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SK, 한진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의 지배구조 개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때가 되면’ 실시되는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이지만 ‘속내’는 과거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거 지배구조 개편이 계열분리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최근의 재계 개편은 ‘생존’을 위한 필수작업이라는 것. 그 이면에는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와 정부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가 자리 잡고 있다.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현대차·SK·한진 등 지배구조 개편 바람 거세
경쟁력 강화, 경영권 승계구도 본격화 신호탄
[주간현대=범찬희 기자] 지난 4월20일 전격 발표된 SK(주)와 SK C&C의 합병으로 다른 그룹들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은 경쟁력이 떨어진 사업들을 정리하고 차기 승계구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2월 시행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정부의 감시가 강화된 것도 기업이 지배구조 변화에 나서는 이유로 뽑고 있다.
SK, ‘옥상옥’ 비난 수렴
최근 SK그룹이 지주사 단일화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면서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월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일부 매각했다. 이로써 정 회장 부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고 안정적인 승계 작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띠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지분 6.96%를 보유하고 있으나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지분이 없는 상황. 이에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23.29%의 지분으로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향후 현대모비스와 합병하거나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현대모비스 지분 획득에 이용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서 이러한 시나리오가 가장 강력하게 떠오르다 보니 현대차그룹 내에서 현대글로비스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는 그룹의 자동차 분업 원칙에서 물류 부문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로 가치 창출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체제로 옮겨 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20일 지주사인 SK(주)와 SK C&C의 합병을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 업계를 뒤흔든 SK그룹은 지난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SK그룹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지주회사 체제 전인 2006년 약 70조원에 불과했던 그룹의 매출이 지난해 약 165조원까지 오르며 10년 새 2배 넘게 회사가 성장했다. 그러나 하는 SK그룹의 성공에 찬사만이 있었던 건 아니다. 일각에서는 SK C&C가 지주회사인 SK(주)를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라며 비판해왔다. SK그룹은 그동안 최태원 회장이 SK(주)의 지분이 0.02%밖에 없음에도 지분 32.9%를 보유한 SK C&C를 통해 그룹을 지배해 왔기 때문.
SK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그간 제기된 ‘옥상옥’ 논란을 피하고 SK(주)와 SK C&C 두 회사의 자원을 합쳐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주)의 자금력과 SK C&C의 글로벌 사업기회를 합쳐 ICT(정보통신기술) 분야를 선점해 나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편에선 이번 합병의 ‘타이밍’에 주목한다. 최태원 회장이 옥중에 있는 와중에 이와 같은 중요한 결정을 한건 그만큼 그룹 상황이 급박했음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은 최근 13년 만에 점유율 50%가 무너졌으며 과대광고로 방통위로부터 영업정지를 당하는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37년 만에 1조원의 손실을 내는 등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계열사 전체가 역성장하는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한진, 조원태 체제 굳혀가
이번 합병과 관련해 SK그룹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현재 체제로는 위기 극복 및 미래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두 회사 합병이라는 혁신을 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3년 8월 지주사 한진칼을 출범하며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2년간 유예받은 한진그룹은 체제 전환을 위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말 (주)한진이 보유한 한진칼의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한국항공도 (주)한진의 지분을 정석기업에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이에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한진칼→정석기업→한진’의 수직구조를 띠게 됐다.
업계에서는 향후 한진칼과 정석기업의 합병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최근 그룹 차원에서 (주)한진과 정석기업의 합병설을 부인했고 정석기업 지분 27.21%를 보유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에 대한 영향력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합병을 위해선 금융감독원의 승인, 주총 특별결의 등 절차를 밝는 데 90일 정도 소요되므로 빠른 시일 내에 합병발표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진그룹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되면 경영권 승계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의 지분은 2.48%로 조현아(2.48%) 전 부사장과 조현민(2.47%) 전무의 지분율과 비슷하다. 그러나 경영승계 최대 경쟁자인 누나 조 전 부사장이 ‘땅콩회항’ 사건으로 사실상 경영 승계구도에서 물러나 조 부사장의 승계가 확실한 상황. 이어 그룹의 체제 전환 이후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 15.36%를 조 부사장에게 넘기며 한진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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