 불법처리 사건이었다. 2002년 9월~10월 사이에 그가 약 840,000 유로 (한화 약 10억원)의 정치헌금을 불법적으로 처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2003년에 들어오면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그가 스카이다이빙을 통해 자살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추측이다. 그는 부르주아 정당 내에서 좌파적 정책을 추진했던 인물이었기에 노동자 층 유권자가 많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의 자민당을 이끌 수 있었으며, 독일 국민에게 극보수적인 정당의 이미지를 많이 개선시키는 역할을 했던 인물이었다. 그랬던 그가 정치자금의 불법처리 문제가 드러나자 선택할 수 있었던 방법은 하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필자는 당시에 이 사건을 접하면서 ‘돈 10억원’에 유력 정치인이 죽음으로써 사죄할 수 밖에 없었던 독일의 사회분위기가 부럽기까지 했다. ‘묄레만’이 두려워했던 것은 자기를 정치적으로 매장시키려했던 기민당과 자민당의 정치인들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가 정말로 두려워했던 것은 독일 국민의 비난이었을 것이다.

 

최근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된 정치자금 스캔들이 터졌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은 정치자금과 관련된 정당하지 않은 거래들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만 드러난 액수를 놓고 볼 때 오히려 지난 과거에 있었던 정치자금 스캔들에 비해서 별로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사건도 역대 다른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그 뿌리를 파헤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이전의 사건들의 경우에도 지금까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는 단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스캔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선,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라는 우리나라 정치제도에 있다.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는 것은 대통령 자신과 그 주변 소수에 의한 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정부와 관련된 모든 인사권을 대통령 한 사람이 갖고 있다는 사실만 갖고도 권력이 집중이 심각한 부정과 부패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기업이나 정치인이나 독재권력에 줄을 대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돈거래’가 자연스러운 관행이 되었다. 이러한 관행에 대해선 비단 청와대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뿐만이 아니라, 여야를 불문한 우리나라 정치권 모두가 반성해야만 한다.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우리는 수 많은 정당들을 경험했다. 그런데 이들은 이름만 바뀌었을 뿐, 정당들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된 채 70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대한민국의 정당은 여-야를 막론하고 ‘한민당’이라는 뿌리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한민당’은 일제 강점기 시절에 친일 지주들의 정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해방 후 잠시 조용히 있다가 ‘반탁운동’에 편승하여 재빨리 ‘친미’로 성향을 세탁하면서 정치권에 등장했던 집단이었다. 그리고 국내 정치기반이 약했던 이승만 전 대통령에 의지하여 ‘자유당’으로 다시 신분세탁을 하였고, ‘반민특위’등을 무력화시켜 자신들의 과거를 덮어버렸다. 대한민국 정치의 잘못된 출발은 바로 ‘반민특위’의 실패로 인한 친일세력을 청산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주도권을 다시 주었다는 점에 있다.

 

이후 ‘자유당’은 친 이승만과 반 이승만 세력으로 나뉘면서, 자유당과 민주당으로 나누어졌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지냈던 윤보선, 김영삼, 김대중 그리고 내각수반을 했던 장면 등... 많은 유력 정치인들이 자유당과 민주당을 거쳐 온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60년대 이후 다시 지역주의를 자극하면서, 지역에 기초한 정당으로 변모되어 가면서, 이들의 친일전력은 완전히 세탁될 수 있었다. 오늘날 보수니 진보니 왈가왈부하는 정치인들의 뿌리는 바로 ‘한민당’이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듯하다. 결국 일제강점기 당시에 목숨 걸고 독립운동을 했던 지사들에게 돌아갈 자리는 정작 독립된 한국에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제왕적 대통령의 시초였던 이승만 대통령을 자유당이 북한식 표현으로 ‘결사옹위’했던 이유는 대통령 독재만이 자신들의 친일과거를 덮어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제도는 출발부터 대통령 자신보다도 그 권력에 기생하는 집단에게 더 필요했던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대통령 측근비리의 원인이다. 우리는 70년 가까이 그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완전히 세뇌되어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 못하고 독재를 민주주의로 착각하는 국민이 되어버렸다. 여기에 바로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두 번째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절대 아니고,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 ‘묄레만’의 사건에서처럼 정치인이 국민을 두려워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국민이 정치인을 두려워한다고 할 수 있다. ‘묄레만’은 자신에 대한 수사가 시작하자마자 ‘자살’이라는 결단을 내렸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무조건 아니라고 부정하고, 정치권의 힘으로 무죄나 감형을 받으려 해왔고, 후안무치하게도 또다시 총선 등 선출직에 출마해왔다. 그리고 우리 국민은 그것을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묵인해 주어왔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도 정치권의 만연한 부정부패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라면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성완종 회장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먼저 스스로의 잘못이 있다면, ‘묄레만’처럼 극단적 선택은 아니더라도, 자진해서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것이 마땅하다. 성완종 회장의 자살사건에서 피해자는 그분 자신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번 사건으로 조사를 받게 될 정치인들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최종적인 피해자는 바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러한 부패한 정치인들에게 권력을 위탁해서 돌아오는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들여야만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의 부정부패를 용납해선 안 된다. 대통령도 자신이 믿는 대상이 측근들인지, 아니면 대한민국 국민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개혁은 정치인들의 밥그릇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되면 절대로 안 될 것이며, 대한민국 국민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권력의 집중을 막는 개혁이어야 한다.

 

정치권과 국민이 모두 변화하지 못한다면, 우선 국민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 단지 정치제도만을 변경한다고 해도 우리 스스로의 의식이 개혁되지 못한다면, 그래서 부정부패 전력자, 전과자, 군기피자, 매관매직을 하는 자 그리고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하는 자들을 총선이나 대선에서 단지 소속정당이나 그 개인의 이력만을 보고 다시 지지해 준다면, 우리나라에서 정치개혁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오늘날 터지고 있는 곪고 곪은 정치적 관행들은 정치인들의 손으로는 절대로 개혁할 수 없다. 국민이 나서서 그들을 심판할 수 있어야 개혁은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diakonie@naver.com

 

*필자/권오중.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 (Philipps- Universitaet Marburg) 철학박사 (현대사/정치학 전공). 서울대학교 교육종합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임. 민주평통 정치외교분과 상임위원 역임. 한국외대 등 다수 대학 출강. 현재 사단법인 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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