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궐선거에서 야권 분열로 ‘어부지리 승리’를 기대했던 새누리당이 8명의 여권 거물급 인사들이 연루되어 있는 ‘성완종 리스트’로 대패 위기에 빠졌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4월16일 세월호 참사 1주년 국면에서 ‘정권심판론’을 꺼내들며 공세의 수위를 올리는 상태다. 하지만 ‘정권심판론’ 자체가 지난 선거들에서 ‘보수층 결집’현상으로 나타난 것을 볼 때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어 대응 수위를 정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편집자 주>
지역 일꾼론 강조하며 위기돌파 나서는 ‘새누리당’
정권 심판론 꺼냈지만 수위 조절하는 ‘새정치연합’
보수층 결집 가능성 높아…지역별 맞춤 유세 시작
투표율 낮고 조직싸움하는 특성상 파장력 적을 것
[주간현대=김범준 기자]‘성완종 리스트’ 의혹이 4·29 재보궐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을 두고 여야가 바짝 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4·29 재보궐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은 ‘대패’ 시나리오까지 우려하는 가운데 야권은 모처럼 호재를 맞았지만 대응 수위엔 고심하는 모습이다.
|
고개 드는 정권심판론
새누리당은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재보선에선 유권자를 향한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4월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겸허한 자세로 임하고 있다”며 “경제를 책임질 유일한 정당으로서 국민이 부를 때 언제든지 달려가 지역 경제를 지키는 ‘새줌마’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재보선 후보들 지원 일정도 예정대로 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야권 표 분산으로 광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전승’까지 기대하던 새누리당은 이번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대패’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현 정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오지 않을 경우 야권 표 분산에 따른 ‘어부지리’마저 누릴 수 없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모처럼 호재를 맞았다. 새누리당과 반대로 전패를 염려하던 새정치연합에선 이참에 ‘전승’을 노리자는 분위기가 맴돌고 있다. 결국 ‘성완종 리스트’를 기점으로 4·29 재보궐선거 프레임이 ‘정권심판론’으로 무게중심이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정동영-천정배 후보의 출마로 ‘야권분열론’ 내지는 ‘야권재편론’으로 선거 프레임이 짜이면서 야권 내 경쟁구도가 초반 판도를 지배했으나 성 전 회장 사건을 기점으로 박근혜 정부 핵심인사들의 ‘부패 스캔들’이 이번 선거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킬 기세이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는 이번 재보선에 매머드급 태풍을 야기할 뿐 아니라 선거결과에 따라 2015년 정국의 분수령이 될 소지마저 다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초비상국면에 진입했다. 이대로 밀리면 ‘끝’이라는 인식도 있으나 대다수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보는 상황이다. 김무성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의 거친 공세에 ‘여야 대선자금’ 모두를 수사하자며 ‘물타기’ 모드에 들어갔지만 민심을 설득하기엔 한참 모자란 상황이다.
일부 언론 또한 성 전 회장의 2007년 사면과 관련해 참여정부와의 ‘빅딜’이 있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며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쪽을 겨냥하지만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전 인터뷰나 메모 등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은 정황을 보면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새누리당의 ‘여야 모두 같다’는 물타기 전략은 큰 효과를 거두긴 어려워 보이는 실정이다.
이에 비박계인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지난 4월13일 ‘성완종 리스트’ 후폭풍에 대해 “자칫 잘못하면 그냥 파국이다. 이럴 때는 답이 없다. 있는 그대로 모조리 다 밝힐 건 밝혀서, 밝혀서 죽든 안 밝혀서 죽든 이건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새누리당은 완전 풍전등화 꼴”이라며 강한 위기감을 나타냈다.
새누리당은 ‘지역 일꾼론’으로 최소 2곳 이상에서 승리를 거두겠다는 애초 전략을 긴급하게 수정해야 할 상황으로까지 몰렸다. 전·현직 비서실장 3명과 현직 국무총리 지난 대선 박근혜 캠프 핵심인사, 현직 광역단체장 3명 등 박근혜 정부 실세들이 대거 포함된 ‘성완종 리스트’의 정치적 파괴력은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선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초반 선거구도가 ‘야권재편구도’에 휩쓸리면서 우왕좌왕하던 새정치연합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정권심판의 고삐’를 비로소 옥죌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 ‘정권심판 구도’ 형성에 애를 먹던 야당은 4월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기점으로 ‘심판론’의 기치를 높이 들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성 전 회장의 폭로로 약 1주일가량 앞당긴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경향신문>의 보도가 있던 지난 4월10일 이 사건을 ‘친박 권력형 비리게이트’로 규정하고 전병헌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책위원회를 신속하게 꾸렸다. 문재인 대표는 서울 관악을 정태호 후보 지원장에서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야당에 좀 더 힘을 모아주셔야 검찰이 제대로 의지를 가지고 수사를 할 수 있다”며 “부패 위에서 탄생한 정부를 선거를 통해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정권심판론의 칼날을 세웠다.
문 대표는 지난 4월12일 성남 중원 정환석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 가서는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면서 이완구 국무총리,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홍준표 경남지사 등 현직 6명을 겨냥해 “성완종 리스트의 주인공들은 수사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직책들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지난 4월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를 비롯한 최고 권력 실세들인데 그들이 직책 뒤에 숨어있으면 검찰이든, 특검이든 무슨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나”며 “진심으로 말씀 드린다. 최고권력 실세라는 벽을 뛰어넘는 수사가 가능해야 한다. 그들 스스로 직책 뒤에 숨어 있지 말고 나서서 진실을 밝히고 수사 등 청문회 등 협조해야 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보수층 결집 가능성?
|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가 새정치연합에 ‘호재’임에는 분명하지만 섣부르게 덤벼들기엔 부담도 있다. 인천 서구·강화을과 성남 중원에서 정권심판론으로만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야당이 정권심판론의 기치를 높이 내걸면 보수적 유권자의 결집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세월호 정국 속에서 치러진 6·4 지방선거의 경우를 보면 야권·지지층의 높은 ‘정권심판 정서’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수층의 ‘역결집’을 야기한 적이 있다. 그리고 6·4 지방선거 선거 직후 있었던 7·30 재보선은 보수층의 ‘역결집’의 위력을 보여준 선거였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내부적으로 인천 강화와 성남 중원을 겨냥한 ‘정권심판’의 수위조절 방안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핵은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는 문제이며 ‘성완종 리스트’의 ‘특검’요구에 대한 절치적 방법 등도 주요 논의 대상이다. 최근 몇 번의 선거에서 50대 연령층 이상 보수층의 결집으로 패배를 경험한 탓이다.
때문에 적정선의 대응 수위를 맞추는 데 고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선거의 유불리와 관련해 논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설훈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초원복집 사건 때 보수진영을 흔들어 역효과가 있었다”며 신중론을 폈다.
성완종 전 회장이 참여정부 시절 두 차례나 사면복권 됐다는 점도 새정치연합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지난 4월14일 정치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성 전 회장이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나 특별사면을 받았고 두 번 모두 형평성 시비가 불거졌던 이례적인 특사”였다며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각각 계실 때 있던 특사인 만큼 그 내용을 잘 알 것”이라며 화살을 문 대표에게 돌렸다.
국민모임 소속 정동영 전 의원 측 임종인 대변인도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성 전 회장에 대한 두 번의 특별사면을 주도한 책임자가 모두 문 대표였다”며 “검찰 수사나 ‘성완종 특검’을 실시할 경우 반드시 문 대표도 조사대상자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진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을 둘러싼 일각의 특혜 의혹과 관련, 2007년 말 특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05년 특사의 경우에도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부탁을 받고 자민련의 의견을 반영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민정수석이었던 전해철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2005년 사면 시 당연히 야당 정치인 차원에서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이며, 2007년 말 사면의 경우 성 전 회장이 사면복권된 다음 날 바로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며 “두 번의 특사는 야당이었던 자민련과 한나라당, 이 대통령 당선인 측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충분히 추론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궁지에 몰린 새누리당이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특별사면의 성격과 절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벌이는 물타기”라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부메랑이 돼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문재인 대표 역시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사면은 법무부 업무인데 그 사면에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면 특검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런데 그런 일이 없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출렁이는 선거판도
결국 여당의 경우, 야권 분열로 인한 승리에 대한 기대가 ‘성완종 리스트’로 한풀 꺾이면서 서울 관악을 선거캠프뿐 아니라 여당의 텃밭으로 꼽힌 인천 서구·강화을 등의 선거캠프에 빨간불이 켜졌다. 야당 내에서도 특히 인천 서강화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여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인천 서강화을은 특히 충청 출신의 지역민이 많기 때문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이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4월11~12일 재보궐 지역인 인천 서강화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529명을 상대로 컴퓨터 자동 응답시스템을 이용한 임의전화걸기 형태의 여론조사를 한 결과, 새정치연합의 신동근(46.8%) 후보가 새누리당의 안상수(43.8%)후보보다 오차범위 내인 3.0%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 오차는 4곳 모두 95% 신뢰수준에 각각 ±4.4%p이고, 응답률은 인천 서강화을 1.51%로 나타났다.(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 관악을도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달아오른 여권의 분위기가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관악의 경우 호남민과 충청민의 거주 비율이 높은데, 충청민들의 ‘성완종 동정론’과 호남민들의 ‘정권 심판’ 민심이 결합할 경우, 새정치연합을 중심으로 야권이 결집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 캠프 관계자는 “관악의 경우 호남과 충청민들의 비중이 높은데, 이분들이 성완종 리스트 공개에 표심을 어떻게 반영할지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며 “정권 심판, 동정론 등과 함께 서민 정당 이미지를 부각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남과 광주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성남의 경우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의 경우 지역에서의 지지기반이 두터운데다 옛 통합진보당의 김미희 후보가 1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어, 새정치연합이 ‘성완종 리스트’를 변수로 뚫고 들어갈 틈이 상대적으로 적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광주의 경우 ‘여 대 야’ 구도가 아니라 야권의 ‘천정배 전 장관과 새정치연합의 조영택 후보’간의 경쟁이기 때문에 ‘성완종 리스트’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변수로는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전략홍보본부장은 “강화, 관악, 성남 등에서는 확실히 추세적으로 좋아지고 있는게 보이는데, 광주의 경우 다른 지역과 선거의 성격이 달라서 ‘성완종 리스트’ 변수가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면서도 ‘지역 일꾼론’도 더욱 강조하고 나섰다. 이진복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은 4월13일 “이번 재보선은 철저하게 지역 중심 선거로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해왔고 준비를 해 왔다”라며 지역일꾼론을 부각시켰다.
최대변수는 투표율
선거판을 뒤흘들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성완종 파문은 정권의 존망까지 다툴 수 있는 파급력이 큰 사안임은 분명하지만, 투표율이 낮고 조직 싸움을 해야 하는 재보궐선거에서는 파장력이 적을 것으로 본다”며 “오히려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치적인 환멸이나 혐오를 느끼게 해 투표율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kimstory2@naver.com
<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본 기사의 저작권은 <주간현대>에 있습니다.>
원본 기사 보기:주간현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